딱 한달 정도 늦지 않았는가 하는 만시지탄이 흘러나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바이든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는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겁니다. 그리고 한 번 결정되자 최측근들조차 몰랐을 정도로 그것은 전격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설득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힘을 발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얼마 전, 패션잡지 '보그'는 질 바이든을 표지모델로 내세우며 그녀와의 인터뷰기사를 실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우리의 길은 우리가 결정한다"였습니다. 대선 후보 사퇴는 없다는 것을 단호하게 내세운 것이었지만, 제겐 이 내용이 결국 사퇴를 한다 해도 '우리'가 결정한다는 것이 아닌가? 라는 들더군요. 아마도 첫 토론에서 무참하게 썰리다시피 했던 바이든은 이후 있었던 단독 인터뷰에서도 결국 인지능력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낼 수 없었고, 이후 '횃불을 넘겨라'라는 캠페인이 벌어졌습니다. 내용이야 조 바이든의 후보 사퇴 촉구를 위한 거였고.

​

아직은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될 지는 모릅니다만, 빠른 결정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저는 카멜라 해리스로는 트럼프를 이기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미셸 오바마 정도가 나와 준다면 여러가지로 상징성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민주당 전국 위원회 DNC 에서 이것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 하나만으로 카멜라 해리스를 대통령 후보로 올려 놓는다면 과연 그것이 유권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그리고 WASP (백인 앵글로색슨 신교도)로 지칭되는 메이저 유권자들이 유색인종인 카멜라를 찍을 것인가? 저는 모르겠습니다. 미셸 오바마 역시 흑인이긴 하지만, 그녀는 퍼스트레이디였고 당시 국민들로부터 꽤 지지를 받는 영부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멜라 해리스가 후보가 된다면 저는 그녀를 지지할 겁니다.

​

아무튼,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겨나고 나서 없었던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재선을 노리던 현직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후보사퇴를 한 건 전력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민주당은 극한 분열 상황으로 치달았고, 끝까지 조 바이든을 지지하던 그룹들과 중간에 후보를 바꾸려는 그룹들이 얼마나 많은 후원금 요청 문자들을 보내 왔었는지 골치가 지끈지끈 했습니다만, 아무튼 민주당으로서는 이게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일단 저는 11월달에 기꺼운 마음으로 제 한 표를 행사하게 되겠지요. 바이든의 사퇴는 결국 투표를 포기하려던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돌려 놓았고, 따라서 지금껏 투표 포기자가 가장 많을 거라고 예상됐었던 이번 11월의 대선은 어쩌면 '가장 화끈한 대선'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

여기 시간으로 어제 하루, 카멜라를 향해 엄청난 선거 후원금이 쏟아졌다고 하는군요. 그럴만도 하겠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