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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8.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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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5784066

"타 학생의 모범이 되나 준법정신이 결여되어 있으며 수차례 시정하였으나 자신의 나태와 무관심으로 여러번 지도했으나 새로운 정신으로 수업에 임하지 못하였음. 계속적인 지도 요망." 이진숙에 대한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며 이진숙이라는 인간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봐야 이 사태를 더욱 자세히 바라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된 지 사흘만에 탄핵됐습니다. 지금까지 방통위원장을 탄핵하려 했던 시도가 있을 때마다 전임자들은 알아서 자진사퇴를 했는데, 이진숙만은 자신은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티겠다고 하다가 결국 탄핵을 당하고 직무정지를 먹은 겁니다. 따라서 헌재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방통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원래 5인 협의체 기구를 독임제 기구처럼 운영해 왔던 것 자체가 불법성이 농후하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금껏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 KBS를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에서 '충성을 다하는 박민의 방송'으로 만들어 놓았고, YTN은 민간에 매각해 버렸지요.

물론 이진숙이 이미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갈아치워 놓는 임무는 끝냈으므로 탄핵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갈아넣어 버리며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야만 했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권력 집단이 어떤 집단인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글쎄요, 이진숙이라는 인간만이 갖는 '특별함'은 이번에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례없는 사흘 동안의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건 공직자로 가면 절대로 안 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공사를 완전히 구별 못하는 집단이 저 집단이라는 것, 그리고 자기 돈이 있어도 남의 돈을 가져다 유용하는 데 있어서 거의 리비도 비슷한 정도로 쾌감을 느끼는 인간이 있다는 것... 뭐 그런 것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진숙이 법카를 긁으며 느끼는 희열은 여러가지가 섞인 것이었을 터입니다. 그것은 그녀에겐 리비도보다도 더 강렬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진숙이라는 인간의 인격 형성은 한국 사회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부조리들과 그녀 개인이 매우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을 컴플렉스들의 집합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성적은 조금 괜찮았던 것 같은, 그러나 스스로 지방 컴플렉스, 유교 컴플렉스와 더불어 아마도 외모 컴플렉스까지도 지니고 있었을 것 같은. 사회는 그녀에게 강해지길 요구하긴 했겠지요.

어쨌든 자기에게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을 겁니다. 문제는 그 힘을 얻기 위해 그녀가 걸어온 길과 그 힘을 사용하는 방법 모두가 틀렸다는 것이고. 양심을 모두 불살라 버린 그 자리에는 탐욕만이 남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진숙이 내내 보여준 그 뻔뻔함에서는 자기애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 안의 진실한 내면을 스스로 부정해 온 것이 이제 굳어 버린 것이고, 그것이 지금의 몰상식한 권력에 빌붙어서 법카를 휘두르는 권력이라도 가지고 싶은 그녀의 숨겨진 자격지심을 키운 겁니다.

어쨌든, 이진숙의 탄핵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만일 이 탄핵이 인용되고, 방문진 이사진에서 탈락한 이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이진숙을 내세워 만들어 낸 공영방송 쿠데타는 다행히 저지됩니다. 그리고 현재 방문진 및 KBS 이사들을 교체하려는 시도는 헛수고가 되겠지요. 그런데 그녀는 물러나기보다는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신청을 했습니다. 이 말은, 결정이 날 때까지 이진숙이 저질러 온 법카 유용을 비롯한 온갖 비리들이 계속해 드러날 것이라는 걸 뜻합니다. 아마 지금 야당엔 MBC 관계자들로부터 날아온 엄청난 제보가 쌓여 있을 겁니다.

그 알량한 권력이 뭐라고, 법카로 자기가 가진 권력을 확인하며 내면의 낮은 자존감을 가리려 했던 이진숙은 이제 모든 것이 다 까발려져야 하는 상황에 접했고, 국힘은 그녀를 굳이 지키려 하지 않을 겁니다. 대통령실도 목적을 달성하면 굳이 이진숙을 지켜줄 이유가 없고. 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뻔뻔함은 아마 스스로의 발목을 제대로 잡게 될 겁니다. 참 딱합니다. 중학교 때 못받은 "계속적인 지도"를 이제 수사와 처벌을 받으며 감방에서 받게 되진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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