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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1.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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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9775537

일반 민중과 식자층의 생각이 완전히 다른 나라인 미국에서 살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가 과반수의 표를 얻으며 다시 미국의 대통령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미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한 바이든은 트럼프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붕괴되는 꼴을 목도한 그의 집권기 4년을 기억하는 이들은 없는 걸까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은 미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 정서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 정치인들의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정치가들은 국민들이 정치에 접근하는 것을 비생산적으로 막아 왔습니다. 그리고 투표 제도 역시 과거 식민지 시대에서 막 벗어나 연방을 존속시키기 위해 각 주의 대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투표 제도도 복잡해서, 반드시 등록을 한 시민들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왔습니다. 이것은 노예 해방 이후 합법적 시민이 된 흑인들의 투표를 어떻게든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입니다. 일렉트롤 칼리지라고 불리우는 대통령 선거인단을 만들기 위한 투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형식일 뿐이지요. 어떤 주에서 민주당이 한 표라도 더 이겼다면, 그 주에 배정된 대통령 선거인단을 승자가 독식하는 이상한 형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그냥 방치했기에, 앨 고어도, 힐러리 클린턴도 상대방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의회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해야 했고, 의회는 이런 제도를 존속시켜 왔습니다. 그것은 미국에서 양당제가 굳어지게 만들었고 제 3당이 생기지 못하도록 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정치를 그들의 틀 안에서만 하려 했던 이들은 미국의 평범한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멀리 하도록 의도적으로 3S 정책을 펴 왔습니다. 스포츠, 섹스, 스크린의 앞글자만 딴 이 정책은 국민들을 우중으로 만들었고, 정치조차도 그들의 삶에 이 정치 세력들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자기가 그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식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미국의 수많은 '정치 바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심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책이란 것이 절대로 간단한 것이 아니거늘, "세금을 깎아주겠다" 던지, "이민자들은 국민들의 부를 좀먹는다"던지, 이런 간단한 말 몇 마디로 표를 끌어모으는 식의 선거 캠페인이 일반적이 됐지요. 그리고 하멜의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대중에게 이미지 소비가 보다 많은 정치인이 앞에서 그 피리를 불면 쥐떼같은 민중들이 따라가는 것이 미국의 선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무튼 트럼프가 돌아오면 다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러잖아도 약한 사회안전망은 더욱 약해질 것이고, 수많은 공공 부문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며, 가난한 이들은 그들이 구원자로 생각하는 트럼프가 알고 보면 개구리들을 잡아먹는 황새 임금 같은 존재임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겁니다. 반이민 정책과 인종적 증오는 드러내놓고 다시 표출되겠지요. 미국에서 코로나 때 사망자 누계가 119만명이 넘은 것은 다 트럼프 정권 당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해서였습니다.

이런데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은, 다시 말하지만 이른바 엘리트주의 정치인들이 스스로 판 무덤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엘리트주의 정치인들은 민주당에 더 많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한국을 볼 때 미국보다 희망이 있어 보인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는 투표에 장벽이란 것이 존재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분노를 고스란히 실어 투표할 수 있고, 그것이 미국보다도 더 등가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표를 더 얻어 놓고도 이상한 간선 제도 때문에 나라를 망쳐먹을 수 있는 누군가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 이게 삼권 분립 민주주의의 발상지라는 미국의 현실입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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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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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깔끔하면서 상당히 잘쓰시네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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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대박 그리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 2024.01.1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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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이네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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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작자 에휴... 한숨만 나옵니다.
  • 2024.01.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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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도 심각해요.

    바이든은 이미 신뢰를 잃었고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인종차별이 더 심해질것 같아서 너무 걱정이됩니다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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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바람사탕 바이든 대신 엘리자베스 워런이나 버니가 나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버니는 이미 나이가 너무 많고... 힐러리랑 경선 붙었을 때 세력이 없는 버니를 밀어내려던 민주당과 수퍼팩의 잘못된 선택이 결국 정치를 여기까지 끌고 오네요.
  • 2024.01.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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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네마리 그러니까요.. 저도 버니 응원했었는대
    결국 민주당이 자기들 발목을 잘라버린거죠..
    참 답답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 미국의 미래도 불안하기만해요.
  • 2024.01.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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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랑 왜이리 비슷하죠? 읽으면서 어 이거 우리나란데?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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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추럴헤비웨잇 그래도... 우리나라는 다음 대선에 제대로 선택할 선택지라도 있지요. 미국은 정말 할 말이 없네요.
  • 2024.01.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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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네마리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미국 미국 왜이리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더 따라하려는 것 같은데, 진심 최악이네요. 무슨 저따위 나라를 따라간다고....
  • 2024.01.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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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제일 힘이 쎈 나라인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져가는 걸 보면 앞으로 미래가 심각하게 걱정됩니다. 미국 민주당이나 한국 민주당이나 엘리트 위주의 정치세력이 일반 서민과는 유리된 그들만의 리그로 간다는 점에서 변화가 너무 어렵네요. 글로벌 경제 위기 후의 오바마가 개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월스트리트의 입김에 굴복해서 일반 서민들의 피부에 와닸는 효과를 주지 못하고 결국은 트럼프를 불러왔다는 것과 박근혜 탄핵 후 문재인의 우유부단한 국정운영의 결과로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나왔다는 점에서 그 경로가 너무 비슷해서 한숨이 나오네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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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번시민 그 경로가 비슷한 건 맞지요. 하지만 적어도 선거 제도라던지, 변화의 가능성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훨씬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싶습니다.
  • 2024.01.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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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권력 잡으면 잔인하게 제거 하는지 지금에 와서 이해가 가네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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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사는이유 예... 역사에 다 그 예들이 있지요.
  • 2024.01.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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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쪽은 잘 몰랐는데 그쪽도 심각한가 보네요. 저는 오바마때 너무 극한의 pc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트럼프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전체적인 시스템이나 정치의식에 문제가 있었군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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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 그 시스템이란 게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구요.
  • 2024.01.1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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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확실히 망조가 든것 같습니다.

    트럼프의 시대가 다시 온다면,

    씨빌워 시즌2가 시작될까 걱정이네요.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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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phet 제가 지금 30년 훌쩍 넘게 살아오면서 바라본 미국은... 이미 실질적 분단국가? 그렇게 보는 게 맞다 싶어요. 중부와 남부 주들과 해안가 주로 나뉘어 정치적 성향이 완전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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