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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1.15 09:58  (수정 01.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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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9730108

시애틀도 춥습니다. 오늘은 그나마 좀 낫네요. 이곳에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별로 없지만, 지난 며칠동안 저는 손이 곱아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손이 곱는 경험은 참으로 달갑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래 전 , 대학 시절 추운 겨울, 귓때기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운 날씨에 찾아들던 포장마차의 기억 같은 것이 새록새록 찾아드는 것이기도 해서, 괜히 집에 와서 소주 대신 보드카 몇 잔을 마시며 옛날 일을 생각해보곤 했네요. 그때 포장마차 주인 아줌마가 볶아 내어 주시던 돼지곱창과 꼼장어의 추억, 그거 사 먹을 돈이 없으면 내어주시던 오뎅국물, 뭐 그런 생각들?

그러나 날씨는 분명히 많은 것에 영향을 끼칩니다. 비행기가 우리나라의 고속버스 정도의 역할을 하는 이 미국에서, 항공기의 결항은 큰 불편을 미치지요. 활주로들이 꽁꽁 얼어붙고 빙판으로 변한 동부와 중부에서 안전 때문에 항공편들이 결항되고, 그것은 미국의 주요 정치 일정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군요.

어차피 승부야 거의 결정된 거라고 하지만, 아이오와 주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대선 전초전,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도 이 엄청난 추위와 눈으로 인해 거의 취소된 거나 마찬가지 상태입니다.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 분위기가 달아올라야 하는데 애초에 안 가거나 못 가거나 이렇게 되면 일단 후보들이 미치고, 지지자들도 미치고 그런 거지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늘 지구에 영향을 끼치던 편서풍 제트기류가 흩어지고 약해지며, 그 기류 안에 갇혀 있던 북극의 냉기가 보다 남쪽으로 퍼지면서 북극 자체는 이상 고온을 보이고, 그 북극 날씨가 남쪽으로 더 밀려오며 생기는 이 이상 한파는 여러가지 면에서 지구 위에 올라와 사는 우리들을 힘들게 합니다. 당장 우리나라도 꽤 큰 한파가 몰아칠 것이고, 제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선 참 드문,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위를 겪었던 저는 핸드 워머와 장갑을 챙겼고... 아무튼 이 갑작스런 추위는 우리의 삶에 꽤 큰 영향을 끼칩니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점점 심해져가는 가운데 극지방을 중심으로 생기는 이상 고온... 이런 것들은 오랫동안 땅속에 잠자고 있던 고대 바이러스들, 지금까지 인간을 만날 일이 없던 것들이 튀어나와 우선 동물을 거치고, 다시 인수공통화의 과정을 거쳐 인간에게 전염되고, 그게 대유행을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은 바로 인간이 야기한 지구온난화가 불러오는 참극이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준 매우 확실한 예였지요. 문제는 어쩌면 우리가 아직 시작 스테이지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아직도 코로나는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우리가 그 사망자와 감염자 수를 일부러 세지 않고 있다는 거죠. 그것이 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 모두 지켜 보았으니, 대략 집단면역 생겼다 하고 퉁치며 넘어가 버리는 겁니다.

인간은 그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처하자는 사람들을 일부러 그러는 듯 정치에서 배제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장 내 땅값이 더 문제고, 내가 투자한 종목의 주식이 오르는 게 더 중요하고... 그러는 와중에 지구는 더욱 인간에게 혹독한 면을 내비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아무튼, 인간의 멍청함이란 게 그렇게 보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이오와 코커스 따위, 그것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지 못한다면 사실 정치가 무슨 효용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인간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할까요?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은 미국보다 더 나은 나라가 아닐까 싶네요.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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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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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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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는제2의고향 감사합니다 ^^
  • 2024.01.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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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미국 대선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그런 면에서 트럼프 집권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픕니다.

     

    미국 애들이야 주식에 몰빵 하기에 주식값에 민감하고  

    우리네는 집에 몰빵 했기에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고. 

    그에 따라 정치판도 흔들립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환경 이산화 탄소 배출 문제는 미국인들도 한국인들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겁니다. 

     

    인류라는 한 종족이 지구를 정복하고 살기에 지금 온난화 문제는 온전히 인간의 탓이고 인류가 해결해야 하지만..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는 사기라고 하고 다니는 양반이고

    대한민국 윤 새끼는.. 지구 환경 문제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게 뭔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유럽애들이 이런 저런 규제를 만들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물론 그것들이 산업화로 꿀빨고 제국주의 건설 하고 나서 저러는게 재수 없기는 하지만..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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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르바나 우리나라에서 윤을 끌어내리면... 아마 많은 게 달라질 겁니다. 세계적으로.
  • 2024.01.16 15:25
    베스트

    씨애틀에서 동네 사이드워크에 꽁꽁얼은 얼음을 보는게 정말 신기한경험인 요즘이예요..

    잠깐 동네 산책하는데 얼굴이 칼바람에 얼얼하게 느껴지는것도 얼마만인지요.

    가족들이 감기로 2주정도 고생하고 있는데

    고양이네마리님도 감기조심하세요 👍👍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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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바람사탕 네 감사합니다.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느낌, 참 오랜만이긴 해요.
  • 2024.01.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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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기후변화를 많이 느끼네요. 원래 제가 사는 멜번은 건조한 곳이라서 여름에는 강렬한 햇볕아래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데 이번 여름에는 비가 자주 와서 한국의 여름처럼 끈적한 습도 높은 여름 날씨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8:11
    베스트
    @멜번시민 아... 남반구에서도 확실히 변화가 있군요. 그래도 비가 자주 오면 예전에 여름만 되면 들불 산불로 시달리는 것보다 낫겠다 싶기도 하구요.
오버씨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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