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글
인기글
정치인기글
유머게시판
자유게시판
정치/시사
라이프
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1.16 05:31
99
11
https://itssa.co.kr/9763862

오늘은 마틴 루터 킹 데이. 연방공휴일이어서 그냥 푹 쉬고 있습니다. 오후엔 운동이라도 다녀와야 할 듯 합니다. 미국에선 그의 생일을 이렇게 기념하고 있지요. 1929년 1월 15일 생이니, 우리 작은할아버지 나이 연배가 되실 겁니다. 우리 어머니보다 딱 열 살 많은 연배인데, 서른 아홉살이 되던 해인 1968년에 저격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를 생각하면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로 알려진 명연설이 바로 떠오릅니다. 미국이란 사회의 가장 어두운 면인 인종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결국 그의 죽음을 통해 이뤄진 것들이 많습니다. 사생활에선 문제가 많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평등한 세상을 위한 꿈은 많은 이들의 영혼을 일으켰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눈뜨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안의 유색인종들이 불완전하게나마 '법적으로' 누리고 있는 사회적 평등의 기반은 그의 죽음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동시대의 흑인운동가 말콤 엑스와는 달리 평화적인 투쟁에 기반을 두었던 마틴 루터 킹은 그 때문에 같은 흑인들로부터도 사꾸라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죽는 날까지 자신의 평화적인 인종갈등 해결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말콤 엑스는 흑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백인은 없냐는 질문에 "있다면 히틀러와 스탈린 뿐이다"라는 독설을 날리며 분리주의를 주장했었지요. 자본주의의 번성은 더 많은 고급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그 수요를 맞추지 못하자 미국의 방산업체는 이 분야에 대해 유색인종들에게 문호를 열어야만 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마틴 루터 킹은 함께 공존을 모색하는 백인들에게 운동의 문호를 열어 놓았고, 적지 않은 백인들도 그의 노선에 동조하여 함께 인종문제 해결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백인 우월주의자의 흉탄에 의해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킹이 암살되던 순간, 그가 모습을 드러낸 호텔 발코니보다 높은 곳에서 저격을 한 암살자 제임스 얼 레이의 총탄은 킹의 머리를 관통해 목을 지나 내장까지 다다라 그의 숨을 끊어 놓습니다.

측근들의 증언에 의하면, 마틴 루터 킹은 저격되기 전날 그의 죽음을 알고 있듯 엄청나게 불안해 했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는 죽음을 미리 감지하고서도 그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사지에 섰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마치 자신의 처형을 알고서도 최후의 만찬을 제자들과 함께 하며 성체성사를 세운 예수에 비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공회에서는 마틴 루터 킹을 성인으로 추대해 4월 4일을 축일로(한국에선 4월 5일이라고 하는군요)그의 행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런 마틴 루터 킹의 나라 미국에서, 인종문제를 거꾸로 자신의 무기로 꺼내든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정의의 시작은 경제정의로부터 시작될 것인데, 미국의 경제정의는 1980년대 레이건 집권 이후 계속해 무너져 왔습니다. 사회안전망이 무너진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 낭떠러지로 밀려버린 이들에겐, 오로지 현재 그들의 처지를 잊어버릴 수 있는 망각의 약으로서 펜타닐이 널리 뿌려지고, 그들은 다시 사회문제를 낳습니다. 미국은 이렇게 절망의 낭떠러지로 굴러가고 있는데, 이게 마틴 루터 킹이 바라던 사회는 절대 아닐 겁니다.

어디 미국 뿐이겠습니까. 잘못된 정치가 경제적 불평등을 잉태하고, 이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표출되면 전쟁을 통해 불만을 국외로 돌리려는 수작은 잘못하면 진짜 전쟁으로 이어지곤 하는 것을 우린 봐 왔습니다. 마틴 루터 킹의 탄생 95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다시 잘못된 정치가 잉태한 절망의 신음이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것을 듣습니다. 어쩌면,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을 다시 되새겨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인내천,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것을 믿고 하늘이 되어 부당한 권력을 함께 단죄한 경험을 나누고 있는 민족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다시 하늘을 움직인다면, 온 세상이 함께 움직일수도 있습니다.

오늘 저는  하루 쉬는 날을 누리고 있지만, 생각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습니까.

댓글 8

댓글쓰기
  • 2024.01.16 06:32
    베스트

    참으로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06:49
    베스트
    @케르베로스 감사합니다.
  • 2024.01.16 08:11
    베스트

    좋은 글 정독하고 갑니다^^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1:29
    베스트
    @호주는제2의고향 감사합니다
  • 2024.01.16 15:19
    베스트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가네요. 

    평안한 저녁되세요~ 👍👍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8:07
    베스트
    @눈바람사탕 뭔 일인지 자다 깨서 이렇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네요. 따뜻한 물이라도 마셔야 하나...
  • 2024.01.16 15:44
    베스트

    반흑인인 오바마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 고양이네마리 작성자
    2024.01.16 18:08
    베스트
    @멜번시민 진짜 그때 의회는 말 그대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죠. 한국보다 의회의 권력이 훨씬 강한 나라인지라... 뭐, 그래도 그것도 오바마의 정치력 부족으로 봐야 하겠죠.
오버씨K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