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9oSx3Szale0

어머니 집 근처에 홍콩 마켓이라고 하는 아시안 마켓이 몇년 전 생겼습니다. 제일 가까운 한국 마켓에 가려면 운전해서 25분쯤 걸리는 거리인데, 이곳은 어머니 집에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이름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마켓이고, 이곳 로컬에 몇 개의 매장을 두고 운영하는, 나름 규모가 있는 수퍼마켓입니다. 이곳이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은 이곳에서 판매되는 육류를 보면 짐작이 갑니다. 두껍게 썰어 놓은 돼지고기나 이런 저런 생선들을 보면 확실히 주된 타겟은 중국인들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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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에 있는 델리에선 훈제 오리고기라던지, 중국식 돼지고기 바베큐 등을 판매하고 있어서 중국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과일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지요. 그리고 이 근처에 멕시칸 거주민들이 늘어나며 라티노 상대의 상품도 꽤 진열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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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1년 전부터 이곳은 거의 한국마켓인가? 싶을 정도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좋아히시는 대만산 센베이 과자를 사러 이곳에 들렀다가 좀 놀랐습니다. 라면도 좀 살까 하고 라면 코너로 갔더니 이건 완전히 한국인가? 싶을 정도였던 겁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온 밀키트 곱창 같은 것들도 보이더군요. 심지어는 포장된 닭발 같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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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매장의 계산대 조금 못 미쳐에 있는 주류 코너엔 각종 소주들도 가득하더군요. 이 동네가 원래 보잉에서 은퇴한 백인 베이비 부머들이 많이 몰려살고, 그쪽으로 들어가기 전엔 멕시칸이나 아시안 이민자들, 특히 베트남계가 꽤 몰려사는데 이곳의 마켓에 이렇게 한국산 먹거리들이 잔뜩 배치된 건 좀 이색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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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마켓이면서도 카운터 직원의 일부는 멕시칸들인데, 이는 이곳에 라티노 손님들도 꽤 온다는 걸 뜻하겠지요. 그중 한 사람에게 "한국 스낵이나 소주가 잘 팔리나?"하고 물었더니 엄지척을 합니다. 자기도 좋아한다면서. 특히 불닭볶음면을 좋아한다고 말해 주더군요. 전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했을 뿐입니다. 여기 진열된 라면들을 보며 한국에선 이런 것도 파는구나... 라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곳의 어지간한 한인 마켓들 정도의 규모였는데, 어떤 건 한국마켓보다도 저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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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김구 선생님은 우리가 무력이 아니라 문화로 세계 만방에 영향을 끼치기를 그의 글 '나의 소원'을 통해 밝히신 바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세계가 K 드라마, K-pop 에 열광하고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마켓에 가서 한국 음식을 사다가 먹습니다. 예전엔 미국 사회의 하부구조의 일부였던 한국 문화가 주류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일의 핫도그를 먹겠다고 줄을 서는 모습도 보았고, 한국식 포장마차가 시애틀 이곳저곳에 생겨나기도 합니다. 이미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 양념치킨은 이곳에서도 핫한 아이템이 됐습니다. 포장마차에서 닭발을 뜯는 백인여성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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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님이 원하던 것을 이룬 우리가, 정치에서도 그런 것을 못 이룬다면 그것은 그만큼 일본 식민통치의 잔재가 끈질기게 살아남았음을 의미하는 겁니다. 실제로 그런 자들이 지금 권력을 잡고 있지요. 국방부에선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지도에 표기하고, 외교부에선 독도에 재외공관이 있다고 표시합니다. 친일 부역 모리배들의 후손들이 아직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아 우리가 이뤄 놓은 것들을 애써 부정하려 하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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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자들에게 이런 이야길 굳이 해 주고 싶었습니다.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면보다 마켓에서 두 배, 심지어는 세 배 이상 비싸지만 그래도 팔리는 건 한국 라면이라고. 우리의 힘은 세계의 어떤 것이든 받아들여 그것을 다시 우리 식으로 재가공하고 구성하여 새로운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젠 그것이 세계에 먹히고 있습니다. 중국 마켓에 엄청난 양의 한국라면이 쌓여 있고, 그걸 미국 사람들이 줄지어 사가는 모습을 보면서 국뽕과 답답함이 동시에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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