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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5.2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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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4222125

Holy shit.

똥이 뭐 거룩하겠습니까만, 미국인들은 이렇게들 자신의 놀라움을 표현하곤 하죠. 그리고 제가 미국에 35년 살았다는 걸 실감하는 게 이런 순간입니다. 왜 한국 뉴스를 보다가 미국 욕이 나오냐구.

수박이 한 통에 6만 6천원? 미쳤구나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저걸 누가 먹어. 수박 한 통에 50달러면 여기선 어떻게 될까. 폭동 나지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세상이 다 미쳐돌아가는 판이라서 가격이 정상인 것들이 별로 없고, 저도 요즘 점심 한 끼 사먹는데 팁까지 해서 20달러는 줘야 어떻게 먹으며 미친 가격 운운하고 있지만,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닙니다.

요즘 이곳 코스트코에서 파는 9-`10kg 사이의 수박은 한 통에 $6.99. 여기 사는 저희는 이게 엄청나게 올랐다고 하고 있습니다. 어제 이 뉴스를 보고 나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좀 떨어진 곳에 사는 고모네 다녀 왔습니다. 어머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코스트코에 들러 장을 보며 이런 말을 했죠. "엄마 수박 살래요? 한통 사면 40불 세일인데." 한국의 수박 관련 뉴스를 이미 알고 계셨던 어머니도 그러시더군요. "그렇네." 하지만 우린 수박을 사진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과를 꼭 하나 먹어야 합니다. 이젠 버릇이 되어 버렸죠. 워싱턴주는 전 세계 사과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고, 미국 최대의 사과 산지인만큼 온갖 다양한 맛있는 사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요즘 제일 핫한 게 '코스믹 크리스프 Cosmic Crisp'라는 품종인데, 워싱턴주에서만 독점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마치 이빨을 들이밀면 '쪼개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파삭함과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이 밖에도 제일 많이 생산되며 인기있는 '허니 크리스프'와 전통의 인기품종 후지, 그리고 워싱턴주를 상징하는 모양을 가진 레드 딜리셔스 등이 나옵니다.

사과 상자에 여섯 개가 들어있는 꽤 큰 코스믹 크리스프는 6-7개가 들어있는 상자에 $6.99 정도입니다. 개당 1달러 꼴 잡으면 대략 맞는 것 같습니다. 코스트코 가격이긴 하지만, 사과는 이곳에서 개당 천원 정도다 보시면 맞을 듯 합니다. 게다가 상품성 떨어지는 못난이 사과들은 열 댓개 들어있는 봉지에 3-4달러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과주가 엄청나게 만들어지고 팔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긴 하지요.

한국에서 나오는 농산물들의 가격은 황당하지만, 그 이면에 보면 중간상들의 존재가 있습니다. 그 작은 나라에서 무슨 중간상들이 그리 많은지. 만일 저 수박 가격이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그건 나름 농촌을 살리는 의미있는 일일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겠지요? 미국의 농산물 가격이 나름 저렴한 건 엄청난 생산량과 기계화된 농법으로 인한 적은 인건비 같은 요인들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산지와 소비자간 중간 단계가 별로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코스트코의 경우 아예 농장과 직접 가계약을 맺고 물건을 쓸어오는 경우도 많고, 중간에 개입하는 건 물건을 개별포장을 위한 시설로 이동하는 것 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지요.

그런데, 제일 중요하게 작용하는 건 농업을 위한 지원금입니다. 현대의 농업은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없다면 구조상 운영자가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미국도 농약과 농기구에 대한 지원금이 엄청나고, 여기에 농업인들에 대한 감세 혜택이 상당합니다. 이들도 농업이란 것이 사실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밑바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우리도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 이라 하여 농업 종사자들을 세상의 근본이라 여겼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농업종사자는 일제시대도 아닌데 무슨 수탈의 대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죠.

한국처럼 거의 모든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농산물의 가격이 저렇게 뛰고 많은 이들이 충격을 먹을 정도의 가격이 된다면 수입에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번 판데믹 상황 때처럼 갑자기 사람과 농수산물의 교류가 끊긴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건 대란도 이런 대란이 없을 겁니다. 저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주려고 마음먹는다면 당장 중국산 식재료들의 유통을 막아 버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런 방법을 쓰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중국 내 업자들도 보호해야 할 것이고, 국제적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윤석열의 정치적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란 게, 이런 황당한 가격이 나올 수 있는 유통구조를 정비하고,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수입하기 좋도록 외교 환경도 개선해야 하고, 무엇보다 우리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들은 계속해 한 통에 6만원이 넘는 수박을 보며 침과 분노를 함께 흘려야 할 것이고, 그 분노는 지금도 도화선으로 작용중이죠. 혁명의 도화선.

지금 우리나라의 주요 먹거리들은 거의 해외에서 들어온다고 봐야 합니다. 주요 농작물과 곡물은 중국에서 들어올 것이고, 농산물 가공품들도 중국산이 많을 겁니다. 각종 콩류나 식초라던지 식용유라던지 심지어 김장용 절인배추까지 엄청나게 들어오겠죠. 돼지고기는 전세계에서 모두 들어옵니다. 우리나라를 두고 '삼겹살의 블랙홀'이라는 별명이 있는 거 아시는지요? 쇠고기는 호주와 미국에서 많이 들어온다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많이 쓰이는 올리브유가 우리나라에서 한 방울이라도 나던가요?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하면 우리의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되고, 윤석열 정부의 저 뻘짓들이 정말 '무섭게까지' 느껴집니다.

여러분이 조금 더 나은 식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윤석열은 빨리 끌어내려져야 합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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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6 16:00
    베스트

    다양한 사과 품종이라니... 뭔가 탐이 나네요^^

    가격은.... ㅜㅜ 하아....... ㅜ

  • 2024.05.26 16:01
    베스트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024.05.26 16:18
    베스트

    중간에 도둑놈들이 참 많죠

  • 2024.05.31 05:34
    베스트

    코로나 이전에 코스코 수박 2-3딸라 하던때가 그립네요. 심지어 크기도 커서 한국수박의 2배 쯤할듯..

오버씨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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