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 의회에서 금융상식 및 교육 증진법 (Title V of the Fair and Accurate Credit Transactions Act of 2003 (P.L. 108-159)) 을 통과시키고 Federal Financial Literacy and Education Commission (FLEC, 플랙) 이란 금융/경제에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23개의 연방정부 기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렸다. 

아래는 플랙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mymoney.gov 에서 따온 플랙에 맴버로 참여하는 연방정부 기관 리스트이다:

목록만 봐도 거의 어벤저스 급이다. 플랙의 규모도 놀랍지만 이들이 추진하는 일도 미 연방정부 역사상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 National Strategy for Financial Literacy에 나온 미션들을 옴겨 봤다:

“The FLEC plays a central role in the federal government’s efforts to enhance financial literacy, financial capability, and individual financial well-being.” 

번역을 해보자면 ‘플랙은 연방정부 기관들의 노력으로 개인의 평안한 금융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다. 여기서 Financial Literacy 와 financial capability 의 직접적 번역은 피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영어 원문을 참조할땐 최소한의 필요한 것은말들만 번역해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그냥 영어로 적도록 하겠다. 경제학이나 재무 관련 학문들의 한국어 번역들에는 일본식의 매우 저자세에 불필요하게 어렵고 현학적인 번역들이 많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읽으시는 분들께서 여러모로 자신만의 이해를 담은 번역을 고민 해보길 추천드린다. 기왕 고민하는거 보고서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링크: https://home.treasury.gov/system/files/231/National-Strategy-2016-Update.pdf)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정말 많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문맹률도 높은 천조국 연방기관들이 모여서 금융관련 지식을 넓이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것일까? 위 보고서에 나온 미국사회에서 금융지식의 부재로 인한 문제점들을 옴겨봤다:

1. “In the United States, nearly one in five households reports spending more than they earn in income (not including the purchase of a new home, car, or other big outlays).” 
2. “Nearly half of all households are not able to pay for an unexpected $400 expense without having to borrow money or sell something, and over half worry about running out of money in retirement.”

1번은 미국에서 다섯가구중 하나가 자신들이 버는 돈보다 쓰는돈이 많다는 것이고 2번은 절반의 미국인 가구들이 400달러, 원화로 한 50만원 정도 되는 갑작스러운 지출을 돈을 빌리지 않고 혼자 해결할 수 없으며 은퇴이후 돈이 없을거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위 통계들은 미국 인구의 다섯중 하나가 파산의 길로 들어섰고, 절반 정도가 항상 개인파산의 위험에 내몰려 있다라는 매우 심각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는 어떨까? 난 잘 모르겠으나 상황이 썩 나아보이진 않는다. 누가 이런 상황을 파악이라도 하려하긴 하는지… 심히걱정이다. 

아무튼, 2003년 플랙이 활동을 시작한 이후 약 20년이 흘렀으나 미국 사회의 금융교육이 크게 증진됐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참고로 저 위 통계들은 2016년에 나온 보고서에 나온건데 지금도 상황이 썩 나아보이진 않는다. 물론지난 20년 사이에 100년만에 한번 겪을만한 큰 금융위기도 한번 왔었다. 만약 미국 사람들이 금융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었다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플랙이나 미국의 고등교육기관들이 아무것도 안한건 절대 아니다. 최소한 내가 아는한 매우 진지하게 이financial illiteracy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중이긴 한데 딱히 답이 안나온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내 생각에 가장 확실한 이유는 걍 가르치기 너무 어려워서 인거 같다.

위에 표는 U.S. News & World Report에서 따와 만든 미국 대학들의 학부 재무/금융 전공 랭킹이다. 1등 유펜, 2등NYU, 3등 MIT, 4등 미시간 대학 등등 나간다. 옆에 일년 학비와 학생수도 있다. 이 표를 보고 뭔가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지? 우리가 많이 들어본 명문대학들이 왕창 빠져있다. 하버드는? 프린스턴은? 스탠포드는? 예일은? 시카고 대학은???? 이런 대학들이 표에 있는 학교들 예를 들면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버클리, 버지니아 주립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보다 못한건가?

위에 표에 빠져있는 미국의 명문대학들,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포드, 예일, 시카고 대학등은 학부에 재무전공을 두지 않는다. 금융은 경제학과 수학 기초가 충분히 갖춰진 후에 가르쳐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 표에 들어있는 학교들은당장에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을 받아 취업전선에 내보내 중산층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미션을 가진 공립학교들 아니면유펜, NYU 같이 등록금 장사 목적으로 돈되는거는 뭐든지 하는 소수의 사립대학들이나 운영한다. 물론 MIT는 좀 특수한 경우이다. 

미국 경제학자들과 금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금융 현상이 너무 복잡해서, 기초적인 경제학과 수학에 충분히 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루는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거 같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어설프게 알려줬다 되려 역효과만 날 수 있는데, 이 역효과라는게 피같은 돈을 잃어버리는 일이라서 더 꺼려진다. 

이렇게나 복잡하고 위험한 금융활동을 아무 고민없이 턱턱하고 있는게 현실인 듯 하여 매우 안타깝고 걱정된다. 부동산영끌도 좋고, 가상화폐투자도 좋고, 해외주식 국내주식 투자도 좋은데 대체 어디서 나온 확신을 가지고 그런 위험한 투자들에 서슴없이들 나서시는지…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수도 없다. 내가 안하면 남들이 좋은 기회를 다 가져가버리기 때문에 금융활동을 안해도 망하는건 똑같다. 

그래도 기초중의 기초들은 좀 갖춰놓고 시작을 해보기를 추천드린다. 다소 어렵고 애매하고 복잡한 이야기들을 하게 될테지만 금융에 대한 본인의 객관적인 판단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나는 정답을 알지도 못하고 알려줄 능력도 없고, 정답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으나, 내가 제시하는 문제들을 고민해 보고 본인의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면 최소한 금융사기나 이와 비슷한 손실들로 인생을 망치는 일은 피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사실 내가 그렇게 잘 알고 확실하다면 이미 큰돈을 벌어서 이렇게 품을 팔아 악플만 받는 글 써서 스트레스 받는대신 서버비 하라고 몇억씩 밀어줬겠지.

금융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되시는 분들은 내가 쓰는 글에 내용들을 무턱대고 받아들이지도 마시고, 무턱대고 무시하거나 비난하려고만 하지도 마시고, 본인이 직접 검증해보고 고민해보고 공부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