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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상만
EastSideStory
2022.10.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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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860327

오래 전 일입다. 가장 친하게 지냈던 고딩 동창 녀석이 보신탕을 사준다면서 날 의기양양하게 이끌었다. 먹어 보면 맛있기에 너도 잘 먹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먹기 싫다는 나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결국에 한 점도 못 먹고 친구 녀석이 맛나게 먹는 모습만 실컷 구경하고 나왔다. 다른 고딩 동창 녀석들 모두 다 보신탕 킬러였다. 보신탕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들인지라. 우리 아부지도 보신탕 킬러여서 여름이 될 때마다 보신탕 먹으러 갈 때면, 대신에 난 삼계탕을 먹어야했다. 하나 같이 보신탕이 고단백의 영양 식품이랍디다.

 

고딩 시절에 우리 집에서 잡종 스타일의 멍멍이(제가 지은 이름입죠)를 키웠다. 근데, 내가 군에 입대하고 이사간 사이에 우리 어무이가 개장수한테 낼름 팔아버린 쓰라린 아픔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난 애완 동물(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싫었다. 왜냐하면 정들고 나서 헤어질 때의 심정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얼마나 그 '멍멍이(황토색 점박이의 백구)'를 귀여워했는데 어무이는 그것도 모르고서 팔아버리다니! 그 시절, 주말에 아부지가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오실 때마다 해 주시는 소갈비나 돼지갈비를 엄니 몰래 제일 먼저 우리 '멍멍이'에게 시식시켜 줘서 들킬 때마다 어무이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내가 맛나는 거 먹을 때면 언제나 멍멍이랑 반반 씩 나눠 먹었다. 

 

어무이는 멍멍이가 개밥을 잘 안 먹는 것을 보고서, 내게 항상 이렇게 투덜거렸다, "네가 강아지의 주둥아리를 고급으로 길들여 놔서 밥을 안 먹는다고" 말입다. 정말이지 그때 우리집 멍멍이는 밥은 전혀 먹지 않고 고기나 생선(참치)만 기를 쓰고 먹었다. 그랬던 그 '멍멍이'는 저만 보면 만나는 거 안 주나 하고 언제나 눈망울을 초롱초롱 밝히며 절 반겼습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벌써 내 냄새를 먼 발치에서 인지하고 연실 반가움에 짖어댑니다. 근데 그 멍멍이도 누군가의 입 속으로 쏙 들어갔겠지요. 

 

한 여름을 학수고대하시는 보신탕 애호가님들! 얼마나 강아지들이 불쌍합니까요? 집 지키랴~ 주인에게 재롱떨랴~ 얼마나 귀여운 동물인데...헤헤~

 

https://youtu.be/MAMKuks7i2c

각각의 존재가 존재론적으로 의지하며 대타관계를 원만하게 이끌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괄시와 멸시, 미움과 시기의 감정을 품는 걸까? 생의 기력소진과 함께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생의 부조리를 느낄 때면 자기가 아닌 타인의 모든 것들이 지옥으로 변하는 시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분노와 연민에서 비롯되는 무기력과 권태감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련의 그런 의식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동경하거나 그와 반대로 현 세상에 대한 강한 부정과 불만으로부터 비롯되는 자괴감을 동반하는 동시에 행동장애 콤플렉스로 이어진다. 심하면 반사회적이고 긍정보단 부정적인 측면에 생을 걸고 덤비거나, 생을 포기한 자포자기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이런 것은 일종의 생의 무기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살아도 살아있다고 하지 못할 지옥 속의 주검을 연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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