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여름 오후
명정문 넘어 품계석을 따라
박석 위를 걷는다.
창경궁의 조정(朝廷)은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sauna
답도 옆 계단을 오른다.
용상 뒤 일월오봉병를 바라보고 오른쪽
드므 가까운 그늘에 앉는다.
바람 하나 없는 이 공간에
바람이 분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벼는 물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말하지만
벼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식물은 물에 잠겨있는 것을 싫어한다.
벼는 물을 잘 견딜 수 있을 뿐이다.
물에 잠겨 있지만
물을 잘 견디면,
물은 빠져 나가고 벼 이삭은 익어간다.
명정문부터 명정전까지 박석이 깔린
조정 전체는 여름 태양으로 뜨겁다.
그 뜨거움 속에 바람이 부는 것은
시원한 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명정전의 지붕
검은색의 기와지붕 때문이다.
박석보다
조정의 그 어느 것보다
가장 뜨거운 검은 지붕
가장 뜨거운 것이
바람을 일으킨다.
明政殿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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