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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작문/소설/대본] 오, 한량이여!
2022.10.3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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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203656

오 얼뜨기 한량이여, 나의 구세주 한량이여, 당신의 얼치기들 가운데 가장 불쌍한 녀석의 조롱을 거부하지 마세요. 저는 갱생의 가망이 없습니다. 저는 날마다 취기에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저는 온전치가 못합니다. 내 인생은 왜 이다지도 좌절과 번뇌로 얼빠져 있는지요. 용서하소서, 한량이여, 용서를 아! 글쎄 약에도 못쓸 동정일랑 사양하시고, 자비를!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지,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더 흘려야 하는지를! 그러길 바라시는 것은 아니지요? 한량이여! 

 

나중에, 저는 지고지순한 한 여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버거워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비겁하다고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 지금 진창 같은 밑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오 나의 친구 한량이여! 아니야, 한량은 내 친구가 아니야! 오, 이런 책망과 가책을 하다니. 이다지도 내가 어릭석다니. 아! 저는 괴롭습니다. 저는 울부짖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고통스럽습니다. 


가장 경멸당할 년놈들의 멸시를 내가 받아야 하다니. 이런 제길! 결국, 일백 번도 더 되풀이 할 각오로 나의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우중충하고 덧없는 헛소리이지만 말입니다. 여기서 인간 세상에 분별 없었던 진짜 랭보 녀석의 헛소리를 접고, 짝퉁 랭보의 속내를 털어 놓습니다. 

 

https://youtu.be/fVfnEyLOkrM

 

그의 치기는 반항과 소심함에 갈등을 겪었죠. 반항과 자비심이 항상 뇌궤양을 일으켜, 번민했죠. 제도권에는 언제나 반항심을 품었으며, 그것에서 산출되는 부조리에는 자비심을 가졌었죠. 그래서인지 그 얼치기 녀석은 삶의 권태를 느끼거나 분노가 용솟음쳤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망상에 가까운 상상조차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그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비극적인 삶에 경도되었습니다. 은밀하게 그걸 즐기며 자신에게도 닥쳐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복잡하게 얽힌 자신의 운명을 뒤돌아보며 연민했습니다. 

 

그의 '심오한 감정은 수줍음을 가지고 있어서 손상당할 것을 꺼려했었죠.(ch.보들레르)', 그의 외적인 순결함이 강해질수록 반대로 내성은 음험한 생각으로 생채기가 일었습니다. 외적인 순결을 유지하기 위해, 음험한 생각으로 자신의 욕망을 보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의 나태를 지향하려는 그의 시도는 세월의 강박증에 깊은 시름을 느꼈습니다. 때론 우울과 함께 모두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허망을 머리 속에 그리며 쾌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것은 절망감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산다는 것 자체로 더욱 고통을 안겨다 주는 것은 없다는 허무적 쾌감에 몰두했습니다. 그런 인식적 한계가 그를 패배주의자로 만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런 절망감에 그의 육신은 또 처절히 절규하며 독설을 퍼부었고, 기만 수단을 총동원하여 애꿎은 사회 병리에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그것에 기만당하여 자멸하느니, 그것을 기만하여 자신의 승리로 만들겠다는 오기가 항상 또아리를 틀었습니다. 

 

그는 거대한 자기 그림자와 싸우며 그것을 잡기 위해 밤낮으로 몽상에 사로잡힌 채, 자신의 오만하고 교태로운 심장을 끄집어내어 통째로 삼켜버리려 했습니다. 그런 그의 발광은 머리만 달아오르게 할 뿐, 생각하기조차 싫은 생활 고역을 발정하는 숫캐처럼 헐떡거리며 자신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그런 연유로 그는 가정에서 소외되었고, 그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어떤 관심 대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할 자유를 얻었다고 자위했지만, 그의 사색과 실천적 고립은 맹목적인 난잡성에 머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단지 그것이 습관화되어 있거나, 무엇으로도 그의 욕구를 채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이러한 아집을 환기시키려해도, 자꾸 맹목적 아니 광신적으로 빠져들어 버린 나머지, 그의 이성마저도 혼란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직관의 최고점에 이르기 위해 그는 당분간 더 광분할 태세입니다. 그가 다시 창조되는 그 시간점을 정지시키기 위해 말입니다. 

 

그가 목숨까지 불사르며 반항할 대상과 싸우지만, 좀처럼 그에게 다가오길 꺼립니다. 그것이 불현듯, 우연히 그의 운명의 힘에 못이겨 맞서게 될 경우, 그가 그 불행을 이기지 못하여 죽음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삶의 커다란 의미가 부여된다면, 그도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인습화된 단두대가 그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무너질 일은 없겠지만, 그 단두대의 날이 언젠가는 무디어져 그의 감각에 눌리고 말 것이라는 자신감이 그를 지탱시킵니다. 

 

마지막으로 보들레르의 헛소리로 끝마칠까 합니다..."고뇌를 불순에 대한 지상의 영약으로 주신 나의 신(감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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