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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2.10.28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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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154940

찬바람이 소슬히 불면 아버지는 밥상을 엎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이었다. 저녁에 아버지가 또 밥상을 엎었다. 엄니는 흰 눈송이가 흩날리는 겨울밤에 그렇게 집을 나갔다. 밥상을 엎는 아버지의 모습을 처음 기억하던 날, 어린 나는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무서움에 벌벌 떨었다. 아버지의 품에 강제로 안겨 잠든 그날 밤은 아버지에 대한 공포의 천형이 되었다.

 

https://youtu.be/aAKzg5fqSqg

 

어린 나무 한 그루, 소녀가 물을 주면 솟구쳐 오르는 가지들은 물 위를 걷는 예수처럼 찬란했다. 어린 나무를 새장 속에 가두자, 뿌리는 점점 자라며 새장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녀는 뿌리 끝에 가락지를 끼웠다. 뿌리의 외마디는 굳은 살 배긴 손가락처럼 굽어갔다. 소녀는 어린 나무와 결혼식을 올리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 그 순간 나무는 소년의 형상을 띠고 가락지 낀 뿌리 마디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새장 주변은 물이 되어 소녀와 어린 나무를 받쳐주었다. 주위의 꽃들은 일제히 꽃잎을 휘날리며 물 위에 입맞추고 새들은 죽음을 노래하듯 눈물을 떨구며 가락지 위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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