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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2.10.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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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077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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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찰리 채플린이 삶의 페이소스를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딱 한 번 비 오는 거리(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에서 엉엉 울었던 적이 있다. 

 

어느 여름 날, 별안간 퍼붓는 장대비 속에서 엉엉 울면서 걸었다. 암튼 그 때 내 생에 가장 무지막지한 비를 맞았다. 

 

그 때 장대비를 홀라당 맞고서, 신발만 빼고 겉옷은 물론 속옷까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에벌리 브라더스의 crying in the rain 이 떠오른다.

 

https://youtu.be/cc7VNKIRe4s

 

영화를 보다 보면 유독 비 오는 거리를 비 맞고 걷는 씬이 많은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비 맞고 걷는 씬 중에 내 뇌리 속에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웨더비(Wetherby, 1985) 속 장면이었다. 그 씬을 다시 재생하고 싶지만 유튜브에 없다.

 

내가 그때 어마머마한 장대비를 맞은 심정은 이러했다. 20년 전 즈음이다. 서울 하늘 아래 어느 여름 날 새벽이었다. 하늘엔 구멍이 뚫린 것처럼 어마어마한 장대비가 퍼부었다.

 

'퍼부었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비를 피하고 갈까 말까 하는 망설임 속에 건너편 2층 피시방 앞 난간에선 한 남자와 여자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었다. 서로 연인 사이였는지 아님 부부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끔가다 남성은 고함을 치며 멱살을 놓으라고 상대방 여성을 간헐적으로 내려쳤고, 그 여성은 내려치는 남자의 손(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는 와중에도 남자의 멱살을 더 힘껏 잡아당겼다. 

 

잠시 서로 말이 오가다 여성은 "XXX같은 놈..." 하며, 별의별 욕을 남자의 면전에 퍼부었고 기회는 이 때다 싶어 재빠르고도 정확히 남자의 뺨을 후려 갈겼다. 이에 남성은 그것에 화가 치밀었는지, 전보다 더 거세게 여자를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원, 투, 쓰리, 스트레이트로 여자의 얼굴을 무방비로 내려쳤다. 

 

그 모습을 멀뚱히 보고 있자니, 이내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 나는 많은 갈등 속에서 그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하염없이 맞으며 걸었다.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희뿌연 길거리를 미친 놈처럼 걸었다. 알이 굵은 빗방울이 내 맨머리를 사정없이 강타하는 데, 머리가 몹시 아파왔다. 이내 비맞은 것을 후회하며, 새벽 내내 내 맘과 육신은 축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게 온몸을 흠뻑 적신 채, 새벽 내내 뒤척이며 차 뒷자석에 드러누워 새우등을 하고서 쓸데없는 삶의 설움과 비애를 쓰디쓰게 삼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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