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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2.09.0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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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05906

예전 박근혜의 진돗개 사랑이 유별했는데, 요즘엔 윤도리와 김뻔뻔이 토리를 애지중지하는 걸 보면 그들의 말로도 박근혜처럼 기시감이 듭니다. 오래 전 진돗개 때문에 개고생한 거 생각하면 진돗개 하면 저는 몸서리치게 됩니다.

 

21년 전 무인도에서 두 달간 홀로 생활했던 적이 있습니다. 서해상에 위치한 2만평 규모의 무인(초치)도였는데, 저녁이 되면 마냥 하나의 풍경을 언제나 감상하하는 게 제 일과 중에 하나였습니다. 붉은 노을이 수평선 너머로 붉게 타오를 때의 황홀함이라니,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붉은 빛으로 물든 바다가 어쩜 저렇게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고 처음 느꼈습니다.

아마 외로움도 한몫 했으리라고 봅니다. 유일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생명체라곤 진돗개 세 마리(수컷 한 마리, 암컷 두 마리)와 토끼 세마리, 그리고 어미 토끼가 낳은 새끼 두 마리, 똥강아지 다섯 마리, 닭이 10마리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까지 저는 동물을 키웠던 적이 처음이라 이래저래 서툴렀습니다. 동물들을 돌보는 두 달 동안, 닭이 한 마리 죽고, 새끼 토끼 두 마리와 똥강아지 한 마리가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참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물론 제 불찰에 기인한 결과였습니다.

전기도 자가발전이라 온종일 발전기를 돌릴 수 없었기에, 밤이 되면 촛불을 켜놓고 동이 틀때까지 책을 읽거나 라디오 방송을 듣곤 했습니다. 야행성인지라 섬에서도 그 습관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원래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오전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해야 하는데, 저는 새벽에서야 겨우 잠을 청하고 오후 한나절이 돼서야 깨어났습니다.

두 달간 있으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했지만, 세 마리 진돗개의 사랑 싸움에 골머리를 썩혔습니다. 세 마리 중에 엄청 잘 생기고 총명한 '백호'라는 수컷이 있었는데, 저랑 갖은 장난을 치며 백사장에서 노닐기를 즐겼습니다. 언제나 제 꽁무니를 따라 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게 낙이었죠. 그의 단짝 진순이(암컷)는 너무 내성적이고, 또 한마리의 진돗개 암컷은 개줄에 묶여 있었습니다. 만약 풀어 놓으면 암컷끼리 죽기살기로 서로 물어 뜯으며 싸워댔습니다. 

하기사 수컷 한마리에 암컷 두 마리가 있을려니 오죽하겠습니까마는.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백호가 발정이 났던지 진순이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며 거진 식음을 전폐하고 진순이의 생식기를 열심히 핥으며 자기를 받아들이라고 갖은 시도를 벌였습니다. 아직 진순이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던지 백호 녀석의 공세에 앙칼지게 저항했습니다. 참내 옆에서 그걸 지켜보자니 백호 녀석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백호의 생식기에선 누런 분비물이 맺히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얄미운 것은 진순이의 태도였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제게 달라붙지 않던 진순이가 옆에 가면 진순이가 살랑살랑 꼬리를 치며 자기 몸통을 제 다리에 비볐댔습니다. 이에 질세라 백호 녀석은 저의 접근을 자신의 온몸으로 막아서며 절대로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으르렁 거리며 무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빨을 딱딱거리면서 24시간 경계 태세로 진순이 옆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진순이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며 자기를 받아들이길 애태웠습니다. 그러더니 일주일 내내 진순이의 꽁무니를 따라다녔습니다.

일주일이 지났는가 싶더니, 백호 녀석의 발정기가 갑자기 사라지고 예전 모습대로 돌아왔습니다. 글쎄요, 제가 안보는 데서 서로 사랑을 나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달이 지났을까 싶은데 역시나 진순이의 배가 불러왔습니다. 저는 속으로 드디어 백호 녀석의 진념이 성공했구나 싶어 웃음을 띠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진순이와의 사랑이 끝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호 녀석의 발정기가 또 발동했습니다. 이번에는 묶여 있는 암컷에게 달라붙어 근 일주일 간 그 암컷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 암컷 또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던지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제가 옆에 다가가 먹이(사료)를 줄라치면 백호 녀석은 온몸으로 막아섭니다. 그 암컷은 애달픈 백호 녀석의 심기는 아랑곳 없이 먹이를 개걸스럽게 먹기만 했습니다. 

하루는 백호 녀석이 하도 괴롭히니까 그 암컷도 참다 못해 으르렁거리며 백호를 물어뜯자, 그걸 멀찌감치 떨어져 그걸 지켜보고 있던 진순이가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 암컷을 막 물어대면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참내 그 광경을 보자니 진순이가 얄미워 막대기를 들고서 진순이를 내쳤습니다. 그 암컷은 목덜미 뒤를 진순이한테 물려 약간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백호 녀석의 끈질긴 구애 때문에 애꿋은 그 암컷만 진순이에게 공격당한 꼴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풀어 놓고 싸우면 진순이가 그 암컷한테 맥을 못추거든요.

그런데 우스운 것은 수컷인 백호는 발정기가 오면 전혀 먹지를 않더군요. 그냥 물만 마실 뿐, 먹이(사료)는 전혀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그 본능이 동물 세계에서 무섭긴 무섭구나 하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묶여 있던 그 암컷이 깨어나 보니 보이질 않길래,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그 쇠고리에 연결된 굵은 철사줄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얼마나 백호 녀석이 사랑을 나눌려고 괴롭혔으면 자기도 몸부림을 하도 치다보니 쇠사슬이 끊어졌던 것입니다.

2만평이나 되는 섬을 샅샅이 뒤진 끝에 보니까 반대편 끝 낭떠러지 바위 틈에 백호랑 그 암컷이 위태로운 자세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가 밀물이라 저로선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몰라 애타는 가슴만 쓸어내리며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밀물 때문에 저런가 싶어 밤이 되면 썰물이 되니깐 돌아오겠지 싶었는데 밤이 돼서도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 정오 쯤에 저는 그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웬걸요, 확인해 보니깐 커다란 바위 틈에 그 암컷의 목에 매어진 쇠줄이 그만 끼고 말았던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가까이 가서 암컷의 쇠줄을 풀어줄려고 갖은 시도를 했지만, 백호 녀석이 전혀 접근을 못하게 막아섰습니다(그때는 백호 녀석도 필사적으로 덤빌 태세더군요.) 갖은 애(몽둥이를 들고 백호 녀석을 위협해도)를 써서 풀어줄려고 시도했습니다만 그만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전 속으로 '그래 너희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게 될 거다.'고 투덜거리며 숙소로 발길을 돌리던 와중에, 멀리서 후레쉬로 비쳐보자 백호 녀석은 그 와중에도 자기가 바위에 싼 오줌을 게걸스럽게 핥아 먹고 있었습니다. 갈증이 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말입니다. 윽~, 그리고 그 주위에는 역겨운 암내가 왜 그리도 진동하던지...

전 돌아와 그날 밤 내내 전전긍긍 했습니다. 조금 시간이 흘러 새벽이 돼서야 밖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글쎄 백호 녀석과 그 암컷이 나타났습니다. 꼬박 하루가 넘게 꼼짝 못하고 그곳에 있어서 그랬던지, 그 암컷은 커다란 대야에 담겨진 물을 신명나게 들이마시고 있었습니다. 저는 백호 녀석을 보자마자, '너 죽었어'하며 막대기를 들고 설쳐대자 그 녀석은 꽁무니가 내빼도록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더군요. 저는 그 암컷의 쇠줄을 낚아채 철사줄에 꽁꽁 동여매면서 투덜거렸습니다.

'너희들의 애정행각 때문에 내 심신이 얼마나 고달펐는지 아냐고?' 하면서.

 

결국 둘의 진한 사랑이 결실을 맺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인도에서의 두 달 간은 정말 키우는 동물 때문에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생활이었습니다.

 

https://youtu.be/7mHAtWHaylk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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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5 01:37
    베스트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