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화가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책 <빈방의 빛>(마크 스트랜드)을 읽고 있습니다
번역자 박상미 님의 ‘부재의 시인’이라는 표현에 눈길이 머물렀어요
‘자신의 부재를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군요
나는 과연 나의 부재/죽음을 고통스러워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부재/죽음보다 죽어가는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다 불현듯 아래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
저를 포함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현재를 즐기고 계실 모든 분들에게 바칩니다
(** ‘예측불가’ 님 꼭 읽어주세요)
언젠가는 사라진다
나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광활한 사막의 메아리처럼
원을 그리며 돌아오지 않는다*
허공 속으로 조각조각 흩어져
죽음과 하나될 뿐이다
내가 사라지면
사랑했던 그대들과의 추억도 사라진다
무심결에 들이마셨던 공기들도
방울방울 터지며 사라진다
정처 없이 헤매며 찍었던 길바닥의
발자국들도 모두 지워질 것이다
이름이나 이유 따윈 붙이지 않겠다
살아온 나날에 이름도 이유도 없었듯
죽음의 순간도 불현듯 닥쳐올 것이다
내게는 죽음을 증명할 방법도
죽음을 고통스러워할 이유도 없다
다만 남는 건 이런 것들:
몇 권의 책과 서툴게 그린 자화상
미처 발견하지 못한 조그만 손톱 조각
오래전 먼저 떠난 강아지에게
직접 만들어 입혔던 헤진 원피스
그리고 결코 채워진 적 없는 마음의 빈잔
빈잔에 찍힌 그대의 희미한 지문
* 앨런 긴즈버그의 시 [어떤 것들] 중
‘circles back’ 구절 변형함
꿀귤 🍯🍊 아니 🐷🍊 님 보고 있나?! 😊😊
** 댓글추천은 여러분의 복을 복리로 불리는 비결입니다 굽신굽신 🙏🙏
댓글 76
댓글쓰기너무 가슴에 와 닿는 시 입니다. 마치 미썸님이 직접 쓰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허무함을 뛰어 넘는 소멸하는 존재에 대한 아련한 아주 작디 작은 흔적 이네요.
그럴싸한 인생의 의미를 읆조리고 싶지만
난 그저 한숨만 깊숙히....
미썸님 🙆♀️💙 제 마음이 보이나요?
'언젠가는 사라진다' 는 마음이 찡하네요 눈물이 나요 ㅠㅠ 감사합니다
따랑합니다 ~^^
짝짝짝
갑자기 숙연해짐,,,,
마지막 두줄이 마음을 때리네요~ 그대의 희미한 지문.. 잘 읽었어요👍👍
채워지지 않아야 살아가는거겠군요!
잘 읽었습니다.
네,. 추 하고 갑니다.
성격상 난해하면 일단 어려워합니다^^
그대의 따뜻한 글은
곧 그대..네요🌹
부럽소..👉👈
멋지네요 미썸님
박종만의 짧고 강렬한 시가 생각나네요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속으로..였나 ㅎㅎ
죽은사람만 불쌍치 산사람은 살아진다고..
우리모두 강렬하게 존재합시당!!!!
미썸님! 재주가 끝이 없으십니다🥰🥰🥰팔방미인이심 ㅎ
등수에 못들면 큰일나기도 하공 ㅋㅋ
현재에 충실하며 후회하지 않게 즐기며 나누며 :)
사전트 그림글 쓰신 횐님 맞으시져?
예 딸램한테 그것도 몰라 눈빛 공격 받은 자 맞습니다.
쳇 ㅎㅎㅎ
👍🏼👍🏼👍🏼
아침에 커피와 함께 ☕️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