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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3.09.28 02:19  (수정 09.2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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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6696720

(21년 전 추석 즈음에)...K대 교정에서는 개교 **주년 축하 리셉션이 열리고 있었고, 그가 있는 곳은 어둠의 불길함만이 가득한 어느 저녁 공사판 안이었지...짓다 만 건물 공사장 안으로 누군가 터벅터벅 올라오는 걸음 소리가 들려왔어. 그의 퀭한 두 눈 속으로 허름한 복장의 노숙자가 자신이 몸소 누울 스트로플 위에 깊숙이 몸을 내던졌어.

 

그는 속으로 그 노숙자를 향해 빈정됐어, "개같은 전야에 궁상맞은 곳에서 동병상련을 느끼는 꼴이라니, 제기랄!"

 

그날 저녁부터 그의 귓속은 학교 교정에서 울려퍼지는 흥겨운 노랫가락에 윙윙거렸고, 갑자기 그의 누선은 보슬비와 함께 미묘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말았어. 그의 눈가에서는 흰 누비 이불 속에 파묻힌 어느 노숙자의 몸뚱아리가 어둠 저편에서 계속 아른거렸지.

 

불쾌하게도, 귀는 흥겨웠지만 눈은 어느새 생의 쓸쓸함을 가득 담고 있는 풍경이었어. 그는 추석 연휴에 돌아갈 고향을 등진 채, 쓸쓸히 어느 공사장 건물 안에서 그렇게 사흘 밤을 흰 누비 이불과 스티로플을 벗삼아 보냈지.

 

연휴에 내리는 빗줄기는 추적추적 그의 맘을 적셔왔지. 아침 저녁으로 쌀쌀맞은 날씨였지만, 각다귀들은 매일밤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라도 하는듯, 그의 귓바퀴 주위를 웽웽거리며 속삭(피 좀 줘!)였지.

 

그 정도의 청승이었으면, 명절 연휴이기도 해서 부모님이 생각날 정도로 처량한 신세였지만, 오히려 그는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지. 왠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지, 그때까지 삶의 절망과 아픔을 많이 맛보았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 며칠 동안 그의 마음 속 언저리를 두드렸던 닉 드레이크의 'DAY IS DONE'이 그의 맘을 아는 듯 위로해줬기 때문일까?


https://youtu.be/PCH6mzkygI0?si=9VwwegF6ZDHh9cFM

 

8년 전 추석 때 아래 링크시킨 음악을 듣다가 사정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성교할 때처럼 흥분에 휩싸여 사정했다.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연주하는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듣다가 말이다.

 

이것에 대해 어떤 분은 날 변태로 여길 분도 계실거다. 어느 페친은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아르헤리치라도 그랬을까요? 이쁘기도 해서가 알파 요인 아닐까요? ^^ 진솔한 표현이 좋았습니다"...즉 그 페친은 카티아의 비주얼이 한몫 했을 거라는 단정이다.

 

물론 부정은 못 한다. 근데 그때 내가 사정했던 주된 요인은 이렇다.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의 유려한 선율과 그것에 합일되는 카티아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표현력)이 황홀했기 때문이었다. 청각(선율)과 시각(비주얼)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어 나의 사타구니가 마구 조여오는 느낌이었고 결국에. 만약에 선율은 들리지 않고 카티아의 연주하는 모습만 시연되었다면 사정을 했을까? 절대 아니다.

 

아무튼 음악을 듣다가 사정하긴 난생 처음이라 어쩔 줄 몰랐다.

 

https://youtu.be/rVdENCL6Wlg?si=sQky6ZU_DTCZHaIl

 

(4년 전 추석 즈음에)...내 머릿속이 슬픔의 중력으로 휠지언정! 작년 추석 전에 엄니가 전화를 걸더니 볼멘소리를 하셨다..."네가 아버지보다 먼저 죽으면 어떡하니?"...난 속으로 엄니가 아부지의 장사를 지낼 걱정을 하고 계신다고 여겼다.

 

내 엄니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신 양반이다. 솔직히, 난 엄니가 나이들어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왜냐하면 오랜 세월동안 우울증을 앓으셨기에 그랬다. 근데 웬걸, 올 여름에 집에서 뵙던 엄니는 회춘하셨다. 엄니는 아부지에 대한 스트레스만 없으면 만사형통할 사람이다.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도 엄니의 스트레스를 덜기 위한 차원이다.

 

엄니는 절대 암으로 죽을 양반은 아니다. 왜냐하면 식습관이 너무나도 탁월하다. 고기는 젊었을 적부터 일절 입에 대지 않는 양반이었고(육고기의 비린내를 싫어할 정도로 비위가 약하다), 고기라고 해봤자 생선만 드시는 게 전부이고 국도 미역국, 무국 아니면 된장국이다. 반찬도 나물반찬 종류를 억쑤로 좋아하신다.

 

우리 아부지도 술담배를 그렇게 하는 데도 건강한 게 식습관이 좋기에 그렇다. 규칙(절제)적인 식사와 함께 과식하지 않고 싱겁게 드시는 편이다. 게다가 젊었을 적엔 육식을 즐기는 편이었지만 요즘엔 치아가 부실한 관계로 생선을 많이 드신다. 하기사 우리 집안은 오래 전부터 식탁에는 동태찌개와 이면수, 그리고 김이 빠지는 적이 없었다...요즘엔 동태가 귀한 몸이라...암튼 생선 종류는 식탁에 매일 오르다시피했다. 친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요인 중엔 술과 식습관 때문이었다. 담배는 물론 술도 매일 드시는 데다 짜고 맵게 드셨다. 간경화로 칠순 이전에 돌아가셨다. 

 

현재로선 팔순에 다다른 아부지가 나보다 오래 사실 확률이 높다. 아부지의 식습관이 탁월할 정도로 훌륭하기에! 나는 소식하는 편이지만 식습관은 좀 개판이다. 게다가 술담배도 무지 즐기는 편이다. 아마도 엄니는 내가 일찍 죽을 거라고 걱정하는 건 내가 식사를 제때 하지 않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집에서도 식사를 제때 한 적이 없기에 그렇다. 엄니가 전화할 때 늘 첫마디는 이렇다..."식사는 제대로 하니?"...나는 입으로 즐기는 것보다 머리로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입으로 느끼는 진미보다 머리로 느끼는 진미가 황홀하다.

 

(6년 전 추석 연휴 즈음에)...모처럼 심야영화로 '남한산성'을 보았다. 추석 연휴라 관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극장 안은 의외로 나 혼자였다. 타이틀 롤을 카메라에 담을려고 스맛폰을 스크린에 정조준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극장 여직원이 나타나더니, "영화가 시작되면 스맛폰은 켜시면 안 됩니다"는 중얼거림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인기척 좀 하시지!

 

아무튼 이 영화를 보고나서 손자병법의 경구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적이 강하면 고민하지 말고 피하라. 내가 약하면 숨어라. 피하는 것, 숨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내 병사들, 내 부하들, 내 민중들이 다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모멸감(치욕)도 참을 수 있다."

 

근데, 척화파의 김상헌이 영화 속에서는 자결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데 극적인 장치였다. 실제 김상헌은 장수하면서 안동 김씨(세도가문)의 실질적 비조였다.

 

국민학교 때 배운 시조 중에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세월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는 바로 김상헌이 청에 의해 심양으로 압송되는 심정을 읊은 시조였을 거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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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1 16:17
    베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