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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3.12.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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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8553786

단연코 '말' 조심하라고 하겠다.

 

세상에서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말을 안하는' 사람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쓸데없는) 말을 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살다보면 크건 작건 말 실수를 한다. 이미 뱉어놓은 물은 바지 가랑이에 쏟은 물처럼 순식간에 내게 망신을 초래한다.

그리고 한동안 그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 비유와 가장 비슷하며, 찜찜함도 오래 간다. 

 

내가 느지막이 첫 직장에 취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께서 내게 딱 하나의 당부의 말씀을 주셨다.

"직장생활 하면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어떠냐고 묻거든, 좋은 이야기만 해주거라. 나쁜 이야기는 다 돌고 돌아온다"고.

 

첫 직장 몸담고 2년 후 퇴사하면서 나는 그 말씀을 뼈에 사뭇치게 깨달았다. 

동료 직원들 험담은 하지 않았지만, 회사 사장과 임원 욕을 신나게 하고 다녔고, 결국 그런 과오는 내게 돌아왔다.

그럼에도 자의 혹은 타의로 나를 쫓아내지 않고, 떠난다고 할 때 붙잡은 그들. 

여전히 그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아량만큼은 분명 나보다 큰 사람들이 분명했다.

 

다음 직장 옮기고는 더욱 말조심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 게 참 쉽지 않다.

어디를 가나 파벌이 있고 서로를 욕한다. 내가 한 무리와 가깝게 지내면 지낼수록 그들과의 동조는 더욱 깊어진다.

끝내 티가 날만큼 함께 욕을 한 건 아니지만, 불편해지는 건 견딜 수 없다. 때마침 하던 프로젝트도 어그러져 그대로 떠났다.

 

이후로 다시 직장을 다니면서, 비로소 같은 실수는 하지 않고 있다.

참을 수 없이 어색한 '침묵'도 때로는 좋은 대답이 될 수 있다. 얼굴을 마주한다면 그저 씩 한 번 웃는 것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

험담하는 상대에 대한 지적도 좋지만, 그건 뒷일을 감당할 수 있거나 그 사람이 나의 조언을 받아들일만큼 관계가 깊어진 후에나 가능하다.

 

인생 중반에 들어와서야 어느 정도 실천할 수 있는 이 깨달음. 그럼에도 삶에서 종종 기침처럼 '헛소리'가 튀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우선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혹시 물을 쏟진 않았나. 다음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누군가 젖은 내 사타구니를 바라보고 있는가.

연이은 헛소리를 더 내기 전에 스스로 단속하는 것만이 이 깨달음을 실천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사랑과 기침, 헛소리는 참을 수 없으니까..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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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0 10:54
    베스트

    동감합니다

  • 2023.12.10 11:36
    베스트

    좋은 글입니다.

  • 2023.12.11 18:36
    베스트

    감사합니다. 알면서도 잘안되는게 남이야기더라구여. 내 이야기 하다보면 남 이야기 나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