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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3.11.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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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8148642

나이가 마흔이 넘어도, 엄마의 그늘이 왜 이렇게 힘들까요.

저는 모든 '막장 드라마'와 '30년대 가족소설'을 엄마를 통해 직관했다고 생각하며 삽니다. 

 

올케를 오빠에게 처음 소개받던 날, 엄마의 첫대사는 '임신만 하지마라'였습니다.

명절날 점심때 친정집 전화를 받고 친정에 가고 싶다는 며느리에게 '그걸 왜 이제 얘기하니, 차막히면 우리 아들 운전하기 힘든데'였습니다.

올케는 산후조리를 우리집에서 했습니다. 

 

엄마가 전화해, 올케 흉을 보면, 

"엄마, 남의 딸 얘기하지마, 엄마 딸년은 웨딩드레스입고 담배핀 년이야."라고 이야기합니다. 

 

--------------------------

 

엄마는 아주 늦둥이 막내딸입니다. 

큰 이모와 20살 차이가 납니다.

 

부모의 보호에 대한 갈증을 평생 채우지 못해,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방과 후 바로 귀가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아니, 중학교때부터 아버지가 픽업을 했고- 하교가 늦어지는 고등학교땐  엄마와 아빠가 픽업을 했습니다. 

 

엄마에겐 그것이 지극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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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혼을 하고, 

엄마는 실어증이 걸렸었습니다.

 

대학에서 데모를 하고, 연락이 두절됐을 때에도, 

기어코 아버지를 대동하고 학과장을 찾아왔던 엄마가, 

내 이혼에는 무너졌습니다. 

 

조금은 엄마가 불쌍했습니다.

 

'남들한테 딸이 이혼했다고 말하기 쪽팔려서 스트레스 받은 거 아니'냐는 말에

분개했습니다. 

 

엄마는 사위에게

'부모가 다같은 부모가 아니'라며, 서울에 전세 한 칸 얻어주지 못하는 전 시부모를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자네 부모는 나'라고 했고, 

저는 엄마는 앞으로 내 남편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

 

엄마는 아버지 월급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부'를 스스로 이루었습니다. 

 

엄마는, 

성적, 부, 사회적 존경- 처럼 빛나는 성과를 목표로 사는 인생이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자꾸만-

어떤 가치들을 삶에서 올려놓고, 내려놓고를 반복합니다. 

 

사는 게, 왜, 이런 애증이어야 할까요.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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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7 00:53
    베스트

    자려다 위로 드립니다. 의외로 님과 같은 가족간의 특히 철없으신 부모님 때문에 갈등이 있습니다.  제가 드릴 조언은 일단 독하게 서로 서로 분리입니다. 응원드립니다.

  • zamzaBest2 작성자
    2023.11.27 01:01
    베스트
    @너와집 대학에 입학하면서, 15년 넘게- 독하게 엄마를 외면하면서 살았습니다. ^^ 제가 나이가 들었나봐요. 어느 순간, 세상 모든 악과 엄마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뭐라고- 자식에게만은 헌신적이었던 분을 외면하나, 싶더라고요..
  • 2023.11.27 01:06
    베스트
    @zamza 🙏🙏🙏🙏
  • zamzaBest1 작성자
    2023.11.27 01:18
    베스트

    최근에 부모님 칠순 기념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지독하게 모르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도 나도 불쌍해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족족, 보다 나은 것을 들먹이며, 투덜거리는 것을 '한국 부모님의 만족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엄마를 보내고, 혼자 밥을 먹으며 울었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눈이 없는 엄마의 딸이어서 슬펐고, 

    간섭과 걱정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엄마가 안쓰러웠습니다.

  • 2023.11.27 07:32
    베스트
    @zamza 함께 여행다녀오신 후라서 더 힘드셨나봐요~
    토닥토닥
  • 2023.11.27 01:22  (수정 11.27 01:33)
    베스트

    어머니는 통제하고 휘두르는 삶을 살아오신것같아요 주제넘은 말씀이지만 애정결핍으로 인한 집착 때문이 아닌가싶네요

    zamza님께서는 그런 어머니를 부정하면서 죄책감을 가지신듯하고요

    이런 딜레마가 zamza님의 삶을 좀먹는 느낌이 드네요

    글잘쓰셨어요 글이 애증관계를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되길 바래봅니다

     

     

  • 2023.11.27 03:32
    베스트

    토닥토닥 위로 드립니다

  • 2023.11.27 11:35
    베스트

    나이 들면.. 더 안 바뀝니다ㅠ

    저도 견뎌보려 했으나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되었습니다

    친정만 가면 숨을 못 쉬고..

    그렇게 조금씩 멀리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애증은.. 어쩔수 없는거 같아요

    님의 건강, 인생을 위해서라도 

    분리할건 분리하시는게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간 견디며 살아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토닥토닥

     

  • 2023.11.27 18:17
    베스트

    가족 문제 위로 드립니다.

    가족이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면 조금 거리를 두심이~

    토닥토닥

  • 2023.11.27 19:04
    베스트

    토닥 토닥... 힘드시겠네요 ㅠㅜ

  • 2023.11.27 20:46
    베스트

    삭제한 댓글입니다.

  • 2023.11.28 09:14
    베스트

    Have a good day 

  • 2023.11.29 19:02
    베스트

    엄마의 굴레에서 벗어날 용기가 생기길 바랍니다.

    엄마는 변하지않을 거에요.

    자신은 더 힘들어질것이고

    나이드신 부모님을 보면서

    더 연민이 쌓일것이고 자신은 지쳐가고

     

    거리를 두는 용기

    나를 아끼는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 2023.12.15 04:38
    베스트

    나를 부모로부터 분리하고 독립할 결심. 60이 다되서야 그걸 햇네요.ㅠ

    대체로 이런 분들이나 저도 부모에게 인정욕구가 있어요. 내려 놧어요.나를 위해.

    자신은 절대 완벽한 존재처럼 평생을 그리 살아왓는데 우짜겟어요 

    문재인시절에도 국짐을 찍으며 그당시의 여당을 견재해야한다는 뻘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