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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추석 연휴 기간동안 개최된 PBA(프로당구대회) 투어에서 남녀 우승자로 위마즈(튀르키예)와 히다(일본)가 첫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선 우승을 축하드린다.

 

모든 스포츠(마인드 스포츠 포함)를 통틀어 세계대회에서 오십(지천명)을 넘기고 환갑의 나이에도 우승할 수 있는 종목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당구(3쿠션)가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

 

현재 세계캐롬연맹(UMB)에 소속된 선수들 중에 세계랭킹 1위는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이다. 현재 야스퍼스의 나이는 만 57세다. 야스퍼스 이전에 브롬달(스웨덴)이 3쿠션을 주름잡았는데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중이다. 현 브롬달의 나이는 육십갑자를 한바퀴 돌아 이제 환갑이다.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들 중에 쉰 살을 넘겨서도 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포츠가 당구(3쿠션)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오래 전에 레이몽 클루망(벨기웨 출신의 3쿠션 황제)은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선수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그야말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로 2001 UMB 월드챔피언십 3쿠션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당구는 신체적 능력보다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숙력(체화)된 기술이 발현되는 스포츠라는 걸 입증한다.

 

팔팔한 이십대 시절, 도서관에서 독해하기도 어려운 철학책을 쌓아 놓고 대여섯 시간을 읽어도 체력은 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력이 딸려서 힘들었다. 근데 지금은 몇 단락을 집중하여 읽으면 머리의 체력이 딸려 오래 시간 읽는 게 힘들다. 그 대신에 전보다 이해력은 일취월장하여 자유자재로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다.

 

대다수 스포츠도 육체적으로 하는 운동이기에 젊었을 때가 피크이다. 머리를 쓰는 바둑도 젊었을 적엔 기세가 대단하고 수읽기가 빠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수읽기도 딸려 상대적으로 젊은 기사들에게 맥을 못춘다. 근데 나이가 들수록 잘 하는 스포츠가 있었으니 그게 당구이다. 당구는 체력의 소진이 덜하기에 그렇다. 당구는 큐를 다루는 숙련, 그리고 경험(당구대의 파악과 당점, 그리고 스트록의 강약 조절 및 숙련된 감각을 내장하여 창의적인 경기력 - 성공률이 높은 3쿠션의 길을 찾고 포지션 플레이 -를 펼침)에서 우러나오는 기술이 나이가 들수록 완숙해지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당구의 3쿠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는 레이몽 클루망이 3쿠션 세계대회에서 6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승했던 것이다. 물론 요즘엔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층이 두텁기에 나이가 들수록 우승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어떤 스포츠에서 환갑을 넘기고도 세계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가 당구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이왕지사 당구 얘기를 꺼낸 김에 당구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에 허슬러(1961)를 소개한다. 이 영화의 속편격인 영화는 '컬러 오브 머니(1986)'이다. 이 두 영화의 주연은 공교롭게 폴 뉴먼이었는데, 폴 뉴먼은 속편에서 기어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허슬러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만도 했지만, 출중한 연기력에 비해 상복이 없던 폴 뉴먼이었다. 그의 부인이었던 조앤 우드워드는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두 번 수상했지만 말이다. 폴과 조앤은 잉꼬부부로 소문이 자자했다. 허슬러는 당구를 소재로 한 사랑이야기다. 허슬러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현대의 사랑이란, 한마디로 변질되고 왜곡되고 무력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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