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기 시작한다. 내게 '자궁'이란 메타포는 상처받지 않은 순수한 영혼들이 모여 있는 원형이다.
그래서 탄생한 내 졸시가 자궁 3부작인데 비명(별이 없는 밤), 거머리, 그리고 '탄(歎), 생(生)'이다.
그러니까, 자궁은 단순히 여성의 생식기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https://youtu.be/DpDJoETgfkI
비명(悲鳴)
우울함이 감도는 넋두리에 지치어
야음夜陰의 스산함이 담배연기와 연소되고
역한 니코틴 비린내에 취하여
빈사의 동공은 촉촉이 팽창된다.
이 두 손에 잠긴 시간은 무엇을 기억할까?
내 처녀의 자궁子宮 속으로 눈물은 흘러 떨어져
이 무력감을 달래는 권태에 안기어
늘 쓰디쓴 허무로 엷디엷은 목구멍을 적신다.
별이 없는 밤하늘 가까이 가까이
눈망울은 하염없이 밤하늘에 일렁이고
검푸른 먹구름이 몰아오는 불면속에
독기서린 몽상은 어둠속에 목메인다.
뇌성벽력은 나의 온몸을 잠 깨우고
소스라쳐 놀라 번쩍뜨인 의식은
어지러이 휘감기는 공포에 떨게 만들어
빗발치는 소나기를 맞으며 비명을 내지른다.
+
거머리
눈물방울을 뚫고 나온 거머리
잘록한 처녀의 허리를 타고 내려와
자궁 속 깊숙이
애달피 몸뚱이를 오므린다.
+
탄(歎), 생(生)
자궁을 탈출하는 순간
누구나 살려고 발버둥치지, 울면서
아이는 머리가 커지면서 바라는 게 힘들다는 걸
삶과 희망, 꿈과 절망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속 토양에 머리를 파묻고
타고난 길들여짐에 익숙해지네
먹고 치장하는 게 인정과 체념의 변증이라는 걸
본말이 전도되고 머릿속 분열은
살아있다는 간사함에 늘 주눅이 들지
그것이 인생이라며
세상속 머저리들은 삶의 매뉴얼을 만들어
다리미질을 하지, 빳빳이
다 늙어서야 이렇게 살았네 하면서
후회와 기만으로 찌든 채 죽어가지
또다시 사타구니에 있는 힘을 줘 가면서
남자는 아늑한 자궁 속에 몸을 지피고
여자는 잉여된 아기들을 잉태하며
서로 만족에 들떠 매번 실수를 반복하지
저미는 생식기에 입맞추며
저마다 살아가는 외로움을 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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