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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작문/소설/대본] 발정하는 암캐처럼
2024.01.11 02:47  (수정 01.1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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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9565687

새벽 내내 부엉이처럼 날밤 새고
다들 바삐 출근하는 시간대를 노려
초췌한 몰골로 집에 슬며시 들어가 밥을 먹고
잠깐 자다 깨어 일어나
백주에 수면제 삼아 병나발 불고
또 잠을 청하다가
어슴푸레한 어둠이 깔리면
어느 새 그의 눈꺼풀은 밤의 기운을 받아
자연스레 눈의 총기가 빛을 발한다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의 육신은 계속 축나고
위는 점점 쓰려온다.
누군가가 이런 걸 방해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 불안에 떨며
그렇게 살 바에 죽는 것이 낫다고
누가 말했던가!
아니 그렇게 술만 들이키면
무슨 울분이 그렇게 많았던지......
서럽게 울어제치는 그를 지켜보던 그녀는
틀림없이 자살할 거라는 악담을 그의 면전에 퍼부었다.
미쳤어, 사는 게 복수라고 맞받아치는 그의 오기는
아니라고 절대로 아니라고 우겨보지만
어찌할 수 없는 우울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그의 천성은
일부러라도
다른 이들에게 값싼 동정을 사고 싶지 않았다
밟고 명랑하게 발버둥쳐보자는 그의 최면은
자의적인 속임수였다는 것을 누가 알까나!
누군가에게 심오한 감정이라도 들킨 건 같아 수줍어 말 못하고
두려움을 가장하기 위해 꼴갑지도 않은 웃음을 뱉어내고
생각하기조차 싫은 고역을 씹어 삼키며
발정하는 암캐처럼
차갑게 식어가던 가슴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짓누르고 
오늘도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며
후회막심한 일로 번민하다가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것으로 하루를 접는다.

 

https://youtu.be/-UGrjmM27q4?si=dNa0zt_MGqZW1l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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