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양영희 

재일코리안 2세 영화감독. 북한에 있는 가족과 일본에 남은 가족을 주제로 다큐 영화를 만들었음. 대표작 디어평양, 굿바이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

전직 대통령이 대통령 시절의 외치를 주제로 대담집을 낸다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그 해 봄 어느날 오후를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우리집에서 나만 유난스럽게 정치적 성향이 두드러지지, 식구들은 무던히 국짐은 최악이라 뽑을 수 없기에 민주당을 뽑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날 그 오후에 마침 내가 일이 일찍 끝나서, 밖에 나왔있던 식구들 나를 기다리며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 전직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는 장면을 보며 두근두근 하고 있었다. 그날의 그 반짝거리는 햇살과 이제 정말 뭐가 바뀌려는가보다 하는 기대감. 우리 식구들까지도 이렇게 감격할 정도로..! 그래,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더라도 개성공단은 다시 시작하겠지? 대통령이 신은 노란 등산화는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업체에서 만든 것이라고 얼마나 홍보를 해왔던가. 그런 그이니, 뭐가 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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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졌다. 세월호는 여전히 깊은 바다 속에, 개성공단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은 그냥 지옥이라고 한다. 양아들 윤석렬은 대통령 3년차다. 다음을 준비하지 않은 정권을 연장하지 못한, 잠깐 찬란했던 시절에 세웠던 공적들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그래, 그랬지. 검소하고 청렴으로 상징되며 낡은 구두와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던 청와대 고위 인사는 급하게 청담동 아파트 전셋값을 올리며 망신을 당했고. 이 정부의 상징을 보여준다. 내실은 없고 결과적으로 이미지 정치에 충실했던. 결과가 나쁘면 아무리 과정이 훌륭해도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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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책을 두고 잡설이 길었다. 상념에 자꾸 빠져든 탓이다. 제주가 국가가 보낸 깡패들에 의해 무고한 시민들이 너무 무참하게 죽고. 죽고. 죽어갈때 영희 엄마는 겨우 일본으로 도망칠 수 있었고. 거기서 만난 조선인 남자와 결혼하여 세명의 아들과 귀한 막내딸을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 오사카에는 이렇게 사연 많은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부락을 이루고 살았고. 조총련 소속이었던 영희의 부모는 아들 셋을 모두 북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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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을 주제로 한 영화는 단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그들을 관찰한 영화. 영화는 끝이 있지만 그들의 삶은 끝이 없는 걸 알기에. 검은 물 속에 가라앉은 이들 중에는 이산가족들도 있지. 지난 세월 정권이 바뀔때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녹았다, 얼었다 결국은 풍화되어버린 채로 눈을 감았을 사람들. 이제 몇 분이나 남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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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희 감독은 다시 그 예쁘고 귀한 조카를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