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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3.12.25 00:45  (수정 12.2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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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9012724

제법 쌀쌀했던 늦가을. 나고야라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3만5천엔짜리 작은 원룸을 얻었고, 겨우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짐만 샀다. 

 

방안에서 입김을 "후~"하고 불면 하얀 김이 담배연기처럼 뿜어져 나올만큼 전기를 아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한 몇 달 동안 식비도 아꼈다. 빵과 수돗물로 아침을, 오후 4시 쯤에는 300엔이 넘지 않는 식사를 했다. 건강을 위해 가끔 우유는 챙겨 마셨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친구들도 사겼다. 돈을 벌게 되면서 생활도 나아졌다. 가급적 우리나라 사람들과의 만남은 피하고 싶었지만 이곳 역시 한국사람들은 많았다. 

 

어쩌다 칸쿠라브(한국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 마마(술집 여주인)를 알게 되었는데 나를 좋게 봐줬는지 아르바이트 제안을 했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 애가 일본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하는데 니가 좀 가르쳐 줄래?"

 

2000년대 초반. 당시 일본의 시급은 우리나라 시급의 거의 3배 이상이라 일본으로 돈 벌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술집에서 일하는 누나들도 많이 왔는데 대부분이 관광비자로 입국해 무비자로 일을 했다. 

 

그 술집 누나들이 출근 전 꾸미는 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들이었다. 물론 미용실 직원도 무비자 불법체류자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사업이 시작됐다. 

 

"내가 일본에 온지는 1년 정도 됐거든. 말은 어느 정도 하는데... 제대로 배우질 못해서. 비자가 없으니 일본어 학원도 못다니고. 말은 좀 배워서 한국 돌아 가야하지 않겠니?"

 

나보다 나이는 3살 정도 많았던 것 같다. 잠깐 3개월 정도 미용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는데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했다. 

 

"누나는 일본어를 잘해요? 영어를 더 잘해요?"

"당연히 일본어를 더 잘하지!"

"그럼 내가 불러 주는거 영어로 한 번 써봐요. 대문자 D"

"뭐??"

"그냥 써봐요. 대문자 D, 소문자 d. 대문자 L. 소문자 l. ....."

"자 다썼지!"

"이제 그럼 히라가나 써 볼게요. 히라가나 누ぬ."

"뭐???"

"히라가나  누 말이에요. 누!"

"어....누가... 이건가?? 아니..이거??!! 아! 이거다 이거!"

"그럼 가타가나 누 써보세요"

"가타가나 누?? 그건 모르겠는데...."

"누나, 영어 보다 일본어를 더 잘한다고 하면서 대문자, 소문자는 막힘 없이 잘 쓰는데 일본어는 왜 히라나가, 가타가나도 바로바로 못써요?"

 

이 테스트 하나로 스스로가 깨닫게 된다. 내가 정말 일본어를 모르고 있었구나.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언어는 의지가 없으면 배울 수가 없다. 

가르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배울 의지가 있어야 선생의 스킬도 발휘할 수 있다. 

 

"일주일 동안 히라가나, 가타가나 완벽하게 외워오세요. 알파벳 쓰듯이 쓸 수 있을만큼요" 

 

 일본어는 우리나라와 어순이 같고, 비슷한 발음과 표현이 많아 일상적인 기초 회화를 배우기까지는 정말 쉽다. 나는 그저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오기가 생기게  만들어 주면 됐다. 거기에 내가 가진 노하우들을 가르쳐줬다. 

 

다행히 누나의 일본어 실력은 쑥쑥 늘었고, 수업도 상당히 즐거워했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일본어 공부로 날린다고 말 할 정도였다. 

 

덕분에 누나와 같은 숙소를 쓰던 다른 누나도 일본어 과외를 받고 싶어 했다.  무조건 1대 1 수업만 한다는 나의 철칙에 따라 한 명이 끝나고 나서 수업을 진행했다. 

 

일본어를 속성으로 잘 가르쳐 준다는 소문은 금방났다. 미용실에 손님으로 오는 누나들의 과외 요청이 쇄도했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도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누나들이 많았다. 식당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면서 과외 수업을 늘려 나갔다. 여기서 일본어 과외만 하고 먹고 살까는 생각이 들 만큼 수입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처음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의 과외를 하게 됐다.  

 

IMG_4122.jpeg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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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5 00:47
    베스트

    네 연재 시각 좀 알러주시여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00:49
    베스트
    @F킬라칙칙🧨 와이프 일찍 잠들고 다음날 바쁘지 않은 밤이요^^
  • 2023.12.25 00:50
    베스트
    @삼일카레 아내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어여 맨날맨날 자장가 불라드릴랑게
  • 2023.12.25 00:48
    베스트

    끊기 신공!!!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00:51
    베스트
    @꽁~아짐 저때 참 좋았는데ㅎㅎ
  • 2023.12.25 00:50
    베스트

    캬 카사노바 스토리같다!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00:52
    베스트
    @카루소 저 시절 저는 정말 순진했답니다ㅠㅠ
  • 2023.12.25 00:51  (수정 12.25 00:51)
    베스트

    9910C64C5DD7602F20.jpeg

    연상녀 킬러 메모메모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00:53
    베스트
    @최야 누나들은 학생이고! 저는 선생일 뿐이었습니다^^
  • 2023.12.25 01:10
    베스트

    ㄷㄷㄷ다음화 언제연제되나요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09:06
    베스트
    @🐱아톰토미✨ 와이프 일찍 자면요^^
  • 2023.12.25 01:46
    베스트

    와 삼일카레님 정해인 비스므레

    다음 화 기대기대합니다.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09:06
    베스트
    @미자🐾 즉석복권 필요하세요??? ㅎㅎ
  • 2023.12.25 13:51
    베스트
    @삼일카레 네 즉복 입문 2일차입니다
    자꾸 땡기고 싶구만요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14:35
    베스트
    @미자🐾 저도 개털이라 몇 장 못보내드렸습니다ㅎㅎㅎ
  • 2023.12.26 00:03
    베스트
    @삼일카레 와 감사합니다. 함 끌거볼게예
  • 2023.12.25 10:51
    베스트

    너무 재미 있어요. 다음편도 기대!

  • 삼일카레 작성자
    2023.12.25 14:35
    베스트
    @너와집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12.26 18:20
    베스트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부는 진짜 좋으시네요~

    👍👍👍👍👍👍👍

  • 2024.01.0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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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싸는 참 잼나는 곳이예요 인생경험이 넘쳐나는곳 다음편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