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복학을 한 나는 모든 강의 시간에 맨 앞줄에 앉았다.
이유는 없다. 그냥 뭐든 열심히 하고 싶었다.
한 학기가 끝나갈 즈음 나를 성실한 학생으로 본 교수님이 생겼다.
"자네 일본 교환학생으로 가 볼 생각없나?"
"교수님, 저는 일본어도 하나도 모르고 학점도 정말 안좋습니다"
1, 2 학년 평점 2.35. 학사 경고 2회. 히라가나 조차 읽을 줄 몰랐다. 물론 일본어가 전공도 아니었고 그 흔한 드래곤볼, 슬램덩크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되네. 내가 추천해 줄테니 한 번 신청해 보게"
말도 안되는 제안이었지만 교수님이 직접 데리고 국제교류처에 가 교환학생 신청서를 작성했다.
시즈오카이공대학교라는 전문대학교인데 워낙 시골에 갔다 온 학생들의 평판도 좋지 않아 지원자가 한 명도 없다는 걸 알게됐다.
열흘 뒤 교환학생 면접이 있었고 열심히 자기소개를 외웠다.
일본 원어민 교수님과 면접을 봤다. 열심히 외운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끝내자 일본어로 질문이 들어왔고.
"교수님, 한국어 다 알아들으시죠. 제가 사실 일본어를 하나도 모릅니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면접 결과는 탈락. 미달인데 탈락이라는 결과가 이상해 담당자를 찾아 갔다.
"학생은 일본어를 하나도 못하죠? 학과 성적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죠? 이번 학기 교환학생은 보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너 같은 놈을 보내느니 차라리 아무도 안보내는게 낫다는 말이었다.
없는 것 보다 못한 존재. 해놓은 것이, 보여줄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아무말도 못하고 돌아섰다.
여름방학이 시작 되고, 삭발을 했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밥 먹는 시간을 빼고 일본어만 공부했다.
5개월 만에 일본어 능력시험 2급을 땄다. 다음해 여름 1급 시험도 턱걸이로 합격했다.
중간에 와세다 대학교 교환학생 모집이 있었지만 나는 떨어졌다.
아쉬움은 없었지만 이대로 졸업하기는 싫어 휴학을 결정했다. 도쿄도 오사카도 아닌 곳으로 떠났다.
나.고.야.
-카레집을 시작한지 내년이면 벌써 13년이 되네요. 13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망하고, 차리고, 망하고, 차리고. 그동안 개업한 곳만 10곳이 넘고, 또 그만큼 망했습니다.
언젠가 소소하게 책으로 엮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혼자 원고를 쓰는 일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책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 보이기도 해서... 몇 번을 쓰다가 "내 주제에 책은 무슨~" 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기에 가볍게 그동안의 에피소드들을 써보려고 합니다.(포인트 앵벌이 하는거 아닙니다ㅎㅎ)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보고, 듣고, 읽어도 망하는 이유는.
직접 망해보지 않아서일 수 도 있습니다.
모쪼록 잇싸 분들은 망하는 일 없이 승승장구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 23
댓글쓰기형 글도 재밌당 ㅎㅎ
카레 사면 책은 부록으로 추천드립니더
(일명끼워팔기)
추천~~👍👍
크 먼가 글에서 끓어서 나온다 진국이다 카레같다
내 기억엔 기자생활도 했었다는 거 가튼디..
앗, 맞아요! 부끄럽지만 기자도 했습니다ㅎㅎ
재밋떵
아~~기대된다
연재 부탁드려예 꼭
재밌습니당
요새 자가츨판도 많이 하니까네... 재밌게 볼께요!!^^
아직도 지기횽아랑 딜 성사 안됏ㄱ으예?? ㅜ
보는 사람이 재미 있으면
잘 쓰시는거죠~
카레사업 번창하시고
재미난 글도 기대 할께요~^^
빨리 다음글 주시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