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가로등이 드문드문 서있는 골목길, 귀에 이어폰을 꽂은 여자가 자신을 뒤따르는 남성을 발견함. 이 남자, 단순히 목적지가 겹친건지 의도적으로 뒤를 밟는건지 매번 여자와 같은 쪽으로 방향을 틂.(여자는 이어폰을 꽂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가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건지 모름)

카메라는 시종일관 여자의 정면을 비추며 여자와 그녀를 따라오는 남자의 모습을 한 화면에 보여주는데(가로등이 듬성듬성 있는 골목이기 때문에 남자는 실루엣만 보이고 정확한 모습은 볼 수 없음)여자가 왼쪽 모퉁이를 돌고나면 몇초 뒤 남자도 뒤따라 모퉁이에서 나타나고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도 몇초 뒤 남자가 모퉁이에서 나타나 계속 여자를 따라옴. 그렇게 세번째 모퉁이를 돈 곳에서 남자가 더이상 따라오지 않음.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거친 숨소리와 함께 땀을 닦음, 손수건이 젖을만큼 땀이 흥건함. 그리고 약 10초 뒤, 다른 길로 갔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뒤늦게 카메라에 잡힘. 카메라, 여자의 얼굴을 비춤. 대사 한마디 없지만 표정으로 그녀의 심리상태를 짐작할 수 있음.(가로등 바로 밑에 서있기 때문에 여자의 표정이 강조됨)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함, 남자의 걸음도 빨라짐. 아니 빨라진 것 처럼 보임, 정확히는 알 수 없음.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를 두어번 반복함. 이 남자가 자기를 따라오는건지 그저 같은 방향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자는 자리에 딱 멈춤. 그리고 여자가 멈추는걸 확인한 남자도 그 자리에 멈춤. 여자가 눈에띄게 동요함.

그때 뒤의 남자가 들릴듯말듯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말함'

'야...(잠시 침묵) 뛰어.'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여자는 미친듯이 뛰며(여기부터 카메라의 시점이 자유롭게 바뀜) 이골목 저골목으로 마구 방향을 틀고 남자도 벽을 금속으로 긁으며(여자 입장엔 이게 흉기인지 다른 물건인지 알 수 없음) 일부러 여자에게 자기 위치를 드러내면서 따라옴, 벽을 긁는 소리가 왼쪽에서 들렸다가 오른쪽에서 들렸다가, 약간 앞쪽에서 들리는 듯 했다가. 여자는 어느 방향으로 도망쳐야 할지 갈팡질팡 함

패닉에 빠진 여자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으으으 허어어엉 살려주세요오오' 울부짖으며 외치지만 오로지 남자의 벽 긁는 소리만이 적막을 깰 뿐임 」

결말은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ㅋㅋ

특별할 것 없이 흔한 소재지만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