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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작문/소설/대본] 19년 전 서울 상경기..
2022.09.1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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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409875

19년 전, 서울 상경기...엊그제 저녁에 급한 맘에 서울로 상경했다.

 

이곳 횡성에서 우연히 사귄 친구 녀석의 티코(물론 내가 2년 동안 몰고다니다가 친구에게 준 똥차^^)를 빼앗아 냅따 국도를 타고 유유히 서울에 입성했다.

 

양평과 구리(6번 국도)를 통과 망우리를 지나 중랑교를 건너 청량리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좌회전을 해야 한다. 좌회전 직전 G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왜냐하면 바로 건너편에 현대(?) 아파트 입구에서 얼마전까지 약국을 경영하신 곳이기 때문이다. 

 

그냥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갈까 하는 망설임 속에 늦었다 싶은(어느새 시간은 밤 10시 가까이였다.) 마음에 지나치기로 한다.

 

나의 목적지는 K대 근처 어느 고시원이다. 작년 겨울, K대 정문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고시원에서 며칠 동안 빈둥대다가 다시 집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몇 권의 책(진중권의 폭력과 상스러움, '랭보, 지옥으로부터의 탈출' - 랭보의 책은 작년 5월 M님의 시인등단을 축하드리기 위해 산 책이었는데 아직도 주인공의 손에 들어가지 못한 채 내 손안에 있다. 속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M님! 시인으로 등단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 백경, 오만과 편견,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이상의 단편소설집 등등)과 구두 한켤레, 홑이불을 남겨둔 채 집으로 내려왔다.

 

작년 겨울, 여러 고시원을 둘러보고 선택한 고시원이 지혜(아마 내 무의식 속에 '지혜'란 이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 같다.) 고시원이었는데, 주인의 고향이 횡성이었다.

 

같은 고향 사람이 반가웠던지 며칠 묵을 동안 그냥 있어도 된다면서 주인 아저씨가 아침밥을 챙겨주셨다. 엊그제도 잘 때 없으면 방 하나를 내 줄테니깐 자라고 하신다. 아무튼 그 고시원에 들려 짐이 온전히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고시원을 나섰다.

늦은 시각이라 마땅히 볼 사람이 생각나질 않았다. 맥주 두 병을 들이키고 작년 여름에 잘 가던 피시방으로 향했다. 

 

진보누리에 들어가자마자 공지사항이 떴다. 목요일 한강 둔치에서 진보누리 오프모임이 있나 보다.

 

잠깐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개골목님의 핸펀 번호를 보고 전화를 건다. 면식이 없는 관계로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진보누리를 눈팅하는 사람인데...혹시, 성북구에 사시면 술 한잔 하자고 권했다. 물론, 그 전에 개골목님이 어디에 사시는지를 실례를 무릅쓰고 물었다. 양천구에 사신다고 하니 너무 거리가 멀어 나의 의도는 빗나가고 말았다. 그래도 개골목님이 반갑게 맞아주시는 것이 고마웠다. 목요일에 꼭 참석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피시방에서 한 시간을 때우고 주차해 놓은 차가 걱정되어 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벌써 누가 견인해 가겠다는 경고 딱지를 붙여 놓았다.

 

할 수 없이 고시원 옆에 공동 주차장으로 쓰이는 곳으로 차를 갖다대었다. 물론 무료다. 

 

그런 후에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방에 들어가 벌러덩 누웠다. 잠이 안 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오전 10시였다. 

 

간단히 씻고 버스에 몸을 싣고 정릉으로 향했다. 내가 중*고등 학창 시절을 보냈던 동네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정릉이다. 정릉 입구 길음시장 옆 아파트는 새 단장을 하고 입주가 완료된 상태이다. 3년 만에 그렇게 변했던 것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김밥 집에 들어가 김밥 한줄을 말끔히 먹었다. 근처 피시방에서 두 시간을 노닥거리고 로터리 쉼터에서 맥주 한 캔을 해치웠다.

 

허름한 복장을 하고 눈의 동공은 풀릴 대로 풀린 어느 중년의 남성이 다가오더니만, '선생님 담배 있으시면 한 개피만...', 담배 한개피를 그렇게 선생님 호칭과 맞바꾼 셈이다. 언제 내가 '선생님'이란 호칭을 들을까나! 

 

상경했는데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시각이 오후 3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지금 작업실에서 작업중이란다. 저녁 6시에 끝날 때 연락주겠다고 한다. 그 무료한 시간을 달랠 길 없어, H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전화를 안 받는다. 젠장~, 한량한 사람이 전화도 안받고 뭐하는가 싶어(물론 수업중이겠지만), F에게 메세지를 띄웠다. 어엿쁜 F를 보고 싶어서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케이다. G를 포섭해 오라는 지상명령과 함께.

 

약속 시간까지는 두시간 남짓 남았다. 어디서 시간을 때울까 하는 고심 끝에 2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그토록 서울 생활에서 나의 지식의 보고이며 창고였던 정독도서관이다. 참여연대 건물 앞에 내렸다. 공사중인가 보다. 무엇인가 한참 뜯어내고 고친다. 

 

책을 한 권 사야지 하는 맘에 인사동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간혹 그 서점에 가서 몇 권의 책을 사곤 했다. 내가 사고 싶었던 책이 없어서 고심 끝에 F가 그림 그리는 사람이기에 매치되는 책을 골랐지만 F가 맘에 들어할 지 모르겠다.

 

전에 G에게는 책을 선물했기에 따로 사지 않았다. 대신 조그만 화분 하나와 함께 그 해 전 나 혼자 설레방쳤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탕을 사기로 맘을 먹는다. 지하도 안에 우연히 조그만 꽃가게가 보이길래, 주인 아주머의 말에 의하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조그만 대나무순(?)과 선인장 화분을 두 개 샀다. 

선물할거냐? 멀리가져갈 거냐?, 하면서 주인 아주머니가 이것저것 물으신다. 예쁘게(?) 포장은 했지만 들고다닐 것을 생각하니 약간 계면쩍었다.

 

털레털레 정독도서관으로 향했다. 여전히 도서관 안 공원 벤취는 아베크족의 물결이다. 멀티미디어실이 더 좋아진 모습이다. 시간 여유는 딱 40분이다. 안티조선 우리모두에 들어와 '산이 좋아'방에 들어가 D님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

 

한 시간 가량 남은 시간을 어떻게 때울까 하다가 공원 벤취에 앉았다. 도서관 안 연못이 새롭게 단장되었다. 물레방아도 돌아가고, 몇몇 아베크족들이 음식을 사들고 와서 벤취에 앉아서 정겹게 먹는다. 보기 좋다.

 

30분이 지난 후, 슬슬 몸뚱이를 움직였다. 인사동 앞 횡당보도 앞에 이르자 범시민단체에서 나온 남성 두 분이 6.13 추모대회의 운영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깜박하고 있다가 사탕을 사야한다는 생각에 문구점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사탕, 초콜렛이 있다. 포장되어 있는 사탕이 없어 낱알을 한움큼 쥐었다. 포장할려는 맘에.

 

나는 멋도 모르고 보석함에 담을려고 했다. 주인 왈, "그건 보석함인데 좀 그렇지 않아요. 차라리 상자에 담는 것이 어때요?" 한다.

 

내가 언제 이런 선물을 해 본적이 있나?^^  아저씨 말대로 조그만 상자를 하나 가져와 담았다.

 

약속 시간은 10분 남았다. S약국에 다다랐다. 미리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발을 재촉했지만 F는 보이지 않는다.

 

우두커니 약국 앞 모퉁이에 앉았다. 모처럼 이리저리 걸어서 힘이 쭉 빠졌다. 이내 F가 생긋 웃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더욱 앳띤 소녀의 모습을 하고서 말이다. 청스커트가 마냥 예뻐 보였다.

 

근처 찻집에 들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작업실 동료의 전시회가 내일이라고 하는데 준비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F가 전시회 팜플렛을 건네 준다. F가 전시회장에서 뺏어온 조그만 도너츠가 의외로 맛나서 주섬주섬 줏어 먹었다. 

 

날을 잘 골랐다고 F가 말한다. 오늘 G와 S님과도 통화를 했다고 한다. G는 7시 반에 온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F와 달콤한 시간을 때웠지만 좀처럼 나의 낯가림은 가시지 않는다. 반쯤 넋을 빼놓고 있거나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 지를 모르겠다.

 

얘기하는 도중 F가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자신이 로또 복권에 담청되면 지금쯤 어땠을까?'하는...아마 그림 그리는 것을 때려치고 더 재밌는 것을 할려고 하기 때문에 그림(창작)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고. 그럴지도 모른다고 속으로 나는 맞장구를 친다.

 

아마 나도 로또 복권에 담청되었으면 더욱 날 망가뜨리지 않았을까 한다. 그 넘쳐나는 돈으로 술을 퍼먹었을 것이며, 잔인한 시간의 권태스러움을 느끼지 않을려고, 마약(?)에도 손을 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한다. 물론 창작을 한답시고 갖은 실험을 다 해보았을 것이다. 

 

https://youtu.be/ztGPYPArA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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