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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3.06.21 18:22  (수정 06.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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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4691889

몇 년 전에 어느 페친(왕자님의 골수팬)께서 손수 기타를 치면서 프린스의 Nothing Compare To You 를 멋지게 부르는 동영상을 링크시켰는데 인상적이었다. 이 노래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25년 전 이맘 즈음, 첫사랑과 달콤한 사랑놀음에 한창 빠져 있을 시절이었다. 그해 3월 말 즈음 재차 가출한 첫사랑은 40일 가까이 나와 함께 지내다가 오월 첫날에 내 강압에 못 이겨 다시 익산으로 내려갔다.

 

첫사랑은 익산에 내려가서도 전화상으로 날 믿지 못해 괴롭혔다. 그런 연유로 첫사랑에게 연애 편지를 처음 쓰게 되었다. 첫사랑은 어느 편지에선가 이런 답장을 했다..."이제 오빠를 믿는다"...그런 계기가 되었던 내 편지는 아마도 십계명을 패러디하여 보낸 "지혜를 위한 십계명"이란 편지를 첫사랑이 읽으면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얼마나 내 편지가 구구절절했으면서 그 편지를 통해 첫사랑은 믿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에 그런 난리법석(가출)을 떨었던 것도 날 믿지 못해 그런걸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내 사랑이 부족했구나 싶었다.

 

아무튼 첫사랑은 날 믿는다는 답장에서 '이제 오빠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고 언급했다. 정말이지 그랬다. 그토록 날 못 미더워하며 나의 사랑을 온갖 테스트로 실험했는데 말이다. 그 의심은 오월 첫날에 내려가서 6월 중순까지 계속되었다. 날 믿는다는 그 이후부터 그녀에게선 일절 전화연락도 사라졌다. 그녀의 말마따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8월 31일에  정말 편지 한통이 날라왔다.

 

그동안 자기 엄니가 많이 아팠고, 이래저래 자기도 힘들다면서 자기 좀 잡아달라며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이다. 이 세상에서 자기 엄마 못지않게 오빠를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안정을 찾게 된 그녀의 모습을 보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9월 7일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생일을 직접 축하해주고 싶은 맘에 익산에 내려가겠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그녀는 극구 말리며 내려오지 말라며, 생일 같은 건 친구들과 함께 하며 된다고 말했다. 난 그 말에 빈정이 상했다. 자긴 멋대로 가출하고서 자기 맘대로 하면서, 내 맘을 몰라주는 그녀가 얄미웠다. 괜스레 날 보게 되면 또 마음이 흔들릴까 봐 그랬을까.

 

그렇게 몇 달 동안 없었던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빈정상했던 마음이 그녀에게 그대로 표출시키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로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들려왔다. 아마도 그녀는 전화 도중에 음캠을 듣고 있어지 싶었다...나랑 함께 할 때 종종 듣던 래됴 방송이었다...그때 흘러나왔던 음악이 시너드 오코너의 'Nothing Compare To You'였다. 난 대뜸 이 노래를 아냐고 그녀에게 물었다. 첫사랑은 나의 물음에 투명스럽게 대답했다...'내가 알 것 같애?'...그랬다.

 

그 투명한 대답에 더욱더 심술이 났더랬다. 난 그 노래의 제목을 빗대어 내겐 첫사랑이 그러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데 첫사랑이 그걸 몰라주는 게 아닐까 싶어 심술이 나고 말았다. 그때 내 입에선 무심결에 '헤어지자는' 말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첫사랑은 잠시 아무말도 없다가 어두운 톤으로 '오빠를 믿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난 맞받아쳤다. '믿긴 뭘 믿는냐고, 날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맞냐고, 이제 우리 헤어지자는' 말을 또 내뱉고 말았다.

 

그제서야 그녀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그래 우리 헤어져! 오빠!  훌륭한 시인이 되라면서'...그렇게 시너드 오코너의 'Nothing Compare To You'는 첫사랑의 별곡으로 쓰이고 말았다. 지금 이렇게 첫사랑을 회상하면서도 자책하는 나는 정말이지 머저리다.

 

https://youtu.be/0-EF60neguk

 

그 소녀는 비밀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재우는 참 이상한 아이!'라고 썼던 걸 기억한다. 난 이상하다 못해 심술맞은 머저리 같은 녀석이었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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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2 09:50
    베스트

    기슴 시린 첫사랑 💗💗💗

  • 이지튀르 작성자
    2023.06.22 09:55
    베스트
    @코딱지 가슴 아픈 첫사랑을 하셨나예?^^;;
  • 2023.06.22 10:28
    베스트
    @이지튀르 비밀욧🤫🤫🤫🤣🤣🤣
  • 2023.06.22 10:29
    베스트
    @이지튀르 이지튀르님 재밌게 잘 읽고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 이지튀르 작성자
    2023.06.22 10:35
    베스트
    @코딱지 재밌게 읽을만한 글을 못 써서 죄송합니데이^!^;;
  • 2023.06.22 11:03
    베스트
    @이지튀르 글도 잘 쓰시는데 겸손까징 👍
  • 코딱지
    2023.06.22 11:03  (수정 06.22 11:04)
    베스트
    삭제된 댓글입니다.
  • 2023.07.06 11:49
    베스트

    다읽고 나니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왜 첫사랑은 저리고 아픈지.....,,

  • 이지튀르 작성자
    2023.07.06 12:20
    베스트
    @엘지전자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애뜻했지 싶어요.ㅠ
  • 2023.07.25 15:15
    베스트

    제 첫사랑 이별곡은 케니지(Kenny G)의 미라클 앨범입니다.

    10대의 끝자락~20대의 처음을 눈오는 밤 내내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들으면서 울고 일기쓰고 울고 한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