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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3.04.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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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묘역(은 선생의 인품마따나 소박하다)을 4년만에 다시 찾았다.

 

해월 최시형부터 무위당 장일순 선생까지 성현의 반열에 오른 분들은 세상에 대해 분별심을 망각했기에 위대했지 싶다.

 

우린 뭐가 그리 잃을 게 많은 지 하루라도 분별심을 놓지 않고 살아가기 바쁘니 무위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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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위당 장일순 어록
.
.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김익록. p227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
#무위당 장일순을 아세요?_이철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을 알고, 그분의 예지를 흠모하게 되면 좋겠지만 아직은 우리들의 꿈이고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입니다.

 

추사의 ‘불이선란(不二禪蘭)’과 대원군의 ‘석파란(石坡蘭)’을 이야기하지만, 민초를 그린 듯도 하고 보살의 얼굴을 그린 듯도 한 선생님의 ‘무위란(無爲蘭)’은 거기서도 또 한 걸음 나아간 경지라고 저는 믿습니다. 난초이기도 하고 흔한 잡풀이기도 한 풀포기 위에, 꽃대를 치고 꽃잎을 그린 붓 자국이 마치 사람의 조용한 얼굴입니다. 반가사유상의 그윽한 표정과 비견할 만 하지요. 고요도 있고 웃음도 있고 초탈과 깊은 사유가 있는 그 표정은, 사람과 자연이 둘이 아니라는 큰 진리를 또렷하게 드러냅니다.

 

“이 사람아, 그런 빚은 무서워할 것 없어. 저질러!”
자급자족하고 주경야독하면서 제가 얻고 깨달아 배운 것이 많았지요. 논밭일이 제 삶을 가꾸어 온 것을 생각하면 백골난망이라 해야 합니다. ‘자연과 인간이 한 몸인 것을’ 머리로가 아니라 온몸으로 깨달으라고, ‘빚을 내서 땅을 사라’고 하셨을 줄 압니다. 천지여야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그 어려운 문자가 “땅 사!”의 외마디에 다 담긴 셈입니다.

 

불취어상(不取於相)은 금강경의 한 구절입니다. 살면서 만나는 눈앞의 온갖 헛된 것에 속아 넘어가지 말라는 말씀이십니다.

 

지례유불인, 지의불물(至禮有不人, 至義不物). 예가 지극하면 나와 남이 구별되지 않고, 의가 지극하면 나와 무연한 저 물건이라고 할 것이 없다는 의미겠지요.

 

쏟아지듯 급한 세상사에 늘 마음을 주시면서도 조급하신 법이 없고, 잘나고 못난 것에도 차별을 두시는 법이 없었지만, 못난 것들과 ‘세상에 깨진 놈들’에게 더 따뜻하고 자별하셨습니다. 아픈 데 손길이 더 가듯 그렇게 한 번 더 마음을 주셨던가 봅니다. 못난 저도 그 자애로운 그늘에서 십 년 넘도록 행복하게 깃들어 지낼 수 있었습니다.

 

생전에 선생님을 뵐 기회가 없었던 분들께도 선생님의 말씀이 삶의 지혜와 지침이 되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 향기가 못 가는 데 없고 인적 없는 골짝에서도 그 향기를 감추지 않는다는 말씀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선생님을 그대로 보여 드릴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선생님의 향기가 다 알라서 하시리라 믿고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깊은 산골에 핀 난초의 향기로움을 저잣거리 한가운데서도 나눌 수 있었던 분.-이병철(전 귀농운동본부장)

오늘은 1990년 입추/산길을 걸었네/소리 없이 아름답게 피었다 가는/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삶의 도량에서
세상에 태어난다는 사실은/ 대단한 사건 중에서도 대단한 경사입니다
태어난 존재들이 살아간다는 것은/ 거룩하고 거룩합니다
이 사실만은 꼭 명심해야 할/ 우리의 진정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가끔 한밤에 풀섭에서 들려오는 벌레소리에/ 크게 놀라는 적이 있습니다
만상이 고요한 밤에/그 작은 미물이/자기의 거짓 없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들을 때
평상시의 생활을 즉각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부끄럽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럴 때면 내 일상의 생활은 생활이 아니고/ 경쟁과 투쟁을 도구로 하는/ 삶의 허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삶이 삶이 아니었다는 것을/ 하나의 작은 벌레가 엄숙하게 가르쳐 줄 때에
그 벌레는 나의 거룩한 스승이요
참 생명을 지닌 자의 모습은 저래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가슴깊이 새기게 됩니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문득 발밑의 풀들을 보게 되지요/사람들에게 밟혀서 구멍이 나고 흙이 묻어 있지만/그 풀은 대지에 뿌리내리고
밤낮으로 의연한 모습으로/해와 달을 맞이한단 말이에요.
그 길가의 모든 잡초들이/ 내 스승이요 벗이 되는 순간이죠.
나 자신은 건전하게 대지 위에 뿌리박고 있지 못하면서/ 그런 얘기들을 했다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잘 쓴 글씨
추운 겨울날 저잣거리에서/군고구마를 파는 사람이 써 붙인/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군고구마’라는 글씨는 보게 되잖아.
그게 진짜야/그 절박함에 비하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못 미쳐

書必於生(서필어생). 글씨는 삶에서 나온다

#밥 한 그릇
해월 선생이 일찍이 말씀하셨어요/밥 한 그릇을 알게 되면/ 세상만사를 다 알게 된다고/밥 한 그릇이 만들어지려면/ 거기에 온 우주가 참여해야 한다고/ 우주 만물 가운데 어느 것 하나가 빠져도/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질 수 없어요/ 밥 한 그릇이 곧 우주라는 얘기지요/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힘을 합하지 않으면 생겨날 수 없으니/ 밥 알 하나, 티끌 하나에도/ 대우주의 생명이 깃들어 있는 거지요.

#출세
요즘 출세 좋아하는데/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출세지요
나, 이거 하나가 있기 위해 태양과 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이 지구 아니 우주 전체가 있어야 돼요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돼요.
그러니 그대나 나나 얼마나 엄청난 존재인 거예요.

#향기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맡은 일은 열심히 하다 보면
향기는 절로 퍼져 나가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요.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바라는 것이 없이 그 일을 하고 가는 것이지요.
그 길밖에 없어요.

#수행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아, 수행하라는가 보다’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게 좋아요.
그것이 바닥을 기어서 천리를 가는 것입니다.
납작 엎드려서 겨울을 나는 보리나 밀처럼
한 세월 자신을 허물고 닦고 가다 보면
언젠가 봄날은 옵니다.

虛心如仙(허심여선). 마음을 비우면 신선과 같다

무엇을 이루려 하지 마라
앉은 자리 선 자리를 보라
이루려 하면은 헛되느니라
자연은 이루려는 자와 함께하지 않느리라

#손님
자네 집에 밥 잡수러 오신 분들이 자네의 하느님이여.
그런 줄 알고 진짜 하느님이 오신 것처럼
요리를 해서 대접해야 혀.
장사 안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은 일절 할 필요 없어
하느님처럼 섬기면
하느님들이 알아서 다 먹여 주신다 이 말이야.

#똥물
친구가 똥물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바깥에 선 채 욕을 하거나 비난의 말을 하기 쉽습니다.
대개 다 그렇게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럴 때 우리는 같이 똥물에 들어가서
‘여기는 냄새가 나니 나가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면 친구고 알아듣습니다.
바깥에 서서 입으로만 나오라 하면 안 나옵니다.

#나를 찌른 칼
자네 그렇게 옳은 말을 하다 보면 누군가 자네를 칼로 찌를지도 몰라
그럴 때 어떻게 하겠어?
그땐 말이지.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칼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다음
그 칼을 그 사람에게 공손하게 돌려줘.
그리고 날 찌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고생했냐고
그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해 주라고. 거기까지 가야 해.

天無善惡(천무선악), 하늘은 선과 악이 없다

#화목
한집에 사는 두 사람이 화목하면 그들이 ‘산아 움직여라’하면 산이 움직인다

#경쟁
…요즘 자식을 가르칠 때 ‘너 일등해라’하고 가르치지요.
사회적으로 이게 얼마나 공해입니까?
내 자식이 꼭 일등해야 한다는 건 남의 자식은 다 뒤로 처지란 얘기 아니에요?

 

#상
…자연에는 경쟁이 없잖아요.
그런데 인간 세상에서 자꾸 잘난 것을 받들게 되면
저절로 다툼이 일어나게 마련이에요

#함께 가는 길
깃발을 너무 앞세울 때는
함께 가는 사람 가운데 늦게 일어난다거나
일을 게으르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무라기 쉬워요
미워하는 마음이 일기 쉽다는 거예요
그러 때는 말이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어깨동무를 해서 일으켜 세워
같이 가는 마음이 중요해요

#혁명
혁명이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에요.

아직 생명을 모르는 사람들 하고도 만나라 이거예요.
보듬어 안고 가자는 거지요.
그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때 변하는 거거든요

 

#변화
사회를 변혁시키려면 상대를 소중히 여겨야 해요.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적에만 변해요.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르다는 것을 적대 관계로만 보지 말아야 해요
내 것이 옳다고 하는
매우 이데올로기적인 틀을 갖고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만 판을 짜려고 해서는
세상의 큰 변화를 이루기 어렵지요.

내게는 아버지 같았던 분.-김민기

눈물겨운 아픔을 선생이 되게 하라

 

#조 한 알
나도 인간이라 누가 뭐라 추어주면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내 마음 지긋이 눌러 주는 화두 같은 거지요
세상에 제일 하잘것없는 게 좁쌀 아니에요?
‘내가 조 한 알이다’하면서
내 마음을 추스르는 거지요.

#나의 병
지금 지구도 암을 앓고 있고
자연 전체가 암을 앓고 있는데
사람도 자연의 하난데
사람이라고 왜 암이 안 걸리겠어요
그러니까 큰 것을 내게 가르쳐 누느라고
결국은 ‘너 좀 앓아 봐라’
하고 아마 그러신 것 같아요

하나의 풀이었으면 좋겠네/차라리 밟아도 좋고/짓밟아도 소리 없이/그속에/그속에 어쩐면 그렇게

옛날에 어데서 보니까/성서가 밑씻개가 되더군/역시 예수님이 사람 살리더군

 

#종교
모든 종교는 담을 내려야 합니다/모든 종교의 말씀은 같아요/어차피 삶의 영역은 우주적인데 왜 담을 쌓습니까?
그것은 종교의 제 모습이 아닙니다/담을 내려야 합니다
너는 어떤 종교, 나는 어떤 종교라는 걸 존중은 하되/생활과 만남에 있어서는 나누어져서는 안 됩니다
생명은 ‘하나’니까요.

 

#문 열고 세상 속으로
민중은 삶을 원하지 이론을 원하지 않아요
이제부터는 정당이나 정치로는 한계가 있어요
간디와 비노바 바베의 실천 사례에서 배워야 돼요
종교로 우회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자면 사회 변혁의 정열 이외에
영혼 내부의 깊은 자성의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 땅의 풀뿌리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고, 사람 사는 도리를 가르쳤던 해월 최시형 선생이 지금 단순히 동학이나 천도교의 스승이 아니라 이 겨레, 이 나라 사람들 전체의 스승이듯이 장일순 선생의 자리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조석마다 끼마다 상머리에 앉아/한울님의 큰 은혜에 감사하자/하늘과 땅과 일하는 만민과/부모에게 감사하자/이 모두가 한 뿌리요/한 몸이요/한울이니라

敬於食(경어식),밥을 공경하라

 

#거룩한 밥상
이 물 한 컵, 밥 한 사발, 김치 한 보시기/이것은 제왕이나 다름이 없는 거룩한 밥상이란 말이에요
그 자세, 그 깨달음이 없으면/ 언제나 남의 호화로운 것에 도취해가지고
최면에 걸려서/오늘날의 문명 속에서 오는/매스컴을 통해서 오는 환각 때문에 맨날 겉돌게 돼요.

 

#새알 하나, 풀잎 하나
해월 선생 말씀에/‘천지만물 막비시천주야라.’
하늘과 땅과 세상의 돌이나 풀이나 벌레나 모두가/ 한울님을 모시지 않은 것이 없다 했어요.
그래서 제비알이나 새알을 깨뜨리지 말아야 하고/ 풀잎이나 곡식에 이삭이 났을 때 꺽지 말아야 하거든요…

 

#이천식천
‘이천식천이라.’/‘하늘이 하늘을 먹는다.’고 했어요/그 풀 하나에/ 낟알 하나에 우주가 다 있는 거라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다’는 해월 최시형의 말씀. 강자에 의해 약자가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기를 북돋워 주고 서로 키워 주는 상생의 원리를 말한다

 

#향아설위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향아설위(向我設位)’라는 거예요.
그것은 종래의 모든 종교에 대한 대혁명이죠.
늘 저쪽에다 목적을 설정해 놓고
대개 ‘이렇게 이렇게 해주시오.’하고 바라면서
벽에다 신위(神位)를 모셔 놓고 제사를 지내는데,
그게 아니라 일체의 근원이 내 안에 있다.
즉 조상도 내 안에 있고
모든 시작이 내 안에 있으니까
제사는
내 안에 있는 영원한 한울님을 향해 올려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상대를 변화시키며 함께
반생명적인 일체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나야 해요.
그것은 주먹으로 상대를 때려눕히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변화시키는 운동으로
비협력으로 해야 돼요
3.1만세에 민족의 자주와
거룩한 민종의 존재를 천명하는 속에서도
비협력과 비폭력이라고 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었어요.
그건 바로 동학의 정신이에요.
또 그 동학의 정신이 뭐야.
아시아에서 수천 년을 내려오는 유불선의 맥에서 온 거지요.
모든 종교가 이제는
자기 스스로 가지고 있던 아집의 담을 내리고
서로 만나면서
이 지구에 한 삶터, 한 가족, 한 몸, 한 생명
이것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이냐
하는 것을 서로 얘기해야 돼요.

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사회에 밀접하면서도 사회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 속에서 영향을 미치고 변화시키면서도 본인은 항상 그 밖에 있는 것 같고, 안에 있으면서 밖에 있고, 밖에 있으면서 안에 있고, 구슬이 진흙탕 속에 버무려 있으면서도 나오면 그대로 빛을 발하는 것 같은, 그런 사람은 이제 없겠죠.-리영희([전환시대의 논리])

일체 중생이 내 한둘기 꽃 속에 깃들어 있음을 알아야 하거늘

 

#선과 악
길고 짧은 게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 하나의 다른 모양이에요
…이건 항상 선이고 저건 언제나 악이고/ 그럴 수는 없어요
따라서 선이 선을 고집하고 나머지를 모두 악으로 몰아 버리면/ 바로 그 선이 악이 되는 거예요.

#내가 없어야(무아)
석가가 말하기를/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
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가장 존귀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젊어서 읽을 때는 교만한 말로 읽히더니
요즘 가만 생각해 보면
그보다 더 겸허한 말씀이 없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분들에게는 한 점도 사(私)가 없었으니까요
터럭만큼도 사가 없는데
어디 그 이상 겸허할 수가 있겠어요?

 

#무위
무위라는게 어떤 거냐
배고프다고 하면
그 사람이 날 도운 적이 없고
또 그 사람이 날 죽일 놈이라 했다고 하더라도
배가 고픈데 밥 좀 줄 수 있을까 했을 적에
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이에요
…저 놈은 옷 줘 봤자 뒤로 또 배반할 테니가 옷 줄 수 없어
그것은 무위가 아니야
그것은 ‘유위(有爲)’지
우리가 얼핏 생각할 때
건들거리고 노는 것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계산 보지 않는 참마음
그런 것이 무위지요.

 

#하나
…무위는 계산법이 없으니까
‘이렇게 하면 이로우니까’의 관계가 아니라는 거예요.

#관계
물을 나눌 수 있습니까?
…인간들이 만드는 소유의 역사에서나 나눌 수 있는 거지,
땅은 나눌 수 없다 이 말이에요
지구는 하나!
또 공기를 나눌 수 있습니까?
공기까지 나누는 판이 된다고 할 적엔 이건 다 가는 거라
다 ‘하나’라는 말이에요
다 하나인 그 속에서 이야기할 때
인간관게, 자연관계, 모든 관계가 바로 서지요.

一花之中天地(일화지중천지). 한 송이 꽃 속에 천지가 있다

 

#산은 산, 물은 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은
이거다 저거다 헤아리지를 않는다는 얘기예요
일체 만물이 나와 같은 뿌리요
나와 뿌리가 같다는 말은 결국 한 몸이라는 말인데
나다 너다
이렇다 저렇다
따지고 가릴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산은 산, 물은 물이라고 할 때
그 산과 물과 그걸 보는 내가
모두 한 몸이라는 꺠우침을 바탕으로 해야 되지요

 

#공평하게
하늘은 사람이고 벌레고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다 빛을 비춰 줘요…풀 하나도 우주가 뒷받침해 주시는 거예요.

하는 일 없이 안 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하여 늘 한가하며 엎드려 머리 숙여
밑으로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한 포기 산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김지하

아아 온 천하가/ 비바람 거세게 불던 날/ 꺽이지 않고
눈보라 치며 얼어붙던 날/ 죽지 않고
그대는 따사롭게 가슴에 파고드는/ 맑은 향기였어라
지학순 주교님의 생전을 기리며/ 무위당은 이 난초를 칩니다

 

#문제를 풀려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 무공해로 먹으려 들고
옷만 피부에 염증이 안 생기게끔 무공해로 꼭 입으려 드는데
생각에 공해가 왔을 때에는 세상이 다
먹고 입고 생활하는 게 다 공해가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一切唯心造. 모든것이 마음에서 이루어진다

 

#생명의 길
…주판알도 잘못 놓게 되면 훌훌 털고 다시 가야죠…

#내가 아닌 나
…따지고 보면 ‘내가’ ‘내가 아닌’ 거지
그것을 알았을 적에
생명의 전체적인 함께하심이
어디에 있는 줄 알 것이에요

우리는 연대 관계 속에
유기적인 관계 속에
헤어질 수 없는 관계 속에서,
투쟁의 논리가 아니라 화합의 논리
서로 협동하는 논리 위에 있을 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연
기계문명이라는 것 자체가
능률과 효과를 최고로 치지 않아요?
기계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고
오로지 그쪽 방향으로만 치닫게 마련이에요
그렇게 되면
천리(天理)나 자연의 법도에서 멀어지게 되는 거지요
자연의 일체만상이
서로 불가분의 연대 관계 속에 있는데
거기서 벗어나 자꾸 멀어지게 되니까
그런데도 그걸 좋은 것으로 여기고 자꾸만 벗어나니까
결국은 미쳐서 자멸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나 자연의 법도는 그런 게 아니에요
빠른 놈도 있지만 느린 놈도 있어서
그것들이 함께 어울려
하나의 ‘자연’을 이루어가는 거예요.

 

#동고동락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편하고 즐거운 것만 동락하려고 들지요
그런데 고(苦)가 없이는 낙(樂)이 없는 거예요.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동고동락한다는 것 자체가 생활이지
동락(同樂)만 한다면 생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살림
이제 시대는 공생의 시대예요
자연과도 공생해야 되지만
제대로 사는 것을 모르는 사람하고도
공생해야 된다 이거예요
그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가서 만나고 안아 주고
그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그렇게 하는 속에서 연대가 되는 거다 이 말이에요
우리끼리만 맛있는 것 먹고
우리끼리만 몸에 해롭지 않는 것 먹고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해 나간다고 할 것 같으면
언제 이 일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겠어요?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유기농을 하는 분만 아니라
농약을 쓰고 비료를 쓰는 농사꾼까지도
안고 가야 한단 말이에요
그렇게 해야 그 사람들도
이 길이 옳다 하고
이 길로 변화해야 하겠다고 해서
우리와 만남이 있게 되잖아요

 

#생산자와 소비자
…우리가 모두 소비자인데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가 먹고 살 수 있어요?
또 소비자가 없으면 농사꾼이 생산할 수 있어요?
바로 그런 관계다 이 말이에요.
이게 없으면 저게 없고
이게 있으면 저게 있고
우주의 모든 질서는
사회적인 조건은 그렇게 돼 있다 이 말이죠
그러니 누구를 무시하고
누구를 홀대할 수 있냐는 말이에요.

 

#가난한 풍요
…인간과 땅이 불화해서 살아갈 수 있나요?
우리가 만일 오늘 누리는 ‘풍요로운 가난’을 청산하고
옛날 선조들이 지녔던 ‘가난한 풍요’를 되찾는다면
그건 문제가 아니지요
시방 우리가 얼마나 낭비가 많아요?
세계의 큰 도시들 몇 개가 낭비해 없에는 것만 가지고도
전 지구의 기아 문제를 넉넉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오류
무농약의 음식을 먹으면 건강하다고 하고
또 장수도 한다고 하고, 자 좋지요
다 좋은데 저만 오래 살려고
저만 오래 건강하려고 그렇게 되었을 때에는
바로 그 자체가 엄청난 공해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한살림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이기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에게 이롬기 때문에
이렇게 하자 할 때에는
또 하나의 위태로운 세력을 형성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지난 날에 수없이 겪어 왔어요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하나의 큰 오류의 씨앗을
이 세상에 뿌리고 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한살림 운동을 한다는 것은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는 이갸기를 나누는 것이고
각자가 넘어지면 일으켜 주는 것이지
그것을 갖자는 이야기가 아니지요.

공자의 仁者壽(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 노자의 死而不亡者壽(죽어도 잊히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죽지 않고 살고 계신, 그야말로 ‘사람의 인격은 죽어서도 계속 된다’는 말에 딱 맞는 분.-전호근(철학자)

無名有閒(무명유한). 이름이 없으니 한가롭다

#맨몸
사람들은 돌이나 총칼이 최대의 무기인 줄 아는데
그게 아니에요
간디는 맨몸이었어요
가진 것이 없었다 이 말이야
그것이 최대의 무기였지요
없으니까 탈도 없었고
운동은 간디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하는 것이 좋아요
맨몸이 가장 좋다 이 말이야
구호조차 외치지 않는 게 좋아요
구호 또한 뭔가 가진 것이 아닌가?
누군가에게는 구호 또한 폭력이 될 수 있지
완전한 비폭력으로 가야 해요

 

#가르친다는 것
교육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나뉘고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이 학생이 되기도 하고 학생이 선생이 되기도 하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입니다

따라서 교육의 본질은
인간다운 삶을 함께 배우고 느끼는
하나이 공간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의식의 상호 공유 작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들 속에서
거저 가르쳐 준다 해도
돈 한 푼 안 받아도
올 수 없는 아이들이 있을 겁니다
버려져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찾아가야 합니다
찾아가 그 애들과 함께 일하며 나누세요

책이 없어도 서로 아는 것을 주고받을 수 있잖아요?
a b c d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일 속에서
당신들은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르칠 수 있어요

 

#열린 운동
성실하게 우리 스스로 살아가고
이웃도 그렇게 살아가게 권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남들이 스스로 살기를 원하면
살게끔 도와주고
그렇게 해서 숨통이 트여 가는
그런 운동이 돼야 합니다

#화이부동
…’나는 운동가가’ 했을 때는
‘동화불이’하기 쉬워요
유니폼은 같이 입고서 속에서는 매일 싸우잖아요
동이불화지
그렇게 되면 생명은 빠지고 껍데기만 남는 거지요

무슨 운동이든
‘생명의 기본 조건에 맞느냐’는 것을
앞에 내세우고 가야 해요
그랬을 때 규율은
그 과정 속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갑니다
그러니까 길게 보고 꾸준히 노력해 가야지
처음부터 타이트하게 몰아가면
이 생명운동은 해낼 수가 없어요
모든 생명은 연하잖아요
그러니까 살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딱딱한 대지를 뚫고 나오는 거예요

 

#전일성
오늘날
아무리 많은 전문가들을 모아 놓아도
전일성(全一性)을 상실했을 경우엔
그게 결국 지식의 모자이크밖에는 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죽은 것을 갖다가
한데 꿰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말하자면 생태를
죽음의 무기태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요

모시고 섬기라고 하셨다. 돈을 모시지 말고 생명을 모시고, 쇠 물레를 섬기지 말고 흙을 섬기며, 눈에 보이는 겉껍데기를 모시지 말고 그 속에 있는 알짜로 값진 것을 모시고 섬길 때만이 마침내 새로운 누리가 열릴 수 있다고 선생은 말씀하셨다...-김성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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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끼 요기만 하면 된다
비록 모막살이에 살고 있더라도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라

이때까지 추구한 게 의미가 없으면
소리 없이 버려야 한다
10년을 쌓았건 20년을 쌓았건
그게 모래성이라는 걸 알았으면
허물 줄도 알아야 한다
집착이 병통이다

이름 없이 일을 해야 한다
돼지가 살이 찌면 빨리 죽고
사람이 이름이 나면 쉽게 망가진다

일상의 삶이 곧 도(道)다
지극한 정성으로 바치는 마음이 되어
밥 먹고 똥 싸야 한다

순정을 바치는 것이 최고의 예의다
예의란 자기 몫을 내주는 것

아이가 되어야 한다
아이는 자기가 좋으면
제 것 갖다 주면서 서로 만난다

‘하늘에 재물을 쌓아라’
함께 나누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사람이 공부한다는 것이
자기의 진실한 삶을 위해 수행하는 자세로 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남에게 고용되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되어 버렸다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자연스러운 것만큼 무서운 게 없다
자연스럽고 이지러지지 않는 삶이
우리의 목표다

진실을 위해 싸운다면 그 방법도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진선진미)

콧대 세우는 놈이 강한 게 아니다
콧대가 부러지는 놈이 강하다
그래야 다 받아들일 수 있다

폭로나 비판 가지고는 변화되지 않는다
나 자신이 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석가나 예수의 삶이란 게
작은 지역에서 꼬물거리다가 죽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삶의 울림이
오늘날에까지 내려와 있는 것이다(향기로운 삶)

직업이 불분명할수록 좋다
어느 시기에는 화전이나 파먹으며 푹 썩는 게 좋다
뜻이 받아들여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다

집착에 빠지는 것은 잠자고 있는 것이다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소유하려 하면 경쟁이 생기고
그것은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화두는 얻는 게 아니다
이미 내 안에 다 있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헤매는 거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은
엄청난 말이다
텅 비어 있는 나!
큰 자기!
시공을 초월한 자기를 말하는 거다
독생자 예수라고 하지만 독생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
독생자란
시공을 초월한 자기를 말하는 것이다
기를 쓰고 밀고 간 자에게 오는 경지다
그런 경지는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자리다

내가 없으면 대상이 없고
그래야 하나가 된다

독기로 초월해지는 게 아니라
밝은 마음으로 초월하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나면
매일 저녁 나 자신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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