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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사진/디자인/포토샵] 서울역에서...
2022.09.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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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89858

5년 전 10월, 서울역 근처에서 찍은 사진을 회화적 질감으로 표현해봤다. 그때 내게 담배와 막걸리값을 털어간 노숙자 양반(충북 제천이 고향인 사내는 오십줄을 훌쩍 넘긴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붙은 얼굴이었다)에게 물었다. 왜 계속 술을 마시냐고? 노숙자가 대답했다, 마음이 아파서 그렇단다...1997년 IMF 사태 이후 계속 노숙생활을 이어오고 있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량리에서 노숙하다 서울역으로 옮겼단다...술을 마실 때는 잠시 아픔을 잊게 되니 좋단다. 그리고 술 깨고 나면 다시 후회하지만,  그렇단다. 

 

암튼 KED 생명인지 은행건물 뒷편에 마련된 직원 쉼터를 발견하고서 벤취에 드러누웠는데, 어디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어느 노숙자 한 분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 양반이 내게 담배 한 개피만 달라고 손을 내민다. 담배 한 개피를 건네며 담뱃불도 붙여드렸다. 그러자 한 개피로는 모자랐는지 한 개피를 더  달라고 하자, 있는 담배를 다 드렸더니, 이제 한 술 더 떠, 술 한잔 먹게 돈 좀 달라고 한다. 지갑을 열어 몇 천원을 건네드렸더니, 그새 막거리를 사왔다. 종이컵도 두 개를 준비해 왔고, 내게도 한 잔을 권했다. 고맙게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 노숙자는 극구 반노숙자란다. 가끔 일(용역)을 한단다. 그러면서 노숙하려면 행색을 깨끗하게 하고 다녀야지 빌어 먹더라도 더 좋다나. 나도 거들었다. 아무렴 행색이 구질구질하면 상대방이 인상을 찌푸릴테니 도움이 되겠죠, 하고 맞장구를 쳤다. 나는 한 마디 더 거들었다. 노숙자들이 잠을 주무시더라도 옆에다 노상방료는 하지 말라고 당부를 드렸다. 왜냐하면 벤취 옆 부근에서 찌렁내가 진동했다. 그 말을 하자, 평일에는 이 건물 경비원들한테 쫓겨난다고 한다. 주말에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경비들이 서지 않나 보다. 

 

이래저래 꿀꿀한 맘을 달래려고 자리를 피하고 서울역 주위를 서성거렸다. 왔던 길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렇게 새벽 내내 걸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아침 첫 열차를 타기 위한 길이 이렇게 험난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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