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강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의 엔화가치 역시 급락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전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6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월29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관계자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미셸 보먼 Fed 이사가 지난 25일 Fed 금리 인하를 개시할 때가 아직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최근 몇년 사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은행은 전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본과의 수출경쟁 관계 등이 부각되면서 원화와 엔화가 최근 몇년 동안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가 먼저 약세를 보이면 원화 역시 이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류진이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강력한 재료 중에 하나는 엔화와 위안화 약세"라며 "특히 이달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장기국채 매입 감액에 대한 구체적 방침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엔화가 가파르게 약세로 전환한 영향을 원화도 받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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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적극 개입 의지에 1400원 환율 방어 마지노선 될 듯
양국의 통화가치 동반 약세 현상이 심해지면서 한일 외환당국의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공동대응 의지도 강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지난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양국의 과도한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에도 미국 워싱턴 D.C.에서 통화가치 하락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2개월 만에 다시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하며 강력한 시장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시장은 양국의 외환당국이 환율 1차 방어선으로 꼽히는 원·달러 환율 1400원, 엔·달러 환율 160엔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한 개입의지로 환율 1400원을 단기적으로는 방어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근처까지 올라간다면 정부가 곧바로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한은 등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증액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연고점인 1400원 부근까지 상승하면서 1400원대 진입을 배제하기가 어려워졌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무역흑자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점과 외환당국,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물량에 대한 경계감 등을 감안하면 일단은 1400원 부근이 1차 저지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대외 여건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다시 뚫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증액 조치로 당장 1400원대 진입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중장기 달러 강세와 국제유가 흐름, 위안화 약세 압력 등을 고려하면 연내 1400원 돌파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현재 달러화 강세는 엔화 및 유로화의 약세에 기인한다"며 "엔화와 유로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면 원·달러 환율의 1400원대 진입을 배제할 수 없고, 일시적으로 환율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은행이 추가 긴축 조치 시행을 망설이고 있어 엔화 약세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은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 경고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 기대감이 꺾이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없다면 엔·달러 환율의 160엔대 안착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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