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싸
모든글
인기글
정치인기글
유머게시판
자유게시판
정치/시사
라이프
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8.14 13:19  (수정 08.14 20:36)
409
9
https://itssa.co.kr/15954412

https://youtu.be/9ue3GFfr_C8?si=6cz78-R_6AvQIA9z

 

라일락이 피고 지는 사월에...첫사랑이 친구와 함께 전북 익산에서 서울로 두 번째 가출했던 날이었다. 첫사랑의 맘을 다잡고서 몰래 그녀의 엄마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녀가 지금 서울에 있다고 일렀다. 그녀의 엄마는 친구의 엄마와 함께 봉고차를 대절하여 서울로 상경했다. 약속 장소인 길음역 앞에서 첫사랑 엄마에게 그녀를 인도하고 떠나보내던 그 날 밤은 가슴 아픈 맘에 눈물이 절로 일었다. 첫사랑은 다시 익산으로 내려가는 조건으로 내게 울먹이며 애원했다. 자기 엄마에게 단 3일만이라도 나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그 전에도 가출을 시도하려는 걸 첫사랑 엄마에게 미리 알려 무산되었기에...나는 그 애원을 매몰차게 외면하고 말았다. 나 또한 첫사랑의 간절한 맘처럼 같이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함께 있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했다. 미성년자였던 고딩생이었기에 말이다. 첫사랑과 작별한 그날 밤, 첫사랑과 함께 걸었던 길음동 시장과 골목길을 오가며 눈물을 삼켰다. 

 

내가 꽃 중에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다)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첫사랑과 함께 했던 화양연화(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였기에 그랬다. 가끔씩 첫사랑을 떠오릴 때마다 두 눈을 감고서 아름다웠던 그 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되새긴다. 내가 얼마나 바보였던 가를 말이다.

 

그 시절 사월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서울 정릉동 언덕배기 성당 담벼락 너머로 하얀 라일락 향기가 하염없이 콧속을 파고들 때였다. 첫사랑과 함께 거닐다 봄햇살에 반짝이는 라일락 향기에 취해 길을 걷다가 멈추길 반복했다. 라일락 꽃송이마다 코와 입술을 대고 신경의 촉수를 곤두세웠다. 애잔하게 흩어지는 라일락 향기가 콧속 신경세포를 타고 뇌리 속에 각인되었다. 두 손으로 꽃송이를 감싼 채 쓰다듬으면 땅속에서 라일락 뿌리가 솟아나듯 나를 휘감았다. 그 때 그 이후로 매봄 라일락이 필 때면 홍역을 앓았다. 라일락 향기가 청명한 사월 속으로 번져갈 때면 나의 체세포는 자가분열하며 라일락을 번식시켰다. 그녀를 떠나보내던 그 해 오월 첫 날, 라일락 꽃잎은 시들기 시작했고 내 의식은 한 겹 한 겹 꽃잎들이 쌓여가는 언덕배기 성당 옆길을 정처없이 헤맸다. 봄꽃들이 비바람에 내몰리고 마지막 꽃망울을 불태우는 라일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강렬한 향기를 뽐내던 라일락 꽃잎들은 아름다웠던 사월의 시간을 봉합하며 흐득흐득 흩날렸다.

 

한 때 라일락의 정체를 모르고 첫사랑에 흠뻑 빠졌지만, 라일락의 순백(첫사랑)을 미처 지켜내지 못한 자책감에 오년 동안 힘겨웠다. 매해 계절이 바뀌고 사월의 봄이 찾아올 때마다 라일락꽃 향기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봄꽃 폭죽이 밀려드는 사월의 환각처럼 첫사랑에 빠져드는 건, 내 안에 라일락이 영원히 살아 숨쉬었기에 그랬다. 어김없이 아찔한 사월이 매해 찾아오면 언제나 라일락꽃 향기에 취한 첫사랑의 아릿함이 나를 마주했다.

 

53ea6cd9ea7e990b9bc0861a56d376db.jpg

 

위와 같은 글이 조회수 천을 넘기면 원이 없을텐데, 일백 번 고쳐 죽어도 안 되는 게 서글프다!

 

굥거니 탄핵은 12월에...

댓글 9

댓글쓰기
  • 2024.08.14 13:20
    베스트

    그렇다고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낚시질을 ㅋㅋㅋㅋ

  • 본느프와 작성자
    2024.08.14 13:21
    베스트
    @밝은씨앗

    월척이네예...헤헤~

  • 2024.08.14 13:31
    베스트

    글은 직접 쓰신건가요? 잘 읽었습니다.

    사진 속 꽃이 라일락인가요? 

    꽃알못이라 이제 알았네요 ㅎㅎ

  • 본느프와 작성자
    2024.08.14 13:32  (수정 08.15 08:26)
    베스트
    @티나한

    제가 직접 쓰고 라일락도 직접 찍은 건데예^!^

  • 2024.08.14 13:37
    베스트

    모두가 신경 날카로워져 있을 때 이렇게 환기 전환하는 거 좋네유~ ㅋㅋ

     

     

  • 본느프와 작성자
    2024.08.14 13:41
    베스트
    @티백맨

    첫눈에 반하는 게 첫사랑이죠 😂 

  • 2024.08.14 16:22
    베스트

    이런 류의 글, 좋아한다.

    추억을 붙잡고 사는 건 부질없다 여기지만, 가끔은 그 때의 나의 흥분, 울렁거림이 그리울 때가 있다.

     차세정의 멜로디, 목소리가 글과 잘 어울려 아련함이 배가 되었다.

     

    한편의 수필, 잘 읽었습니다, 본느프와 님!

  • 2024.08.14 16:31
    베스트

    제목 바꾸시죠. 조회수 빨만큼 빨았는데. 정말 부끄럽습니다.

  • 2024.08.14 19:04
    베스트

    라일락꽃에 숨겨진 첫사랑의 향기ᆢ

    조회수 1000~~~

    살포시 마법걸어 놓고갑니다💙

     

라이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