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글
인기글
정치인기글
유머게시판
자유게시판
정치/시사
라이프
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7.10 14:56  (수정 07.10 15:00)
102
5
https://itssa.co.kr/15364163

고통을 견뎌내고 둔감해지기보다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칼 세이건의 '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를 보면, 원숭이들도 자기 동족이 전기 충격에 고통스러워하는 걸 목격했을 때, 자신 또한 먹기를 거부하며 굶어죽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이것이 고통을 견뎌내고 무뎌지는 게 아니라, 그 고통을 회피하고 싶어 굶어죽는 게 아닐까 싶다. 반면 인류는 원숭이(유인원)에서 진화한 만물의 영장인데, 그런 고통을 회피하려는 차원에서 원숭이보다 못한(?) 행동을 할 때가 많은 건 살고자 하는 이기(자기보전)적 본성(유전자)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자본제 사회에서의 자유는 타자를 목적(자유로운 주체)으로 대하는 것을 희생시키고 있다. 영미계의 윤리학이 칸트를 배척한 것은 사실 칸트의 철학 안에 자본제 경제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행복주의(공리주의)란 자본주의적 경제에 대한 긍정이다. 영미계의 윤리학은 이기적이며, 각자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거기에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밴덤)을 달성하는 것이 윤리적 과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행복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양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돈이 있으면 행복하다고 정해진 것도 아니고 행복만큼 부질없는 것도 없다. 결국 행복=이익을 가정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윤리학의 문제는 경제학의 문제로 치환된다." - 가라타니 고진, [윤리 21] - 중에서

 

 

https://youtu.be/XycBLF6kWuY
 


'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 중에서...행동규범에 관한 기록 중에 좋은 예가 있다. 가령 마카크의 예를 들어 보자. 그들은 사촌 무리가 모인 결속력이 강한 집단을 형성해 생활하고 있다. 어느 원숭이는 통계적으로는 자신과 공통의 유전자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당신도 그중의 한 사촌이라고 가정하자.), 그 겉모습을 통해 혈연의 농담(濃淡)을 판정할 수 없고, 당신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굳이 목숨을 걸지 않아도 정당화될 수 있다. 

 

원숭이가 사슬을 잡아당길 때에만 먹이가 주어지는 실험 장치가 있다. 그런데 사슬을 당기면 다른 방에 넣어둔 혈연관계가 없는 원숭이에게 전기 충격이 주어지고, 줄을 당긴 원숭이만 볼 수 있는 유리를 통해 그 원숭이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슬을 당기지 않으면 자신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전후 사정을 모두 깨닫게 된 원숭이는 그 후로는 자주 사슬 당기기를 거부하게 되었다. 어떤 실험 결과에서는 그 사실(동료가 죽는)을 알고도 사슬 당기기를 계속한 원숭이는 13% 뿐이며, 나머지 78%는 스스로 굶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전기충격을 당해 본 경험이 있는 원숭이는 훨씬 더 사슬 당기기에 대해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사회적인 위치관계, 혹은 원숭이의 본성이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참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원숭이에게 이런 파우스트식 거래를 강요한 인간 실험자와, 동료에게 고통을 주는 대신 극도의 허기를 참아낸 원숭이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을 받는다면 우리의 도덕적 공감은 비정한 실험을 한 과학자 쪽으로 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숭고한 정신이 사람 이외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원숭이는 교회의 일요학교에 다닌 적도 없고, 십계명에 대해 들어본 일도 없을 것이며, 중학교에서 지루한 윤리 수업을 듣느라 몸을 비튼 경험도 없을 것이다. 사람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들의 행동은 모범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도덕적 토대를 바탕으로 한 것이고, 뛰어난 용기로 사악한 유혹을 뿌리친 고귀함이 될 만한 것이다. 

 

최소한 이 경우에 한정해서 본다면, 원숭이들에게는 영웅적 행동이야말로 최대의 행동 규범인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인간이 원숭이 과학자에게 붙잡혀 똑같은 실험을 받는다면 사람도 원숭이처럼 고귀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인류 역사상 타인을 위해 죽음을 선택해 길이 존경을 받은 인물은 소수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굥거니 탄핵은 12월에...

댓글 2

댓글쓰기
  • 2024.07.10 15:38
    베스트

    감사합니다 

  • 2024.07.11 02:46
    베스트

    일단 pixies 좋구요,

    아니 근데 님아

    레퍼럴 광고는 돈이라도 되는데 

    레퍼럴 레퍼런스 뭐가 좋죠?

    너무 궁금타.

    화내지 마세요. 조롱 아닙니다.

라이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