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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6.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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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4607862

개인적으로 느지막이 사회생활 한 탓에 사회인 레벨이 동년배들보다 늦다. 그래도 직종 덕인지 어디가서 무시당하는 일은 없지만, 사회적 지위나 급여 수준을 보면 늘 먹먹해진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져본다.

 

"넌 어른이니?"

 

꼬락서니나 씀씀이나 생활상이나, 어릴적 꿈꾸던 가깝게는 나의 아버지를 통해 보던 어른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럼에도 고생 안하고 사는 건 타고난 복 덕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기에 '그정도 타고 났는데 왜 아직도 그렇게 사니'라는 가혹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그때마다 신해철님을 떠올린다. 그는 삶의 속도를 중요히 여기지 않았다. 그는 평생 그런 '정해진 삶의 속도' 같은 것과 맞서 싸워왔다. 그리고 그런 속도에 뒤쳐진 청춘들에게 삶의 속도보다 얼마나 탄탄하게 발을 딛고 나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아마도 어른이라는 성장에 골몰하는 내게  그럼 굳이 어른이 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 중압감 때문에 삶을 내버리고 싶게 만들 것 같다면, 그것이 과연 삶의 모습이나 목적으로서 가치가 있을까? 요근래 꽤 많은 청춘들이 스스로 삶을 끝내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스스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변 친구들은 취업하고 연애하고 차 몰고 다닐 때, 자신은 딱히 원하지도 않은 일 좀 해보겠다고 소중한 시간을 쏟아 붓고 있는 자괴감. 그런 모습은 결코 자신을 어른으로 비치게 하진 않을 것이다. 결국 어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중압감이 그들을 생물학적 어른이 되기도 전에 삶 자체를 앗아간다.

 

그런 청춘들에게 신해철 님이 살아계셨다면, 역시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을까. "그따위 어른 개나 줘버려. 애새끼로 살아도 좋으니 하루라도 더 살아!"라고. 그는 비록 마왕이었음에도 그의 흑마술은 인간의 목숨이 아닌 청춘과 꿈, 선의를 짓밟는 못된 어른들의 욕망을 저주해왔다.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스스로 어른이라 느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히려 나이들수록 더 작아지고 배움이 부족해지는 것만 느끼고. 그걸 채울 힘조차 떨어져가는 걸 느낀다. 그렇기에 그가 더 보고 싶다. 똑같이 나이들어가며 "에효, 나도 나이 먹으니까 별수 없어지나보다야~"라고 너스레 떨며 부끄러움을 날려버릴 그의 소탈한 초월을 목격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지나간 건 지나간 것이다. 어쩌면 이제 우리가 신해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식과 경험의 전승에 있다. 그가 남긴 유산을 이제는 우리가 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그럴 역량이 크진 않다. 다만 소소하게라도 주변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에게 잘하고 친구에게 잘하고자 노력한다.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데 게으르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런 작은 노력들로 내 주변을 그리고 나 자신을 밝게 비추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그 정도 어른 노릇은 이제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밤공기가 무더워 잠이 안와서, 괜히 이렇게 글 하나 적어본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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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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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 2024.06.13 02:49
    베스트

    We are the Children of Darkness

  • 2024.06.13 10:29
    베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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