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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하게 정면승부를 걸어볼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설령 소수가 될 지라도 확실한 지지자들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언제 한번 속 시원하게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추켜세우면서 당당히 국민 앞에서 표를 달라고 외친 적이 있는가?

 

사실상 이번 대선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정동영 후보는 마지못해 참여정부의 과는 자기가 짊어지고 가겠다는 한 마디 이외에는 사실상 조선,동아,중앙의 비난에 고개 숙이고 들어가 선거운동을 한 후보였다. 그는 속시원하게 참여정부가 무엇을 잘했다고 외치면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한 적이 없다. 단지 잘못이 있고 그 잘못을 떠안겠다는 말을 했을 뿐이다. 수구언론의 호도된 논리에 질질 끌려다닌 후보였다.

 

핵심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지는 다 흩어놓은 후에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급조한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열린 경선은 얼마나 치졸하게 진행되었던가? 경선을 흥행시킨다면서 정동영 후보 진영의 구의원은 자신들이 다 흩어놓았던 열린우리당의 당원들 명부를 입수해 무더기로 선거인단에 등록시키지 않았던가? 가식은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입력된 선거인단 중 누가 제대로 투표를 하겠는가? 투표율이 얼마인지도 모를 정도로 낮게 나왔다. 허례허식으로 외형을 갖추었더라도 실속이 없는데 어찌 경선이 흥행하겠는가? 오히려 자랑스럽게 간직하던 도덕성마저 치명타를 입히는 무단등록 꼴사나운 일만 국민 앞에 들통나지 않았던가?

 

노무현의 열렬한 지지자들 다 흩어져서 나름대로의 길을 찾았다. 갈 곳을 잃어버린 표들은 현실 정치에서 자신들의 열정을 마음껏 태우지도 못한 채 승천하지도 못하고 떠돌다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지 않았던가? 못 미더워도 차마 못 떠나고 정동영을 지지한 자들이 있는가 하면 문국현에게 다가가 태우지 못한 열정을 바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온전한 지지가 될 수 없었다. 이명박이 정동영보다 낫다라고 거리낌없이 말하면서 그 이유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사람들은 몇 천억씩 해먹고 말았지만, 노무현・정동영은 부패한 데다 무능까지 해서 몇 십 만명을 죽였다” 라고 기자에게 말하던 문국현 후보에게 뒤늦은 실망만 급격히 밀려오지 않았던가?

 

얼마나 우왕좌왕했던가? 열렬한 애정은 있으나 그 애정을 표현할 길이 대선에 있었던가? 열정이 분출할 통로가 막히면 질식하게 되는 법이다. 사랑에만 상사병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나아갈 길에 대한 애정도 막혀버리면 사람을 시름시름 앓게 만드는 법이다. 열렬한 지지자들은 그렇게 시름시름 앓면서 열정도 다 태우지 못한 채 우왕좌왕 이리 갔다가 저리 오면서 대선을 그렇게 초조하게 날려보내지 않았던가?

 

대선의 패배는 상대방 표를 깍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우리의 온전한 표를 제대로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얻었던 표보다도 적게 얻었다. 심지어 선거인단 수가 그 때보다 500만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보다 못 미친 30% 득표에 그쳤다. 핵심 지지자들 마저 다 와해시켜놓고 뛰어든 대선에서 어떻게 표를 모으겠는가? 정동영에게 남기도 하고 일부는 문국현에게로 가고 일부는 이회창으로도 가고 더 많은 나머지는 놀지 않았던가?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들은 통합하면 호남에서 당선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것이다. 내부에서 정리해놓고 말뚝만 박으면 당선되는 것이다. 그 내부정리 작업을 위해 통합을 외친 것 아니었던가? 그래서 핵심지지자들은 다 흩어놓고 자신들만 뭉치러 뛰쳐나가고 유령선거인단에 쪽박 경선을 치른 후에 통합이라는 기둥만 세워놓고 붙들고 있으니 국민으로부터 불어오는 외풍에 어찌 추위를 타지 않겠는가? 그렇게 대선은 끝나버렸다.

 

그리고 이제 손학규씨가 앙상한 기둥만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지붕으로 내려앉았다. 그 하찮게 보던 한나라당도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20만 대의원들 모아서 최병렬을 당대표로 선출했었는데, 대통합민주신당은 그 핵심 당원들 다 뿔뿔이 흩어버린 원죄로 고작 중앙위원 몇백명 모아놓고 과반수를 넘긴 164표를 받은 손학규를 당대표로 선출해 놓은 것이다. 정동영 아래로 모였던 호남지역 의원들이야 어차피 대통합민주신당의 깃발만 달면 당선될 것이니 내부공천만 보장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고 남아있는 수도권 의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손학규를 간판으로 내걸었을 성 싶다. 당연히 공천권은 당장 손학규에게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역구 국회의원들 당선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참여정부의 정책과 가치에 지지를 보내던 국민이 그런 대표선출에 동감할 수 있겠는가?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가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추구하던 원칙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는가? 적어도 잘한 점에 대해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가? 그가 당대표가 되자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이 반색하더라. 강재섭 대표는 우리와 코드가 맞다면서 맞장구치더라. 어떤 언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체성’ 혼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한나라당 코드’ 정책들이 잇달아 추진되면서다"라고 진단한다. 이해찬 전 총리가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나면서 한 말이 몇일 지나지도 않아 그대로 실감나지 않던가?

 

"제가 대통합민주신당을 떠나는 이유는 결코 손학규 개인이 대표가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손학규 대표가 오랫동안 정당생활을 하였던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적 지향이 결코 제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대통합민주신당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어떠한 정체성도 없이 좌표를 잃은 정당으로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치 상황이 오는 것을 막아내지 못한 점에 대해 저는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더구나 여·야의 주요 정당의 대표를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 맡게 된 정치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그로 인해 민주화 이후 저희들을 일관되게 지지해 주셨던 분들이 느낄 혼란과 허탈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

 

민자당의 국회의원으로 처음 정계에 들어온 이후에 한나라당에서 경기도 지사까지 지내며 박근혜와 회동하여 노무현 대통령은 경포대라면서 야유성 비난을 하던 손학규 대표 체제 아래에서 과연 우리의 열정을 온전히 태울 수 있는가? 손학규는 한나라당에 있으면 희망이었으나 대통합민주신당에 자리를 틀고 앉으면 절망일 뿐이다. 손학규가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한나라당 내에서 외쳤다면 반색했겠지만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주창하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대선에서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숨 죽이고 참았는데, 총선에서도 제대로 된 정론을 펼칠 통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방황하는 핵심지지자들을 어부지리로 쉽게 얻는 곳도 있었고 그것을 유시민 의원은 완곡하게 만류할 수 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도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머물 곳이 아닌 자리들을 떠돌 수 밖에 없던 수모와 억울함에 막막하던 대선의 상황이 또다시 총선에서도 더 심각하게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배수의 진으로 싸워서 전사하면 한이라도 없지만 내부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싸우지도 못한 채 패배의 온갖 비난은 다 뒤집어 쓰고도 참아야 한다면 얼마나 참담한가? 대선 패배의 멍에를 왜 뒤집어 써야하는가? 그래서 총선에서조차 정치신념 무시하고 숨죽이며 포복해야 하는가?

  

물론 차가운 현실이 있다. 지난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비록 파행으로 이어졌지만 이해찬 전총리가 표를 얻지 못했던 것도 차가운 사실이다. 이해찬 전총리가 탈당하고 유시민 의원도 탈당하여 선명하게 개혁노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당이 만들어진다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도 성공가능성에 회의적인 발언을 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도 반대하던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정치신념을 달리 하기 때문이 아니라 뿔뿔이 흩어져 국회의 뒷받침도 없는 40석 초미니 여당으로는 뜻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후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애정을 담지 않았던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달에 전현직 참모들과의 만찬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열린우리당은 단순히 ‘노무현 정당’이 아니라 지역당에서 정책정당·전국정당으로 가는 도덕적 가치였고, 내 모든 정치적 자산을 갖다 바친 정치적 가치였다. 이러한 전략적 비전, 근거, 가치가 없어져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제 한국 정치에 대한 암담함과 좌절을 안고 (고향으로)돌아가게 됐고, (정책정당·전국정당의) 전략적 기지가 없어졌다”며 “열린우리당이 있었더라면 앞으로 도울 일이라도 있고, 의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서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나는 앞으로 자유인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고, 정치적 역할은 없다”면서 “여러분에게 정치적으로 뭘 하라고 하지 않을 테니 편안하게 만나고 친목도 도모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일선에서 물러설 수 밖에 없다.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대통령을 그만두는 것이 곧 정치도 그만둔다는 얘기라고 밝힌 바 있다. 총대를 멜 사람은 남아있는 자들이다. 현실의 냉정함을 딛고 일어설 일은 이제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럼 이해찬 전총리와 유시민 의원, 그에 동조한 의원들이 창당을 한다면 성공가능성은 없는가?

 

최소한 민노당의 2004년 총선에서의 성공과 같은 의미는 얻을 수 있다. 소수로 전락할지도 모르지만 흩어져버린 핵심지지자들이 다른 곳 기웃거릴 필요없이 온전히 모일 자리를 만들어 선명한 야당으로의 길에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을 수 있다. 지역에서는 20%를 얻어서 국회의원 한 명 배출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비례대표로 20%를 얻으면 교섭단체를 형성하여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핵심야당이 될 수 있다.

 

다만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지역구로 출마하는 의원들에게까지 탈당을 강요할 수는 없다. 자신의 안위를 던져 당당히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형성자체가 내부 정리만 하여 보장받으면 호남에서는 확실하게 금배지를 다시 달 수 있다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산물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수도권에서도 지역구로만 놓고 본다면 결코 새로 만들어진 선명야당으로 당선이 얼마나 보장될 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유시민처럼 이미 결심하고 사지로 뛰어드는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 이상에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라면 달라진다. 선명야당이 탄생한다면 비례대표에서는 온전한 지지자들의 표를 고스란히 모을 수 있다. 1인 2표제로 비례대표를 따로 뽑는 총선에서는 적어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어설픈 행태로 대선에서 벌어졌던 핵심지지자들이 갈 곳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태는 막아낼 수 있다. 수구언론과 한나라당의 호도된 논리에 고개를 숙이고 지방의 두메산골 산채로 도망치며 정치적 생명을 갈구하던 대통령 선거에서의 치졸함을 떨쳐버리고 당당히 정면승부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 투표는 대선과 마찬가지로 전국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정면승부할 수 있는 공간이며 앞으로도 떳떳하게 그 가치를 펼쳐갈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통로이다. 2004년 민노당이 자신들의 가치와 신념으로 그렇게 전국적인 선택으로 성공했던 전례도 있다.

 

정치환경도 결코 나쁘지 않다. 비례대표 20%를 얻어서 선명하게 야당을 할 수 있다. 민노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과 가까운 열린우리당을 더 비난하며 한나라당을 돕던 모순된 행태로 지리멸렬하게 그 정체성을 상실하던 때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정책적으로는 열린우리당에 더 우호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여당이라는 이유로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을 돕게되는 자가당착적 정치행태의 함정에 빠져 그 지지를 잃어버린 구조가 아니다. 바로 정치적 지향의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이 여당이 되었으므로 제대로 선명하게 여당을 비판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 역할을 핵심지지자들의 표가 온전히 모일 공간을 마련하여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모으지 못했던 표도 고스란히 모아서 더 큰 반한나라당의 틀을 창출할 수도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지역구로 출마하며 참여정부의 가치를 이어가는 의원들과 훗날에 힘을 모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탓으로 돌리면서 그 핵심 지지자들의 표를 사표로 방치하던 대선의 절망적 상황도 해소할 수 있다.

 

그러하므로 속시원하게 정면승부할 수 있는 선명야당이 탄생한다면 내 표로 그 당을 지지할 것이다. 수구언론의 호도에 머리 숙여 실체도 없는 허황된 참여정부의 과오만을 사과한다던 정동영에게 남아있을 필요도 없어지고, 마치 참여정부를 고스란히 이을듯한 모양새를 취하다가 석고대죄하라고 삿대질하던 문국현을 기웃거릴 이유도 없어지고, 박근혜와 회동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경포대라고 비난하던 손학규를 앞에두고 강재섭이 코드맞다고 반색하는 모습에 질려버릴 순간도 사라지는 것이다.  

 

내 표가 당당히 행사될 공간을 이해찬과 유시민이 만들어낸다면 환영하는 바이다. 답답한 대선을 뒤로하고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고민없이 바로 이것이 자신의 의사라고 정정당당히 밝힐 수 있는 공간에서 흩어졌던 핵심지지자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 남녀 사이의 사랑에만 상사병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나아갈 길에 대한 애정에도 상사병이 있다. 이제 이 상사병 제대로 치유받고 싶다. 해소하고 싶다.

 

이해찬과 유시민 두 분이 가는 길, 어렵고 힘든 길이겠지만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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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 해 보면 좋을 듯 해서 읽어보시라고 올려유

 

의사 결정을 다수결로 하는 거지

의사 표현을 다수결로 하는 건 아니잖아

딴지야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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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9 01:44
    베스트

    잘읽었다 👍

    나도 담에 해찬옹 인터뷰글 갈무리해서 올려봐야겠다

  • 2024.04.19 01:50
    베스트

    크 아고라 ㅎㅎㅎ 

    과거 아고라에 진짜 고수들 많았음 

    지금봐도 주옥같네

  • 2024.04.19 02:38
    베스트

    삭제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