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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6.30 11:18  (수정 06.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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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그라스는 199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2006년 자신이 자발적 나치였음을 고백했다.©Wikimedia

 

평범한 악마는 어떻게 태어나는가...https://naver.me/xRhNU2Qm

 

링크시킨 기사를 읽자니 이 영화가 오버랩되었다. '더 리더'였다.


이 영화 속 여주인공(한나 슈미츠)은 문맹인 데다 백치처럼 순진무구했지만,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아름다움(영화 속 장면에서 한나의 그러한 면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면 소설 속 내용에 감화되어 오열하거나 웃거나, 마이클과 함께 바이크 여행을 하다가 어느 작은 마을에 위치한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성가대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이끌려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희열을 느끼꺼나)에 대해 느끼며 공감할 줄 아는 여인네였다.

 

허나, 한나 슈미츠는 역사-속-윤리 및 도덕적 감각에는 무지(까막눈에다 개인성향이 그러했기에)했다.

 

우리네 현실 속에서 문맹은 거의 없다지만, 그만큼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각(감수성)은 갈수록 멀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한나가 출소를 일주일 앞두고 마이클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주고받는 대사는 다음과 같다.


*마이클 : 감옥에 계시면서 예전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지내셨나요?

*한나 : 너랑 함께 보냈던 시절 말이니?

*마이클: 아뇨, 그게 아니라...저랑 함께 보냈던 시절을 말하는 게 아니라...(나치 친위대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일과 자신의 책임을 연결 짓지 못한 채 )

*한나 : 재판 전까지는 한 번도 그 때 생각을 해본 적 없어...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마이클 : 지금은요...지금은 어떤 느낌인데요?

*한나 : 내 느낌은 중요하지 않아...내 생각이 어떤지도 중요하지 않고, 사람(유대인)들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마이클 : 그동안 뭘 깨달았는지 모르시겠네요...

*한나 : 뭘 깨달았냐고?...글을 깨우쳤어.

 
'그대의 영혼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바로 사랑입니다.'  - 영화-속-마이클의 독백 - 중에서

 

암튼, 본인은 한나(케이트 윈슬렛)가 마이클(랄프 파인즈)과 면회를 마치고 돌아와서, 그녀가 교도소 방에서 책을 쌓아 놓고 목을 매달고 자살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범벅이 되어 오열하고 말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 자신 역시 현실감이 극히 희박하다. 물론 그것은 내가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의미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도 아니다. 관심이라면 되려 너무 많을 정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상흔도 나의 내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이다. 모리식으로 말한다면 나는 모든 것을 (직간접으로) '체험'하지만, 어느 것 하나 (직간접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단지 무수한 정보와 해석이 내 안을 통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꿈과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 가라타니 고진 

 
우리는 타자의 역사를 의식하는 것은 가능하나, 전적으로 그것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느낀다고 해도 그렇게 느낄려고 하는 의식(연민과 동정 내지 분노의 정서)뿐이다. 우리는 모든 것(역사-속-사건 내지 비극성)을 학습이나 정보를 통해 간접 체험하지만, 어느 것 하나 직접(자신이 직접 눈과 몸으로 부딪혀 육체적 위험과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는) 경험하지 않았기에 꿈(비현실감)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동시대의 젊은이들은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겪어던 한국전쟁과 지역적으로 동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5.18의 비극성을 깨닫거나 느끼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또한, 타 민족(유대인들의 상흔)의 홀로코스트 또한 마찬가지일 거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동시대의 '역사-속-현실'의 비극은 무수히 발생하지만, 누구에게나 현실감이 없는 상태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정보의 부재도 있겠지만,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도 먼 나라의 얘기마냥 들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의식의 실천이 어떠하냐에 따라 역사 발전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진보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국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국가라는 탈을 쓰고 무지막지한 만행(전쟁 및 살육)을 저지르는 인간(권력자)들에 의해 역사의 비극성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악은 도덕적 죄가 아니라 자기 체제에 충실하게 복무하는 평범한 인간의 무감각일 뿐이다, 고 말한다. 

 

우리 인간이 만들어 가는 역사란, 결국 인간이 계몽하(될)려는 욕구를 견지하겠지만, 지식과 정보가 시공간적으로 무한대로 퍼지는 글로벌 시대에서 무지(무관심 내지 무감각) 그 자체에서 오는 의식(인식)적 결함은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우리 인간의 역사는 얻은 것만큼 잃게 되는 모순의 재순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만큼 현대(무한 경쟁의 자본주의)적 인간은 무관심(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온갖 만행)이란 질병이, 역설적으로 개개인에게 얼마나 유용한가를 여실히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명화가 원시일수록 즐거움의 추구는 전무하고
문명화가 진보할수록 즐거움의 추구는 심화된다
왜냐하면 문명과 쾌락은 상보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바로 위의 단상은 베르너 헤어조크'가 연출한 '위대한 피츠카랄도'를 보는 도중에 떠올린 단상이다.

 

'더 리더'를 연출한 감독은 바로 '빌리 엘리어트'와 '디 아워스'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이다. 각본은 '데이비드 헤어'가 맡았는데...아주 오래 전에 데이비드 헤어 감독이 연출한 '웨더비'를 보고서 충격에 휩싸여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참 동안 머리 속이 멍해졌던 기억이 떠오른다...하지만, 위의 '더 리더'를 보고 난 후엔 머리 속과 가슴이 먹먹해져 눈물만 하염없이 내 볼과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울러, 잇민 여러분! 기회가 되신다면, 알랭 레네가 연출한 '히로시마 내 사랑'도 곁들여 보시길...http://blog.naver.com/rimbaud27/120003017005

굥거니 탄핵은 12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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