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명단 무단 공개…유족 “또다시 상처” 반발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7220.html

이번 글만 올리고 희생자 명단 공개에 관한 글은 마치겠습니다.

비단 이번 참사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사람이 얽힌 인간관계만큼 슬픔을 가져옵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명을 달리한 충격적인 참사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도 가족에게는 오랫동안 상처로 남습니다.

우리가 장례를 치른다는 것, 고인을 추모한다는 것은 특별히 영혼이 존재해서 그 영혼을 위해 치르는 의식은 아닙니다.

깊은 애착을 형성한 누군가의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과, 살아있을 때 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회한이 남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장례란 남겨진 사람에 대한 위로입니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영혼을 위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저처럼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장례식은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입니다.

다른 분들은 무엇을 위해서, 무엇때문에 이태원 10.29 참사에 대한 윤정부의 책임을 묻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내가 죽었을 때 내 가족의 심정은? 혹은 내 가족이 죽었을 때 내가 현재 10.29참사의 유가족과 같은 상황이 된다면?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겁니다.

그래서 나는 고인에 대한 위로라는 것보다 남겨진 유가족에 더 관심이 갑니다.

누군가 그랬죠.

"정치란 때로는 짐승이 되는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혹자는 "정치는 명분"이라고 했습니다.

그 명분이란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라는 질문이 반드시 붙습니다.

어제 새날이라는 방송에서 진행자가 그러더라구요?

"10.29 참사는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명단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댓글에 유가족이라고 자칭하는데 그걸 어떻게 믿냐?"

대놓고 반박하겠습니다. 저 주장은 틀렸습니다.

댓글이 조작 가능하다면, 윤석열 정부가 유가족 한 명을 포섭해서 "나 희생자 누구누구 가족이다. 왜 멋대로 명단 공개하느냐?"라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것은 왜 생각 안하죠?

그 순간 명분은 날아가는 겁니다.

다행히 민주당에서 유가족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고 하니 저도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