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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작문/소설/대본] 요즘 미모사 꽃이 활짝 폈다. 3
2023.06.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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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4754318

FB_IMG_1687686695493.jpg

 

요즘 미모사 꽃이 활짝 폈다. 자귀나무는 해가 지고 밤이 되면 펼쳐진 잎이 서로 마주보며 접혀진다고 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신경초인 미모사는 외부의 자극에 잎이 붙어버린다, 신기하게도! 예로부터, 자귀나무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로 합환수(合歡樹)로 쓰였다. 이런 연유로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자귀나무를 마당에 정원수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반면, 신경초라고도 불리는 미모사는 잎을 건드리면 밑으로 처지고 작은 잎이 오므라든다. 밤에도 잎이 처지고 오므라든다고 하니! 미모사 잎을 건드리면 오므라드는 게 신기했던 적이 있다. 미모사는 수줍음과 홍조를 가득 띤 산처녀의 이미지를 닮았다.

 

https://youtu.be/O7KWDYadivE

 

미모사! 나는 아직까지 모순투성이이고, 꿈 속을 헤매듯 알을 품을 둥지를 찾고 있다. 내가 그 소녀와 함께 한때를 보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불행의 시작은 내가 그 소녀를 놓쳐 버렸다는 번민에서 비롯되었다. 내 기억 속에는 애상의 덩어리와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혼재된 채 남아있다. 아름다운 추억이 기억 속을 헤집고 떠돌지만, 그것도 나를 위로해 주지는 못 한다. 

 

그 아름답고 눈부신 오월의 첫날, 파국의 이별은 점점 더 부드러운 비단무늬를 짜내듯 그 본연을 드러냈지만, 내겐 눈물로 짜여진 루(淚)의 모양일 뿐이었다. 나는 처절한 첫사랑의 윤곽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섬세한 무늬와도 같았기에 한 번 어긋나면 급물살을 탔다. 무엇보다 그 위태하던 첫사랑은 서로에게 수줍기 짝이 없었다. 그 자체는 아름다와 보였지만 미묘했다. 그런 미묘한 상태로 첫사랑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젊다는 것이었지만!

 

그밖에 나 자신이 느낀 바를 이것저것 종합해 보면, 나는 사랑의 봉오리를 수줍은 처녀들 사이에서 찾고 있었다. 아직 여물지 않았기에, 그 위태한 둥우리에 알을 품어보는 것은 언제나 설레며 매력적이었다. 반면 부인이란 자연스럽지 못 하고, 교태스러운 점이 많아 위험했다. 부인과의 사랑은 아름답지 못 하고 항상 끝간 데를 보여준다. 그것은 자극적이지만, 그 자극이란 언제나 마지막을 품게 만든다. 

 

나는 꿈과 같았던 첫사랑의 열매를 다시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없다. 하물며 순수했던 첫사랑이라는 파문에 머리를 들이밀고 그 속을 행여나 들여다 볼 용기조차 다시 없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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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5 19:31  (수정 06.2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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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말은 많지만 않겠습니다.

    그리고 마멀레이드의 원곡은 언제나 진리 입니다

     

  • 이지튀르 작성자
    2023.06.25 19:37
    베스트
    @김젓또 썰풀이 할 게 있으면 하시길^!^
  • 2023.07.25 15:02
    베스트

    불행의 시작은 내가 그 소녀를 놓쳐 버렸다는 번민에서 비롯되었다.

    우와~ 이거 너무 좋아요

    그녀를 놓친 순간이 불행이 아니라 번민의 시작이 불행이라니...

    첫사랑은 늘 아득하고 먹먹한게 진리지요.

    저의 첫사랑은 어쩌다 볼 지근거리에 있지만...그게 썩 좋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