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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작문/소설/대본] 세마디 1
2023.05.29 12:21
72
3
https://itssa.co.kr/4150680

책을 펴들고서 백 페이지나 읽었을까. 조용하던 뒷자석에서 왠 아녀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게 속삭이는 듯 했지만, 토종 경상도 사투리를 무척이나 무뚝뚝한듯 사랑스레 구사하는 목소리에는 연인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달달함이 뒤섞여 있었다.
잠시 전화기 너머로 뭐라고 수군거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지만 단호하게 바뀌었다.

"뭐, 빼묵은 말 읎나?"
"......"

"그래, 그런데 그거 말고 다른 말 있다 아니가?"
"......"

"어허! 팅기지 말고 퍼뜩 말해라!"
"......"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사근사근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갑게 바뀐 것이 이상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그거 있다 아니가! 그러니까 세마디로 된 말!"
"......"

"자꾸 이럴끼가? 세마디!"
"......"

"어허! 남자가 부끄러버 하기는!"
"......"

"그래애, 아라따아~, 끊는다아~!"

세마디의 말이 무슨 말이었는지 순식간에 그녀의 목소리에 웃음소리를 감추는 장난기가 가득 묻어났다.
세마디로 연인의 목소리에 행복한 웃음기를 머금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을 가진 말이란 무엇일까.
책을 덮고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산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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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9 12:28
    베스트

    그 말이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