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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3.01.03 04:50
141
7
https://itssa.co.kr/2034494

모두가 잠든 새벽녘, 인식의 불을 켜고 있으면 내가 세상의 주인공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홀로 살아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다 점점 서광이 비출 때면, 반대로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새벽 내내 올빼미처럼 날밤 새고
다들 바삐 출근하는 시간대를 노려
초췌한 몰골로 집에 슬며시 들어가 밥을 먹고
잠깐 자다 깨어 일어나
백주에 수면제 삼아 병나발 불고
또 잠을 청하다가
어슴푸레한 어둠이 깔리면
어느새 그의 눈꺼풀은 밤의 기운을 받아
자연스레 눈의 총기가 빛을 발한다
생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의 몸은 계속 축나고
위는 점점 쓰려온다.
누군가가 이런 걸 방해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 불안에 떨며
그렇게 살 바에 죽는 것이 낫다고
누가 말했던가!
아니 그렇게 술만 들이키면
무슨 울분이 그렇게 많았던지......
서럽게 울어제치는 그를 지켜보던 어떤 이는
틀림없이 자살할 거라는 악담을 그의 면전에 퍼부었다.
미쳤어, 사는 게 복수라고 맞받아치는 그의 오기는
아니라고 절대로 아니라고 우겨보지만
어찌할 수 없는 우울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그의 천성은
일부러라도
다른 이들에게 값싼 동정을 사고 싶지 않았다
밟고 명랑하게 발버둥쳐보자는 그의 최면은
자의적인 속임수였다는 것을 누가 알까나
누군가에게 심오한 감정이라도 들킬 것 같아 수줍어 말 못하고
두려움을 가장하기 위해 꼴갑지도 않은 웃음을 뱉어내고
생각하기조차 싫은 고역을 씹어 삼키며
발정하는 숫캐처럼
차갑게 식어가던 가슴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짓누르고 
오늘도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며
후회막심한 일로 번민하다가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것으로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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