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글
인기글
정치인기글
유머게시판
자유게시판
정치/시사
라이프
19이상만
EastSideStory
[사진/디자인/포토샵] 어느 베짱이의 넋두리 5
2022.12.12 00:16
210
2
https://itssa.co.kr/1766810

心의 신경도 예민하고
身의 신경도 예민하고
頭의 신경도 예민하고

感의 신경도 예민하고

 

心.身.頭.感 이 가끔 무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알고 보면 심신이 예민하면 맘과 몸이 고달프게 되고, 두감이 예민하면 나와 세상사가 괴리가 깊어진다.

 

특히나 겨울은 내게 산다는 것에 별로 감흥을 못 느끼며, 식욕마저 없고 몸은 추위에 벌벌 떠는 베짱이처럼 게을러지고 머리 속은 푸념에 가까운 넋두리가 또아리를 친다. 그것이 싫은 나머지 점점 알콜에 기대어 의지하려고 하지만, 내 몸뚱이는 조금도 허락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포이어바흐가 "물질적 조건이 관념(사변이성)을 만든다"고 했던가! 이 말을 현대적 어법으로 바꾸면 이러하다...'물질적 조건이 여유를 만든다.'

 

천성이 거지거나 베짱이 같은 부류는 정직하거나 게을러 그럴 수도 있지만, 물질적 조건이 풍족해도 대개 아등바등하는 부류가 태반인 게 현실이다.

 

https://youtu.be/Zif1W8fxEJU

 

겨울엔 등짝이 따스하면 잠이 잘 옵니다. 그보다 겨울엔 신진대사의 기능이 떨어지기에 그렇습니다. 오래 전, 겨우내 삼일 밤낮으로 잔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얼굴만 내밀고 자면 겨울잠이 따로 없습니다. 또다시 매서운 겨울을 맞이하는 베짱이의 넋두리를 읊자면 이렇습니다.

 

춥고 모든 것이 헐벗은 겨울이 찾아오면 넋두리에 지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기사 하릴없이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다 보면 꼼짝하기도 싫어지기에 말입니다. 그래서 겨우내 넋두리는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산다는 것에 큰 위안을 가져보지 못했던 탓일까요. 이제껏 푸릇한 삶에서 오는 발랄함을 느껴보지 못한 제게 보잘것없는 넋두리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제 자신이 쓸쓸했을까를 투정해 봅니다. 한겨울에 저의 조울증은 주가의 곡선처럼 예측불허입니다. 

 

봄, 여름, 가을 지나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면 더욱더 제 육신은 추위에 벌벌 떠는 베짱이가 되어갑니다. 군전역 이후, 결혼생활 기간을 제외하면 따뜻한 기운이 찾아오는 봄부터 추위가 엄습하는 늦가을까지 저는 이곳 저곳을 싸돌아다니다가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는 겨울 초입에는 갈 곳 없는 베짱이처럼 집으로 기어들어갑니다. 그리고 집안에 처박혀 넋두리를 벗삼아 글을 마구 쏟아냈습니다. 

 

따스함을 몹시 사랑하고 그리워했기에 예전부터 소망이 그러했습니다. 그나마 따뜻한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고. 죽기 전에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추위를 잘 타서 그런지는 몰라도 추운 것은 아주 질색입니다. 무엇보다 겨울의 추위가 제 몸의 활동을 위축시켜, 정신마저 쓸쓸하고 헐벗음을 강하게 느낍니다. 그런지 겨울동안 제 몸 속에 있는 기는 콱 막혀버립니다. 게다가 겨울은 생의 쓸쓸함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겨울은 추위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데서 오는 불만감으로 만땅되어 자꾸 이름모를 우울감에 빠집니다. 그래서 겨우내 이불 속에서 공상하기 바쁩니다. 난류가 관통하는 따뜻한 지방의 바닷가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는 것입니다. 

 

추위를 싫어했던 건 천성적 게으름과 생의 좌절과 번민에서 오는 상실감이 겨울에 극대화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겨울이 싫었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겨울은 기어이 오고야 마는 자명한 이치기에 말입니다. 

 

저는 지금 바다의 미풍이 불어오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자락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 어느 영화에선가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서 있던 초상화 속의 여인네의 눈짓이 아른거립니다. 그 여인이 보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생의 일장춘몽(봄은 짧기에 인생도 짧다는 의미로 그러했겠지만), 왜 옛 선인들은 인생의 덧없음을 일장동몽(겨울에 비유하지)이라 하지 않고 봄에 비유했을까요. 매서운 추위가 사람의 몸을 엄습해 올 때는 아마도 인간은 살고자 하는 의식이 강해 그런 허무한 감상을 미처 할 겨를도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추위에 맞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이 강해지기 때문에 삶의 유의미성을 따지는 것이 헛지랄이라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우옛든, 어김없는 겨울을 받아들이는 제 몸뚱이는 변함없이 제 모든 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또또 올 겨울을 어떻게 버텨낼까 하는 그런 걱정이 태산같지만 꿋꿋하게 버텨내야지 싶습니다. 그저 보쟁글 아저씨처럼 껑충껑충 뛰면서 삶을 박차게 담글질하면서 말입니다.

댓글 5

댓글쓰기
  • 2022.12.12 00:20
    베스트

    허허 베짱이는 개미에 먹이입니다.. 냠냠

  • 이지튀르 작성자
    2022.12.12 00:22
    베스트
    @삼성전자 뭐~, 개미의 먹이가 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되어드릴 테니 절 잡아드시길^!^
  • 2022.12.12 00:28
    베스트

    요즘 어깨에 담이와서 고생중입니다.

    예전엔 담이와도 팔 몇번 돌리면 좋아졌었는데, 나이가 먹어서인지 이젠 일주일이 넘게 고생하고있습니다.

    몸이 나빠지면 마음도 혼란해지고 생각도 집중이 잘 안되곤 하네요.

    조화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 이지튀르 작성자
    2022.12.12 00:29
    베스트
    @장수잠자리 아무쪼록, 장수하시길^!^
  • 2022.12.12 00:33
    베스트
    @이지튀르 장수는 무슨... 움직이기 힘든 시기가 올때쯤이면 죽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