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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2.11.16 14:10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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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452779

어려서 살던 집 옆에 조리공장이 있었지요. 예전에는 쌀 씻을 때 돌 가려내느라 조리개로 쌀을 일었는데 그 조리를 만들던 공장이지요. 공장이라곤하지만 가내수공업 수준이었죠.


그 집 맏딸이 여고생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바람난 여고생이었던 것 같아요. 야간 고등학교를 다녔지요. 그 집에 일하는 오빠들두 많구 해서 자주 놀러 갔었지요. 국민학교 3, 4학년 땐가 문주란이 노래가 막 나왔을 때 그 언니가 문주란을 좋아해서 우리 꼬마들 앉혀놓곤 문주란의 노래를 불러주곤 했답니다.


그리고 저를 예뻐해서 영화관에도 데려가 주었지요. 미아리 극장에서 미워도 다시한번을 보았는데 영화관에 걸려 있는 여배우 사진 앞에서 "너 저 배우가 누군지 아니? 윤정희라구 하는데 너랑 많이 닮았다" 그러면서 나를 많이 예쁘다고 그랬지요.


사실 제가 이런 옛날 얘기하면서 윤정희라는 배우를 들먹이면 듣던 사람들 모두 같잖아 여기지만서두 저는 거짓말은 못하거든요.^^


그 시절, 참 궁핍한 시절이었는 데도 그 시절을 추억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https://youtu.be/Q-ATzCWqs94


위의 구름재(님은 약사셨는데 안티조선 우리모두 멤버 중에 제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하해주셨는데, 2001년 안티조선 우리모두 송년회 때, 제게 머리핀을 선물해 주시면서 여자 친구가 생기면 주라면서, 너무나도 소녀적 감성이 철철 넘치셨던 분)님의 글을 읽자니, 그때 그 시절 구름재 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생각해봐라! 그 바람난(?) 여고생 언니가 폼을 잡고서 동네 꼬마 소녀(구름재님 포함)들을 대동하고 길음동의 미아리 극장(오래 전에 없어졌다)으로 가는 풍경이라니.

 

20년 전 여름 즈음이던가, 유시민 씨가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책 출판기념으로 강연할 때 함께 참석하고, 잠시 구름재 님과 저녁을 즐기면서 고딩학창시절을 얼핏 들었다.

 

구름재님은 인사동 종로경찰서 건너편에 있는 풍문여고 출신이란 것을 그때 알았다. 구름재 님이 다니던 여고 시절, 그 옆에는 우리 나라 최고의 명문인 경기고(지금은 정독도서관)가 버티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우리 나라에 날고 기던 남학생들이 모여 있던 곳이 경기고가 아니었던가! 매일 정릉 배밭골(국민대 건너편) 종점에 있는 2번 버스를 타고 통학하면서 그 빛나는 경기고 뺏지의 남학생들과 섞여 타고 오는 버스 안의 풍경을 상상해 본다. 한때 본인도 정독도서관을 갈 때면 정릉동에서 2번 버스를 타고 안국역에 내려 털레털레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암튼 구름재 님은 본고사를 치루지 않고 입학한 학번의 학생들은 그렇게 쳐다보지 않았는데, 본고사를 치루고 입학한 학년의 학생의 뺏지는 왜 그리도 우러러 보였던지, 하면서 회상하던 얘기를 들었을 때, 혹시 구름재님은 아마 이런 생각을 맘에 품었을 것이다.

 

'소싯적에 윤정희를 닮은 내게 경기고생 데이트 신청해 오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과 기대에 얼마나 설레는 학창시절을 보냈을까 하는 상상을 말이다. 여고생이던 시절 구름재님의 얘기로는 자신이 이성에 대해서는 쑥맥이었기 때문에 데이트 한번 해보지 않았다고 잡아떼셨지만, 과연 그랬을까?

 

윤정희를 닮은 구름재 님의 미모를 본 경기고 남학생들이 가만 놔둘 리 만무했을 텐데, 여러 번 데이트 신청을 받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좌우당간, 그 당시 구름재님은 학교와 집뿐이 모르는 범생이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캬~ 그 바람난 언니랑 좀 같이 다니셨으면, 그래도 남학생들과 어떻게 사귀는 건지를 좀 배워보셨을 텐데.

 

하기사 내가 지금 이런 말할 자격이라도 있는가? 나야말로 초*중*고딩 시절, 여자 앞에 서면 수줍어 말도 못하는 쑥맥에다 홍당무였던 지라, 이성에게 말 한번 걸어보지 못했고(언제 미팅이라도 해본 적이나 있었니?), 숫기가 없어 미팅은 꿈에도 꾸지 못했던 내가 뭘 말을 못할까!

 

그런 성향이 재수*삼수 시절까지 이어져 학원에서 어엿쁜 여자들과 사귈 기회는 종종 있었지만, 그 놈의 수줍음 때문에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인연은 좀 있었지만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라도 잘 해서 대학에라도 갔었으면, 자연스레 이성 친구를 원없이 사겨봤을 텐데, 애고! 공부를 못한 내가 지금에 와서야 이토록 한심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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