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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상만
EastSideStory
2022.10.24 05:48
270
5
https://itssa.co.kr/1085304

국민학교 4학년 때일 거다. 취학 전부터 소꿉 친구로 지내던 그 아이(소녀)가 떡 하니 서 있었다...춘천에서 철원으로 전학을 왔던 것이다...아침 조회 시간에 내 앞 줄에 노란색 장화를 싣고 자주색 비옷을 입고서 말이다. 한동안 안 보였길래, 아마 그 한동안이란 시간은 아마도 3년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아이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아니 그보다 그 나이에 이성이란 것에 그렇게 뚜렷한 생각이 없었던 탓이다.

내 나이 여섯 살에 고향 원주를 떠나 처음으로 낯선 타지방에서 살았던 곳이 땅굴로 유명했던 철원이라는 소읍이었다. 우연히 우리 가족이 이사한 곳은 아버지의 사범학교 3년 후배가 살고 있는 옆집 관사로 이사를 가게 됐다. 그 선생님의 자녀는 남매였다. 우연히도 그 아이의 남동생은 나의 남동생(85년 1월에 하늘 나라로 갔다)하고도 나이가 같았고, 난 그 여자 아이와 동갑내기였다. 성은 이씨요, 이름은 혜영이었다.

그 아이가 첨 우리집을 방문했을 때 내게 준 선물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빨간색 바탕에 접는 삼각형 비닐지갑이었다. 그 지갑은 부라보콘 로고가 붙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그 아이와 친해진 이후, 난 그 아이와 국민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늘 함께 놀았다. 줄넘기도 하고 소꿉 놀이도 같이 했다. 내가 그 아이의 볼에 뽀뽀한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그러다 그 아이와 서먹서먹하게 되었던 건, 그만 내가 실수 아닌 실수로 그 아이가 뒷뜰에서 신문지를 깔고 큰 일을 보고 있는 걸 목격하고부터였다. 난 그 아이가 창피할 것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그랬을까? 그 아이의 남동생은 사내 아이라서 그랬던지 앞 뜰에다 볼 일을 보곤 했다. 아마 그 아이는 여자였기에 그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창피해서 그랬던 것일까? 참, 그 당시(1970년대 말)에는 웬만한 집 빼 놓고는 수세식 화장실은 전무했고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이었고, 그런 데다 공동화장실이었다. 그랬으니 오죽 했으랴! 물론 나는 변을 공동화장실에서 혼자 볼 정도로 대범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나도 공동화장실에서 큰 일을 본 후에 밖에 누가 인기척이라도 있으면 그게 창피하여 화장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뜸들이며 안전부절했던 적이 있었다. 어느 세월에 이런 것들을 회상하면 쓴 웃음을 자아내곤 한다.

 

https://youtu.be/bPlpxHhzSp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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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4 06:17
    베스트

    아 추운 새벽 노래에 취하네요

  • 이지튀르 작성자
    2022.10.24 06:29
    베스트
    @낀띤딴또 일찍 일어나셨네요.ㅎ
    즐거운 한 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