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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4.1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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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전 오늘, 민중이 일어나 독재에 항거했다. 

소위 이 날을 4.19 혁명, 의거라고 한다. 모든 일에는 근거와 이유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란 없다. 4.19 의거도 마찬가지, 근거와 이유가 있다. 의거가 일어나기 한 달 전, 대선이 있었는데 집권 여당, 자유당은 엄청난 선거 부정을 일으켰다. 이른바 3.15 부정 선거라고 명명 지어진 사건이다. 이 부정 선거는 민중들을 자극, 항의와 항거로 이어졌으며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일을 수습하기는커녕 경찰을 동원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마산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주열 학생이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사망하게 되었고 그 시신을 경찰이 아무렇게나, 바다에 던져 은폐하려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 시신이 사진으로 찍혀 신문에 실리자 이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번졌다. 다시 시위는 항거로 커졌고 이에 경찰은 더 강하게 무력 집압하면서 전국은 내전에 준하는 상황에까지 치닫게 되었다. 이제 국민의 저항은 혁명의 준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이승만 정부는 이 사태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부정선거의 원흉 이승만은 하야의 형식을 빌어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민중의 저항과 항거가 부패한 정권, 독재자를 끌어냈다. 국민이 이겼고 혁명이 이루어졌다. 이게 4.19 의거의 대략적인 개요다. 우리 민중은 민주주의를 위해 혁명을 이루어냈다. 이게 세간의 평가다.

 

그런데 정말 우리 민중은 1960년에 혁명을 완성한 걸까. 정말? 그 이후 제대로 된 민주 정권이 들어오고 민주주의 체제는 완성되었을까? 이후의 역사를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후로도 우린 독재자와 싸워왔고, 쿠데타와 군사정권, 민주화 운동과 민중 학살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권력은 잊을만하면 부패했고 독재는 이름과 얼굴만 바꿔 민중을 괴롭히고 지배해 왔다. 이 땅에 반민주, 반민중, 독재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더욱 은밀한 형태로 민중을 괴롭히고 지배해 왔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모든 일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민주주의는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 민주주의인데 우리는, 한국은 너무 쉽게 받았다. 일제에서 해방되고 연합국-사실 미군정-에 의해 강제로 받은 정치체제가 바로 민주정이었다. 의회 민주주의는 그렇게 선물처럼 우리에게 어느날 갑자기 안겨졌다. 앞서 이야기했듯, 모든 것에는 대가를 치르고 값을 치러야 한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우린 이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값을 치르고 대가를 치러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희생이 있고 혹독한 시기도 겪어왔다. 독재가 우리를 괴롭히고 그때마다 민중은 항거와 저항을 하면서 독재를 몰아내왔다. 그런데 그렇게 몰아낸 독재자는 이름만 바꿔 우리를 지배한다. 이유는 뭘까? 우리는 충분히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누리기 위해 적합하고도 합당한 가격을 치르지 않았으며 앞으로 그에 대한 값을 충분히 치러야 한다. 

 

권력은 그 특성상 힘을 집중하고 키워나가며 독점화되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물질이 중력을 가지고 주변 물질을 끌어 들어 몸집을 키우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처럼, 권력 역시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권력 집중의 독재를 막기 위해 늘 감시와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재의 기미가 보인다면 가차 없이 제거하고 처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얼마간의 희생이 요구된다. 민주정을 지키며 독재를 막는 대가, 비용을 치러야 한다. 독재가 나타났을 때 가차 없이 제거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우리의 역사,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과정에서 아쉬움이 있다. 들고일어나는 것까지만 하고 완전히 뒤집지는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쉽게 말해 독재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는 것까지는 성공하는데 독재자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어디 그런지 살펴보면, 4.19 의거를 통해 이승만을 끌어냈지만 제거하지 못했다. 그는 자진 하야했고 미국 하와이로 망명, 거기서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다음 박정희, 그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 18년을 권좌에서 누리다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다. 그 18년 동안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희생했음은 모두가 알고 있다. 독재의 표본 같던 그를 민중이 끌어내지 못했고 그 독재자는 어이없게도 술자리에서 부하가 쏜 총에 맞아 죽었다. 그렇게 그의 독재는 끝났다. 그후 민중은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요구했지만 박정희의 부하 전두환이 권력을 찬탈, 다시금 독재를 이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광주는 희생양이 되었고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 전두환은 7년을 독재했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 항쟁으로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획득, 적어도 대통령을 직접 민중이 선출할 수 있는 제도를 획득했다. 하지만 전두환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으며 천수를 누리다 세상을 떴다. 그가 독재 하며 축적한 부는 자식들에게 이어졌고 후손들은 여전히 누리며 잘 살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에 나타난 독재자들의 결말은 하나 같이 누리다 세상을 떴다. 박정희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지만, 권력을 누리기만 했지 다른 독재자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독재에 항거하고 독재자를 끌어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을 한 역사가 없다. 그 업보는 결국 또 다른 독재의 반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으며 지금, 2024년을 살아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린 늘 적당한 선에서 시위만 할 뿐, 제대로 된 혁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청산되어야 할 적폐, 구습은 잠시 몸을 감추었고, 잊을만하면 독재의 망령이 다른 얼굴과 이름을 달고 나타나 민중을 억압하고 지배해 왔다. 그게 계속 반복된다. 이승만을 찬양하는 영화가 2024년에 나온 것을 보라. 한술 더 떠 419 기념일에 이승만 제대로 알기 운동을 하려 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어디 이승만뿐인가, 박정희는 어떤가, 제대로 처단하지 못하니까 그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고- 후에 탄핵되었지만- 박정희 정신 어쩌고 하면서 기념사업과 함께 숭배, 찬양하는 세력이 정치 세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전두환을 보라. 대놓고 못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찬양하고 그가 옳았다고 떠드는 놈들이 있다. 잊을만하면 80년 광주를 폄훼하고 왜곡하는 놈들이 튀어나온다. 이게 모두 독재자를 제대로 처단하지 못한 업보다. 이게 문제다. 내가 주장하는 바가 바로 이거다.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결국 더 큰, 더 악질적으로 돌아와 더 큰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한국의 봄은 늘 아프다. 3.1, 4.3, 4.19, 5.18. 이 숫자들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숫자들은 과거 역사로만 남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금이라도 우린 이 문제를 제대로 청산, 제거 그리고 해결해야 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역사는 결국 비싼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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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9 23:24  (수정 04.19 23:24)
    베스트

    퍼온글인가? 넘 길어요..

  • moxnox 작성자
    2024.04.20 00:38
    베스트
    @비행어른

    다음엔 짧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 2024.04.20 00:09
    베스트

    하.. 너무 공감가는 글입니다. 글도 잘 쓰시고 술술 잘 읽히네요.

    특히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가 참......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