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산다는 건, 늦가을부터 늦봄까지는 거의 늘 비를 봐야 한다는 걸 뜻합니다. 그렇다고 매일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건 아니지만, 이 비 때문에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비 때문에 이 동네가 '세계 커피의 수도'라고 스스로 부를 정도로 엄청난 커피 소비량을 보이는 거지요. 카페인이라도 없다면 진짜 우울증 걸리기 딱 좋고, 실제로 시애틀은 미국 안에서도 자살률이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여름엔 그렇게 늘 해가 쨍쨍 비치고 아름다운데, 겨울만 되면 이 모양이죠.
오늘도 변함없이 그렇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을 했습니다.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의 숙명이죠. 그래도 처음엔 비옷을 입고 일해야 할 정도로 쏟아졌는데, 정오 되기 직전에 비가 개더니 살짝이나마 해가 비치더군요. 그러니 기분도 맑아지며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해를 보니 '오 솔레미오'가 나오는 걸 보면 제 연식이 살짝.
아무튼 점심시간이 되어 늘 찾는 식당을 찾아 왔고,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유튜브를 틀어놓고 짧은 쇼츠 뉴스들을 봤습니다. 설날이라 그런지 관련 영상들이 떴는데, 갑자기 웬 멧돼지가 춤추며 노래부르는 영상이 뜨더군요. 그것도 제 나이 사람들에겐 너무 익숙한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를 부르면서.
아... 이 시대에 진정 사랑과 이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가 다 미안하고 민망해지는 영상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눈밭에서 오체투지하며 백팔배를 한 이태원 10.29 참사 희생자들에게, 해병대 채 상병과 그걸 수사하다 탄압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에게, 생활고를 비관하다 목숨을 끊은 적지 않은 이들에게, 반지하 방에서 수해로 인해 죽어간 이들에게, 서천시장 화재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밥맛이 뚝 떨어졌지만, 그 쇼츠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웃음으로 참아냈습니다. "노래 가사 바꿔라. '우리의 사망이 필요한 거죠'로." 라던지, "우리의 수사가 필요한 거죠"같은 댓글들이 주옥같이 달렸더군요. 와, 어쩌면 연기도 저렇게 못하는지. 게다가 그 표정 하며. 김건희는 떳떳하지 못하니 그 영상에 나오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 국민에게 설 인사를 하면 국민들이 좋아할 줄 알았던 모양이죠?
밥 먹는 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얼른 딴거 틀긴 했지만.
젠장 토 쏠려 미오.
댓글 11
댓글쓰기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itssa.co.kr/10390589
물건너 미국까지 열받게 하는 대통령...
고생 많으십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고양이네마리님! 네마리를 키우시는건가요? 대단하시네요.전 하나도 전전긍긍인대...전 혹시라도 저딴거 보고 혈압 오를까봐 절대 안봅니다.ㅠ
근데 애들이 다 개성 있어가지고... 아무튼 말썽은 피우지만 그것도 다 예쁘게 느껴지네요.
창녀 마누라한테 사랑을 못받아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