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이 되면 사범 자격을 줬었는데, 빠르게 성장하고 쉽게 싫증을 느껴 포기하는 내 성격은 5단을 따지 못했다.

내가 가르쳐도 되는데.. 조카놈은 삼촌 무섭다며 내게 배우려 하지 않았다.

모처럼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조카를 위해 토론토의 태권도장 여러곳을 다니며 도장을 평가했는데,

그 과정 중 '정통성'이란 가치에 대해 생각 한 바를 후술 해 본다.

첫 도장은 전문적인 곳이였다.

40년 전에 국기원에서 자격을 획득한 한국인 관장과

국기원, 경희대 출신 사범들로만 이뤄진 곳이였다.

벽면 가득한 상장과 사진들은 관장의 정통성을 자부심으로 치환해 보여줬다.

하지만, 시간표 중간에 관장 자신이 수련했던 다른 투기가 끼어 있었다.

< 합기도, 복싱, 검도 >

격투기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도 여럿이 섞이고 다투어 융합 되는게 좋지만,

그걸 타격 베이스의 관장이 가르친다.. 는 건 내가 쪼금 받아들이기 어려워 참관학습을 신청했고

품세 두번과 가벼운 푸시업이 포함된 40분의 태권도 수업을 지켜보며 고개가 저어졌다.

두번째 도장은 딱 보육원이였다.

당랑권 마스터인 아버지를 둔 중국인이 관장이였고, 당랑권은 아무도 배우려 하지 않아서

중학교 때부터 먹고 살기 위해 태권도를 수련했다는 말을 유머로 하던 사람이였다.

참관학습을 신청했고, 조카를 가르치기 위해 내딛는 첫 기마자세를 보고 '여기다'라 확신했다.

강습 커리큘럼과 방식은 한국 국기원의 표준에서 1도 어긋남이 없었고,

관장이 전수하는 지르기와 차기는 섞이지 않은 핵심 그 자체였다.

자신이 한국인이 아님을 알기에 그랬을까..

<※ 나중에 듣게 된 이야기, 캐나다 챔피언십 3년 연속 챔피언이었다. 대표로 올림픽에도 나갔고.. No메달>

조카에게 선택을 조언했다.

나중에 선수가 되고 싶으면 첫번째 도장으로 가고,

제대로 된 정통 태권도를 배우고 싶으면 두번째 도장으로 가라

당연히 조카는 두번째 도장으로 갔다.

정통성이라는건 해당자에게 여유로움과 변칙을 허용해 준다.

스스로, 또 주변에서 평가할 때도, 깊고 정확하게 자세히 아는 지라

이미 정통(正統)을 획득 했고 그 자격으로 변주를 허용하며, 마침내 자유하게 된다.

중국인 관장이 국기원의 교습 지침을 일점일획 바꾸지 못하는건

아마 그 정통성이 부족해 보인다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어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