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글
인기글
정치인기글
유머게시판
자유게시판
정치/시사
라이프
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6.07 10:36  (수정 06.07 10:38)
151
10
https://itssa.co.kr/14477438

2bd9326e83ae825043e3ab6a2df4b20c.jpg

 

내 자신도 술을 끊지 않으면 행려병자거나 고독사로 비명횡사하지 않을까 하는...가끔씩 뉴스에 고독사로 죽은 소식을 전하는데 망자의 곁에는 소줏병이 널브러져 있었다는 보도를 심심찮게 접했다. 그런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의 마지막 구절을 떠올리며 읊조렸다..."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위 이미지 속 행려병자는 술꾼(알콜중독)은 아니지 싶었다. 어느 해 겨울 날, 길가다 마추진 노숙자는 저무는 겨울햇살을 만끽하며 독서에 여념이 없었다.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방석삼아 앉아 있는 모습은 초연했다. 그가 끌고다니는 낡은 유모차엔 빛바랜 신문지 뭉치가 세탁한 옷들처럼 가지런히 포개져 있었다.

 

그 해 겨울 이후 그 노숙자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 해 여름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원주 단구동 근린공원에서 몇 번 마주쳤던 게 전부였다. 그 때는 행색이 노숙자처럼 보였는데 그 해 겨울에 마주한 모습은 걸인에 가까웠다.

 

매서운 한겨울 동안 계속 노숙하며 추위를 견뎌낸 모습이었다. 노숙자의 코와 입 주변이 추위로 벌겋게 텄더랬다. 머리는 망나니처럼 뻣뻣한 산발이었고, 몇 달 동안 씻지 못 했는지 바싹 마른 낙엽처럼 푸석했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나의 소심함으로 인해...굳이 그의 독서삼매경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 내심 저 걸인에게서 부러움을 느꼈던 건 디오게네스처럼 모든 물질로부터 초월한 자유였던 것 같다. 아무나 부러워할 수 없는 자유였기에, 나는 몹시 서글펐다!

굥거니 탄핵은 12월에...

댓글 6

댓글쓰기
  • 2024.06.07 10:37
    베스트

    시인이시네

  • 본느프와 작성자
    2024.06.07 10:40
    베스트
    @나의대통령이재명

    본느프와가 시인인데예^^;;

  • 2024.06.07 10:49
    베스트

    폭염과 한파가 있는 이 나라는 노숙자들에게 가혹혀...

    캘리포니아에서는 노숙자도 해피하던디. 휴지통 뒤지디가도 눈 마주치면 먼저 해맑게 웃으면서 "헤브 어 굿데이~" 인사하던 미국 거지가 떠오르네잉

  • 본느프와 작성자
    2024.06.07 10:51
    베스트
    @밝은씨앗

    캘리포니아는 노숙자들에 천국이네예...

  • 2024.06.07 10:53
    베스트
    @본느프와

    흑인 노숙자들은 그루브도 죽임. 구걸할때 구성져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 2024.06.07 11:51
    베스트

    다른 것에 몰두. 자동 금주.

라이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