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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5.28 20:46  (수정 05.2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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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4270428

누구 못지않게 고단했을 해가 뉘엇뉘엇 넘어갈 때 쯤이면

앞에서 끄는 아들과 뒤에서 미는 아버지에 의해

순수레를 개조한 포장마치가 자리를 찾아오고

시장에서 고른 생선과 야채를 양손에 나눠 쥔 어머니가 뒤늦게 도착하면
연백집의 일과가 시작됩니다.
 
황해도 연백에서   1.4 후퇴때 인천에 오셨기에
연백집이란 이름으로 그리움을 달래셨다죠.
 
뒤늦게 술을 배운 탓에 많이 마시지도 못했고
한 달 알바비로 7만원 남짓을 벌던 시절...
늦은 밤 살짝 데친 꼴뚜기 몇 마리와 소주 반 병이면 
적당한 취기로 허기를 달랠 수 있었고
철에 따라 내어주시던 홍합탕이나 오뎅국물을 곁들이고도
천원짜리 한 장으로 맛 보았던 훌륭한 술상이었습니다.
 
간혹 나처럼 혼술을 즐기는 낯선 이와 눈길이 마주치다가 
어설픈 취기가 용기를 주면
서로의 잔을 채워주며 안주도 나눠먹는 게
그다지 흉도 시빗거리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연백집에서 그렇게 두꺼비와 친해져가던 어느 날
여러가지 사정으로 포장마차를 접으시고
개발이 시작되던 주안역 지하상가의 식당가 입점을 생각중이라는
얘기를 들은지 오래지않아 나의 두꺼비집은 모습을 감추었어요
 
몇 년이 흘러 주안역 지하상가의 분수대 옆 식당가를 찾아 보았지만
연백집이거나 연백식당의 이름도 못찾고
어머니도... 아들이었던 ○○형도 만나질 못했습니다.
더 좋은 곳에서 잘하시리라 빌어보기만 했을뿐...
 
얼마 전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주류판매업 일부 개정안으로 인해
식당에서 소주의 잔 술 판매가 가능케 되었습니다.
고물가와 불경기가 서민들의 목을 옥죄는 요즘
잔 술 판매의 허용이 자영업자나 서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리라 판단한 것인지
국무위원들의 수준과 인식은 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네요.
 
남의 가정사에 함부로 참견 하는게 옳지는 않지만
장성한 자식을 훈육할때는 고무호스 따위로 어설프게 팰게 아니라
쇠몽둥이로 반쯤은 죽여 놓아야 뒤늦게라도
사람구실을 하리라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요즘이네요.
 
 
연백집이 기대어있던 담장도 허물어지고
담장안의 국민학교도 옮긴지 오래지만
오늘도 그 자리를 지나는 내 가슴은 그 때의 추억과 그리움으로
여전히 콩닥거립니다.
 
이젠 금주를 해야하기에 추억과 그리움만으로
취해야 하지만 결코 아쉽거나 슬프진 않네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도 다들 무탈하시고 행복하시길...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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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8 20:51
    베스트

    https://youtu.be/TkOhKTEBcdY?si=G4z6BFIW1PNjsgZw

  • 2024.05.28 21:45  (수정 05.28 21:48)
    베스트

    금주를 해야하기에 추억과 그리움만으로

    취해야하지만...

     

    아련한글을  반복해서 되새겨봅니다

    자꾸 되새김하다보니 순간 울컥ᆢ

    생각해보니  제겐 취할 추억마저 없네요 ㅜㅜ

    나이들수록 사람은 추억을 친구삼아

    산다했는데..

     

    피리부는소년님의

    고즈넉한 추억얘기ᆢ

    잘봤습니다~♡♡♡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28 22:09
    베스트
    @미소한줌

    아름답거나 자랑스럽지 못하지만

    나만의 추억이었기에 가끔은 이렇게 되새겨봅니다.

    마냥 젊을 줄 알고 늘 행복하리라 자만하고 겸손하지 못했기에...

    별거 아니었던 기억들이 이토록 애닯게 남아 있는건가 하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며

    좋은 꿈 꾸세요...

  • 2024.05.28 22:15
    베스트

    넘 아름답게 그려진 추억이라

    서너번을 읽었습니다 ᆢ

    피리부는 소년님도 

    더 건강하고 더많이 행복하시옵길요💙

  • 2024.05.28 23:17
    베스트

    피리 부는 소년님의 청춘 시절 한켠에 서서 노나주시는

    술도 한잔 얻어마시고, 호로록 홍합 국물도 마시고 좋다하고 있는데 꿈인가, 현실인가. 아리까리한 이 시점에. 인심 좋고 솜씨 좋으셨던 그분들께 부동산 사기꾼이 들러붙지 않았기를. IM풍파 무사히 잘 견디어내셨기를, 지금도 어딘가에서 다복하게 잘 살고 계셨으면 좋겠다 빌어보았어예🙇🏻‍♀️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28 23:33
    베스트
    @주윤발밀감

    연세를 감안하면 두 어르신은 좋은 곳에 가셨을테고...

    함께 하던 아드님도 아마 70세 언저리 되었을 거에요.

    모두가 행복하게 사셨기를 바랄 뿐 입니다.

    오만뽀횽아도 오늘 수고가 많았어요.

    좋은 꿈이 함께 하기를...

  • 2024.05.28 23:50
    베스트

    오늘도 아름다운 수필을 읽었습니다

    간만에 피리부는 소년님의 글에 큰소리 내서 웃었습니다 고무호스로 어설프게 팰게 아니라 쇠몽둥이로 죽지 않을 만큼 패서 버릇을 고쳐놨어야했는데 ~~~국민도 없고 연민도 없고  측은지심도 없는 자슥 호랑말코 같은 자슥

    소주값을 올리지 말아야지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28 23:59
    베스트
    @필그림

    나보다는 똑똑하고 현명해야 할 사람들의 모지리 짓거리를 보면

    나발부는소년이 되고 싶지만...

    악랄한 모지리들의 말로를 지켜보려면 피리만 불어야 한다는 게 

    참기가 힘이 드네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꿈 꾸세요.

  • 2024.05.29 01:11
    베스트

    잘 읽었어요 ~

    👍👍👍👍

  • 피리부는소년 작성자
    2024.05.29 03:03
    베스트
    @눈바람사탕

    반갑습니다.

    멀리 계신 것 만큼 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2024.05.29 04:01
    베스트
    @피리부는소년

    반갑습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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