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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4.14 01:29  (수정 04.1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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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ssa.co.kr/13103020

https://youtu.be/9ue3GFfr_C8?si=6cz78-R_6AvQIA9z

 

라일락이 피고 지는 사월에...첫사랑이 친구와 함께 전북 익산에서 서울로 두 번째 가출했던 날, 첫사랑의 맘을 다잡고서 몰래 그녀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녀가 지금 서울에 있다고 일렀다. 그녀의 엄마는 친구의 엄마와 함께 봉고차를 대절하여 서울로 상경했다. 약속 장소인 길음역 앞에서 첫사랑 엄마에게 그녀를 인도하고 떠나보내던 그 날 밤은 아픈 맘에 눈물이 절로 일었다. 첫사랑은 다시 익산으로 내려가는 조건으로 내게 울먹이며 애원했다. 자기 엄마에게 단 3일만이라도 나와 함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그 전에도 가출을 시도하려는 걸 첫사랑 엄마에게 미리 알려 무산되었기에...나는 그 애원을 매몰차게 외면하고 말았다. 나도 첫사랑의 간절한 맘처럼 같이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있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했다. 미성년자였던 고딩생이었기에 말이다. 첫사랑과 작별한 그날 밤, 첫사랑과 함께 걸었던 길음동 시장과 골목길을 오가며 눈물을 삼켰다. 

 

내가 꽃 중에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다)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첫사랑과 함께 했던 화양연화(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였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종종 두 눈을 감으면 아름다웠던 그 때를 회상한다. 그리고 되새긴다.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가를 말이다. 그 시절 사월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서울 정릉동 언덕배기 성당 담벼락 너머로 하얀 라일락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 때였다. 첫사랑과 함께 거닐다 봄햇살에 반짝이는 라일락 향기에 취했다. 꽃송이마다 코와 입술을 대고 신경의 촉수를 곤두세웠다. 애잔하게 흩어지는 라일락 향기가 콧속 신경세포를 타고 뇌리 속에 각인되었다. 두 손으로 감싼 채 꽃송이를 쓰다듬으면 땅속에서 라일락 뿌리가 솟아나듯 나를 휘감았다. 그 때 그 이후로 매봄 라일락이 필 때면 홍역을 앓았다. 라일락 향기가 청명한 사월 속으로 번져갈 때면 나의 체세포는 자가분열하며 라일락을 번식시켰다. 그녀를 떠나보내던 그 해 오월 첫 날, 라일락 꽃잎은 시들기 시작했고 내 의식은 한 겹 한 겹 꽃잎들이 쌓여가는 언덕배기 성당 옆길을 하염없이 헤맸다. 봄꽃들이 비바람에 내몰리고, 마지막 꽃망울을 불태우는 라일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강렬한 향기를 뽐내던 라일락 꽃잎들은 아름다웠던 시간을 봉합하며 흐득흐득 흩날렸다.

 

한 때 라일락의 정체를 모르고 첫사랑에 흠뻑 빠졌지만, 라일락의 순백(첫사랑)을 미처 지켜내지 못한 자책감에 오년 동안 힘들었다. 매해 계절이 바뀌고 사월의 봄이 찾아올 때마다 라일락꽃 향기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봄꽃 폭죽이 밀려드는 사월의 환각처럼 첫사랑에 빠져드는 건, 내 안에 라일락이 영원히 살아 숨쉬었기에! 어김없이 아찔한 사월이 찾아오면 언제나 라일락꽃 향기에 취한 첫사랑의 아릿함이 나를 마주했다.

 

FB_IMG_1713026084628.jpg

불공정한 굥거니가 탄핵되는 그 날이 오기까지...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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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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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설레이는 봄과 같나 봅니다.

    덕분에 제 첫사랑도  떠올리게 되고 추억 돋네요 ㅎ

    이쁜 글 잘 봣어요

  • 2024.04.14 01:41
    베스트

    맥주 한 캔

  • 2024.04.14 02:45
    베스트

    지금도 가슴이  아리신거 같네요......,

     

  • 2024.04.14 08:46
    베스트

    그 첫사랑과 살았다면  지금쯤

     

     

     

     

    골치를 앓으며 살듯ㅋㅋㅋㅋㅋ♡♡♡

     

     

     

     

     

    첫사랑은 아름 다운것임

     

  • 2024.04.14 10:03
    베스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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