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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상만
EastSideStory
2024.08.15 00:35
234
19
https://itssa.co.kr/15964470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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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sk you for criticism, but they only want praise.

Not punishing the criminals yesterday is the same folly of giving courage to tomorrow's criminals.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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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5 00:39
    베스트

    일제치하 식민지 시즌2같은 현실을 시인 윤동주는 뭐라하실까..

  • 2024.08.1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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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자화상 제일 좋아해요 🙂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 2024.08.15 00:47
    베스트

    최치원의 '추야우중(秋夜雨中)'과 묘하게 정서가 어우러지면서도

     

    나라를 빼앗긴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반성이 더해져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진 시입니다.

     

    연변 용정 명동촌의 윤동주 시인 생가가 지금은 기념관 겸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는데

     

    너무 관광지스럽게 만들어 놓아서 시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씁쓸합디다.

  • 2024.08.15 00:50
    베스트

    윤동주 - 쉽게 쓰여진 시

     


     이 시는 시인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유학을 하며 쓴 시로, 식민지 현실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하는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화자는 시대 상황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고 시인으로서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살아가는 처지에 대해 무력감과 좌절감, 부끄러움을 느끼며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화자는 이 상황에서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자기반성을 거쳐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다짐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이처럼 시대 상황을 인식하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현실적 자아와 이러한 상황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이상적 자아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시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자각하고 보다 긍정적으로 현실을 타개해 나가고자 하는 시인의 굳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2024.08.15 01:03
    베스트

    https://youtu.be/PDa8KlZDAFA?si=9e9zFQb0IhBdMWOH

  • 2024.08.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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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학교 역사체험 여행으로 윤동주 시인 생가 방문한적이 있는데 앞마당에 앉아 시를 낭송 했었는데 갑자기 추억이 생각나 주절주절~

    만주벌판 진짜 추운곳 그러나 토지는 비옥하더라고요

    문익환목사 송몽규 생가도 가보고 참 유익했던 기억이네요

    작금의 시국을 보면 독립군들이 지하에서 통탄할듯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