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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SideStory
2024.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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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테니 작가 소개는 생략하겠다. "데미안"으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데미안"하면 딱 한 구절, '새는 알을 깨고 깨어난다'라는 구절만 생각난다. 그 외 "골드문트와 나르치스"라는 책도 있었다. 이성과 감성 차이를 느끼게 해 주었고, 감성적인 사람임을 각인시켜주었던 책이었다. 우연히 지인 추천으로 헤세의 그 어느 책 보다 더 좋더라는 말에 또 헤세 책은 믿고 보았기에 싯다르타를 접하게 되었다. 헤세의 책중 최고를 꼽는다는 그의 말에 공감을 꾹꾹 눌러주고 싶은 마음이다. 헤세의 책의 특징은 내면의 성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내면의 성장의 최고점을 꼽을만한 하다. 성장소설의 끝판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복하고 부족함 없이 자란 싯다르타는 유년시절부터 남달리 지혜롭고 지식을 갈망하는 아이 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싯다르타를 인정했고 사랑하였지만 정작 본인 스스로는 전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싯다르타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세상을 향한 진리, 알 수 없는 궁극의 갈증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행길에 오른 사문, 순례하는 고행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는 사문의 길이야말로 해탈이라 생각하여 어렵게 아버지를 설득하고 사문의 고행길에 오른다.

사문으로의 생활이 3년째 되던 날 싯다르타에게는 고타마라는 인물, 이승의 번뇌를 초극하고 윤회의 바퀴를 멎게 한 숭고한 인물 붓다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붓다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싯다르타가 만난 붓다는 비록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그에게서 아무런 지혜도 배울 수 없음을 깨닫고 붓다를 떠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카마라라는 기생에게 반하게 되어 여색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며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상인의 수법을 배우게 되며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이 유희처럼 느껴지던 싯다르타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세속의 탐욕 속에 빠져들어 차차 자신을 잃어가게 된다. 

"얇은 베일처럼, 옅은 안개처럼, 피로가 날이 갈수록 점점 짙게, 달이 갈수록 점점 탁하게, 해가 갈수록 점점  무겁게 싯다르타를 짓눌렀다. 새 옷이 세월 따라 낡아가고, 세월 따라 아름다운 빛을 잃고 얼룩이 지고 구겨지고 솔기가 뜯어지고 여기저기 실밥이 드러나는 것처럼, 고빈다와  작별한 후 비롯된 싯다르타의 새 생활도 점점 낡아가고, 세월 따라 빛깔도 광택을 잃고 얼룩과 즈름이 생겨서, 밑바닥에 도사리고 앉은 환멸과 구토가 여기저기 추하게 드러났다.
싯다르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다만 일찍이 그를 깨우쳐준 마음속의 목소리, 그의 황금기를 이끌어주었던 낭랑하고 분명한 마음속의 목소리가 지금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알 뿐이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세속의 탐욕 속에서 재산을 가지면 가질수록 늘어가는 불안함과 좌절 속에서 자신의 어느 한 일부분이 영원히 죽어가고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된다. 세속의 모든 것이 무가치한 삶의 행복이었음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버리고 어린 시절 자신이 사문이었을 때 강을 건너 주었던 그 강으로 찾아간다.

그 강에서 그는 자신에게 무상으로 배를 태워 강을 건너게 해 주었던 바수데바를 찾아가 그와 함께 강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강에게서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며 내면의 성장을 겪는다.

"강은 도처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

왜 강인가? 강에서 모든 소리를 듣고 모든 것을 배워가며 강은 도처에 존재하는 건 아마도 물이란 생명 탄생의 근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흐르는 세월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은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존하는 강, 과거는 과거대로 의미가 있다. 과거 싯다르타가 수많은 무지한 어리석음과 경험 속에서 배우고 성장했듯이 나도 수많은 무지한 어린 시절의 나를 안고 산다. 나의 무지는 수많은 잘못된 선택을 자초했고 그 선택들이 현재의 나에게 책임이라는 단어로 나를 얽매이고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성장하고 있는 내가 존재하는거겟지. 모든 과거는 과거대로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과거는 과거대로 흘러 보내고 현존하는 세상에 최선을 다해 본다. 미래의 나를 위해!

 

세속의 삶을 내던지고 뱃사공의 길로 들어서 강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아로 향한 성장을 하는 싯다르타에게 어느 날 운명의 장난처럼 어린 아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싯다르타와 다르게 세속에서 살아오던 아들과의 갈등 속에서 싯다르타는 자신이 사문의 길로 들어설 때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분명 아들을 세속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는 일이며, 자신의 그 어떤 노력에서 아들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애착의 정이 그 무엇보다 깊은 싯다르타는 결국 아들 스스로 자신에게서 도망갈 때까지 아들을 놓아주지 못한다.

그 누구도 스스로 선택한 자식의 길을 막을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운명이란 있는지는 몰라도 어떻게 되었든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듯하다.


본질적으로 지혜란 무엇이고 구도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혜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의 경험에서 배우고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젊은 날의 싯다르타는 붓다에게서 지혜를 배울 수 없었다.

"말씀이나 사상 속에서 위대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행위 속에서, 삶 속에서 그의 위대함을 본다네."

 



"모든 것이 뒤섞여 짜이고 맺어져 천번만번 얽혔다. 모든 것이 묶여서, 모든 소리, 모든 목표, 모든 갈망, 모든 번뇌, 모든 쾌락, 모든 선과 악이 묶여서 세상이 되었다. 모든것이 묶여서 강이 되고 삶의 음악이 되었다. "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모든것이 뒤섞여 얽혀있고 그것들이 모두 모여 함께 살아간다. 
우리는 누구나 본인이 희망하고 믿고 싶은 세상에, 본인의 범주 하는 세계 속에 살아간다. 내가 만들어낸 세계를 비교하지 않고, 맹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것은 세계이기도 하고 작게는 타인이기도 하다. 세계와 나 나와 타인과의 관계,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그 어떤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게 없다. 

사랑이라! 세상에서 가장 대단하고 경이로운 것이 아닐까!

 

불교를 바탕으로 써진 소설이긴 하지만 무교인 사람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본인도 무료임에 불구하고 자아성장, 내면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터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헤세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웬만한 심리학 서적보다 훨씬 재미있고 심도가 깊다. 내면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강추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진리가 어딘가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의 변두리, 가장 멀리 떨어진 별 너머 아득한 저편... 영원에는 진실하고 숭고한 무엇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간과 장소와 사건은...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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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4 04:39
    베스트

    감사합니다